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우리 집에 개미인지, 무엇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벌레 세 마리가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쳐들어온 것이다. 그 세 마리는 다 개미 모양인데 날개가 달려있었다. 그러니까, 날개 달린 개미인 셈이다. 그 날개 달린 개미들은 굶주렸는지 부엌에서 먹을 것을 찾아 기어 다니고 있었다. 한 마리는 부엌에 있는 작은 창문 쪽으로 기어올라가고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싱크대 주변을 기어 다니며 먹을 걸 찾고 있었다. 또 다른 한 마리는 갑자기 전등 속으로 숨어버렸다. 보통 벌레들은 전등 안에 숨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뜨거울 텐데. 그나저나 저 개미들은 벽을 타고 잘도 올라갔다. 천장을 기어 다니기까지 했다. 저런 모습을 보다가 문득 ‘개미에게는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혹시 끈적끈적한 무언가를 묻혀서 올라가나?‘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 진짜 중력이 작용한다면 저 녀석들은 아래로 떨어져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과 함께.
나는 개미를 정말 싫어한다. 줄을 지어 성실히 먹이를 나르는 모습은 징그럽다 못해 역겹다. 어릴 땐 곤충과 동물, 심지어 해충마저 좋아했다. 개미를 손으로 만지고 내 손목까지 기어오르게 하면서 놀았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어린 시절의 내가 아니다. 개미가 내가 싫어하는 대상이 되었다. 벽에 붙어 있는 저 녀석들은 크기부터 일반개미와 다르다. 너무 크다. 날개까지 있어 날아다니니 더 밉다. 차라리 벌이 들어오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온몸을 기어오르는 징그러움을 끝내고자 큰 목소리로 엄마를 불렀다. 그런데 아까 내가 회사에서 돌아온 아빠한테 인사를 안 한 탓인지 엄마는 나를 무시했다. 가까이 가서 말하자 "아빠한테 인사하고 난 뒤에 말해라"라고 하셨다. 이미 집에 왔는데 지금 인사하는 건 너무 늦은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엄마, 벌 들어왔어!"라고 과장되게 말했다. 벌이라고 하면 잡아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는 꿈쩍도 하지 않고 인사를 하라는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난 할 수 없이 "그럼 잡아주지 마"라고 말했다. 어차피 나하고는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엄마만 손해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난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내 방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 앉아서 무얼 할지 생각했다. 학원 숙제를 해야 하는데 괜히 귀찮고 짜증이 났다. 어쩔 수 없이 냉장고 문을 열어 오후에 먹다 남은 과자를 꺼냈다. 과자를 들고 내 방으로 돌아와 의자에 앉은 뒤 허공을 보았다. 블루베리 맛 과자는 언제 먹어도 맛있었다. 과자를 먹으며 멍하니 앉아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났다. 밤에 가끔씩 나는 익숙한 소리지만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 그래서 얼른 뒤를 돌아보니 이상한 검은색 벌레 한 마리가 벽에 부딪히고 침대 사이로 떨어진 것 같았다. 무서운 감정과 짜증 나는 감정이 뒤섞여 한꺼번에 올라왔다. 하지만 무서운 마음이 더 컸다. 나는 조심스레 침대를 밟고 올라가 침대 사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벌레는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려다보면 무엇인가가 펑 튀어 올라올 것 갗아ㅛㄴ는데 다행히 그 어떤 존재도 없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안심하고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눈에 날개 달린 개. 개.. 개미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