과거가 그리운 이유가 뭐야?
1일 1커밋 #78
애인은 말했다.
"과거가 그리운 이유가 뭐야?"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과거를 그리워한다고 자주 언급해왔다. 애인의 질문은 유달스럽지 않았다. 나는 언제든 그것에 대한 대답을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아니,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마치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어떤 이야기로 말의 물꼬를 터야 하나 고민을 하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몇몇 단어들을 움켜쥐고 이걸 건네야 하나, 저걸 건네야 하나 수차례 시뮬레이션하는 그 기분이란.
애인은 결국 먼저 이야기했다.
"나는 절대로 옛날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익히 알던 이야기였다. 애인은 나의 과거 예찬에 대해 대체로 시큰둥했다. 사람의 과거란 모두 다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잔잔한 즐거움들이 어떤 폭력에 의해 소거된 사람들은 분명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그런 이야기를 꺼내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진 않았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남자가 여자에게 심심찮게 건네지는 그런 오만한 이해 같은 걸 테니까. 게다가 실제로 완전히 이해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과거를 혐오할 수 없었다. 막연히 상상할 뿐이었다. 그 옛날, 막연하게 상상하던 에펠탑과 실제로 가서 마주한 에펠탑의 간극 같은 게 애인과 나의 과거론 사이에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대답은 해야 했다.
"음, 요새 레트로가 유행하잖아. 그런 것도 사실은 과거를 그리워하는 감정에서 비롯된 거니까, 어떻게 보면 보편적인 감정 아닐까?"
방금의 말을 기반해서 사실 나는 자신하고 있었다. 과거를 좋아하는 사람이 과거를 혐오하는 사람보다 많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화적 코드로 작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뭐 그런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냥 옛날 것을 좋아하는 것과 옛날을 그리워하는 건 다른 거 아닌가?"
애인이 이렇게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들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애인의 말을 듣고 나니 혼란스러웠다. 그런 것 같기도. 확실히 옛날 것을 좋아하는 것과 옛날을 그리워하는 건 다른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과거로 왜 돌아가고 싶어?"
"응, 너랑 학생 시절의 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내가 비릿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하자, 애인은 몸서리를 쳤다.
"어우, 싫어!"
"알았어, 알았어."
그리고 과거에 대한 몇 마디를 더 나누며 카페에 앉아 햇빛을 맞았다. 봄 날씨가 만연한 주말이었다.
그 날 애인과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과거에 대한 글을 쓸 때면 과거를 그리워하는 게 보편적인 감정이고 모든 사람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걸 가정하며 써왔다. 아마 앞으로도 그런 감정으로 과거에 대한 글을 쓸 테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모를, 과거를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의 글을 마주할 익명의 독자들에게 죄송스럽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그래도 아마 또 과거 어쩌고 하면서 글을 써버릴 테지만,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