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빠는 나를 데리고 종종 산을 올랐다. 어릴 때 난 제법 산을 잘 타는 편이었다. 상경 후 종종 고향을 내려올 때도, 엄마를 졸라 함께 갓바위에 갔다. 그리 높지 않은 정상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는 것이 좋았다.
뚜벅이인 나에게, 등산은 꽤나 허들이 높은 운동이었다. 일단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작심하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 그것이 바로 산이었다. '우리 언제 한 번 꼭 같이 등산 가자.' 연애 시절 남편에게 했던 그 말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아이 둘을 낳고, 나는 집안에 갇혔다. 물론 집은 아주 쾌적했지만, 나는 외출의 자유를 잃어버렸다. 늦게 집으로 들어올 자유, 마음껏 집 밖으로 나갈 자유. 운동이 고팠던 나는, 육아휴직 기간에는 둘째가 자는 동안 링피트와 같은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또는 잠깐 집 밖을 나가 계단을 30분 오르곤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점점 여의치 않아졌다. 육아 휴직이 끝난 나는 회사로 출근을 시작했고,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점점 더 버거워져만 갔다.
헬스장을 가지 않은지는 아주 오래되었다. 아마 첫째를 낳고 나서부터였을 거다. 자유도가 높은 헬스장이지만, 나에겐 자유가 없었기에 갈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등산 머신, '마이 마운틴'.
여느 러닝머신과 비슷하게 생긴 외형, 하지만 길이가 짧고 레일이 살짝 떠있다. 그리고 등산 머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45도의 높이로 기울어진다고 했다. 강도 높은 유산소에 목말라 있던 나는, 이 몸집 큰 운동기구와 사랑에 빠져 버렸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었다. 엄청난 부피와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 다른 여러 가지 운동 방법이 있는데 굳이 집안에 저 큰 운동 기구를 들여야겠어? 그렇게 6개월여를 참았던가. 독박에 가까운 퇴근 후 육아와 업무 스트레스에 지쳤던 나는, 아직 야근으로 귀가하지 않은 남편에게 카카오톡으로 선언했다. "나, 아무래도 그거 사야겠어. 못 참겠으니까 말리지 마."
며칠 뒤, 마침내 그 이름도 성대한 '나의 산'이 집으로 들어왔다. 재택근무를 하느라 혼자 있던 나는, 두 명의 남자분들이 뚝딱뚝딱 머신을 설치하는 것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사실 나는 그 기구를 보는 것이 처음이었다. 마치 홈쇼핑을 보고 없던 욕구를 일부러 만들어내듯, 나의 욕심이 그저 그 운동기구를 갖고야 말겠다는 목표로 바뀐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나는 마이 마운틴을 들인 것을 후회했다. 왜 이제야 구매했을까, 조금만 더 고민을 짧게 했다면 더 빨리 구매해서 더 많이 운동할 수 있었을 텐데! 꾸역꾸역 할부를 채우면서 계속 계속 내뱉었다. 조금만 더 빨리 샀다면, 이미 할부도 끝나 있고 얼마나 좋아! 아이고 배야!
길지 않은 레일. 운동하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공중에 떠있고, 운동의 특성상 강도가 매우 높아 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층간소음에도 자유로웠다. 아이들이 모두 잠이 들면, 잠시 숨을 고른 뒤 머리에는 테니스 밴드를 하고, 한 손에는 손수건을 들고 마치 '산을 오르듯' 마이 마운틴에 올랐다. 처음에는 쇼프로 등을 보곤 했지만, 이제는 아주 빠른 속도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 너무 힘들어서 쇼프로에 집중할 수도 없을뿐더러, 노래를 들으면 대강의 경과 시간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이렇게 힘들게 운동해야 할까?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 무렵 운동을 멈추고 내려온다. 최고 심박수는 170을 넘기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코로나로 홈짐 붐이 일면서, 집안에 운동기구를 장만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마이 마운틴도 코로나로 인한 홈짐 붐으로, 가정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옷걸이 대용으로 자전거를 장만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나의 산에 옷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구매하고 후회할 것이다. 내가 왜 이걸 이렇게 늦게 샀을까 하고. 다만, 금액이 200만 원대 후반으로 매우 높고, 부피가 크므로 중고로 판매한다 하더라도 처분이 녹록지 않다고 하므로 정말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진짜' 후회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