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편에 걸쳐, 내가 운동을 하기 위해 먹었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편부터는,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해보았던 나의 운동 유랑기에 대해 하나둘씩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은 없지만, 학창 시절 우리 집에는 러닝머신 한 대가 있었다. 갑자기 왜 우리 집에 들어왔는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빠가 한 1년 정도 열심히 운동하시다가 관두시고, 한창 방치된 듯했던 러닝머신. 그 러닝머신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요긴하게 쓰였다. "고3 때는 살이 찌는 게 당연한 거야." 그 당연함을 받아들이기가 싫어, 나는 19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운동을 시작했다.
나의 인생 첫 운동은 그렇게 러닝머신과 함께 시작했다. 고 3이 되던 해 2월부터 9월 모의고사가 있던 7개월 동안, 매일 새벽 5시 45분에 일어나 45분 정도 천천히 러닝머신을 걸었다. 그땐 학생이었고, 딱히 갖추어진 운동복도 없었기에, 집에 있는 아무 티셔츠나 걸쳐 입고 운동을 하곤 했다. 이러나저러나 45분 뒤 티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금은 여러 변수로 인해서 운동을 쉬는 날이 많지만, 그때는 정말로 매일, 매일 운동을 했다. 어느 날은 너무 피곤해 기상 시간이 늦었다. 그날은 야자도 빼먹고 집으로 돌아와 운동을 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될 쯤에는 조금씩 뛰기도 했다. 45분 중 5분 정도. 의외로 내가 오래 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게 나는, 꾸준한 운동에 대한 신뢰를 얻었다. 운동을 오래 하면 지구력이 생기고, 그것은 내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그야말로 '틈새 운동'이었다. 하루의 열두 시간을 깨어있으면 열 시간을 공부했고, 밤잠 여덟 시간 중의 한 시간을 쪼개 공부를 좀 더 하고, 그중의 한 시간을 더 쪼개 운동에 투자하는 식이었다. 러닝머신에 매일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행위였다. 그땐 내가 얼마나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하고, 또는 오늘은 상체, 내일은 하체... 등등의 스케줄을 짜야하고 등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대학생이 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하숙집 근처 가까운 헬스장을 등록하는 일이었다. 습관이 무섭다고, 나에게는 그때부터 새벽에 운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다만 고3 시절만큼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으니 기상시간은 5시 45분에서 6시 30분 정도로 늦춰졌다. 아침이 되면 일어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로 운동 가방을 챙기고, 슬슬 걸어 헬스장으로 갔다. 그리고 45분 정도의 시간 동안 러닝머신을 걸었다. 나에겐 일종의 '아침을 깨우는 의식'과 같은 것이었다. 너무 힘든 운동을 하느라 진을 뺄 필요도 없이, 숨이 차면 조금씩 속도를 늦추었다.
헬스장 가서 러닝머신만 하는 사람은 바보 같은 사람이다. 이런 말을 요즘 많이 듣는다. 유산소 말고 무산소도 해야 살이 잘 빠져요. 헬스장 가서 러닝머신만 하는 사람은 다 여자더라(?) 이런 얘기도 들었다(반박하고 싶지만 내가 바로 그 여자이기 때문에 입 다물고 있기로 한다). 그래서 한때는 나도 헬스장에 죽치고 있어 보았다. 유산소 할 시간에 기구라도 좀 더 건드려 보기도 하고, 무산소 30분에 유산소 30분. 이렇게 쪼개어도 보고, 유산소는 거들떠보지 않고 어떻게든 무산소로만 시간을 때워 보고자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고 돌아, 결국 나는 다시 러닝머신 앞에 섰다. 걷기 45분이 10분 걷기와 5분 뛰기 사이클이 되고, 그리고 45분을 내리 달릴 수 있는 체력이 되었다. 러닝머신만 고집하던 바보 같은 인생도, 몇 년이 겹쳐지자 '러닝머신에서 잘 뛰는 사람'이 되었다.
러닝머신은,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기구 중 하나였다(지금은 바뀌었다. 후술 예정). 만인의 운동이라는 걷기. 시간도, 장소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잠깐이나마 집에 러닝머신이 있던 시절이 좋아서, 언젠가 내 집이 생기면 제일 먼저 들이고 싶은 운동기구이기도 했다. 층간소음과 여러 가지 문제로 배제되었지만, '무산소가 더 중요하다', 또는 '헬스장비가 아깝다' 등의 이유로 배제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러닝머신을 위해 헬스장을 등록하는 사람이 있다고?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그 뒤에 파생되는 일들은 추후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