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에 대한 고백

by 규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운동에 대한 부작용을 겪었다. 운동을 빼먹은 날은 몰아치듯 음식을 먹었다. 운동을 쉬는 날이 폭식을 하는 날이 아니라는 것을 뇌가 이해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나는 평범한 식사, 또는 절제된 식사를 위해 강박적으로 운동을 했다. 운동은 내게 일종의 조이개 같은 것이었다. 나의 음식에 대한 욕망을 떨치기 위한.
시간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조금씩 운동과 식사의 경계를 넓힐 수 있었다. 운동 좀 쉬면 어때. 마음껏 쉬고 내일 또 하면 되지. 이걸 깨닫는 게 그렇게도 어려웠지만 30대 중반의 세 번째 계단에 올라선 지금은 비로소 그 경계의 너비가 보인다.
어제는 그런 마음으로 너그러이 운동을 쉬었다. 마음속에 정해둔 휴식일은 어제가 아니었다. 오늘은 힘을 내서 운동복을 걸쳐 입었다. 강박과 같던 집착은 이제 습관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더 이상 운동을 쉰다는 죄의식에 음식을 잔뜩 꺼내 먹지 않는다. 다만 운동을 하고 난 다음에 느끼는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 속칭 '된 놈' 같이 느껴지는 우월감이 좋아 난 계속해서 운동을 한다. 갈길은 멀지만 난 계속 갈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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