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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온 Feb 25. 2024

요즘 세대 퇴사, 우리만의 잘못인가요?

Ep5. 더 이상 안정적이기 위해 모든 걸 참으며 직장에 남지 않아

요즘 MZ세대가 퇴사를 많이 하는 현상은 사회적 문제로 꼽히곤 한다. '쉽게 버티지 못한다', '끈기가 없다'면서, 가르쳐 놓으면 옮겨가고 퇴사한다는 것이다. 많은 회사들에는 이제 허리가 없다. 대리급들이 대 이직을 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반도체 호황기, 주요 기업들에서 좋은 조건에 인력을 대거 흡수해 가며 그 현상은 더 심화되었다. 이직이 애매해진 10년 차 이상과 신입사원들만 남아 있는 회사가 많고, 작은 기업일수록 그 연차마저 낮으며, 탈주 속도도 더 빠를 것이다.



지역 때문에 이직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유는 따로 있지만요.)


우리 회사도 그렇다. 농담 삼아 신입사원과 수석만 남는 것 아니냐 말할 정도니까. 회사는 이에 대해 대책을 세우고 있다. 특히 지방에 위치한 공장들은 주로 지거국 대학을 졸업하고, 지방에 고향을 둔 사람들을 뽑기 시작했다. 이직의 원인을 '지역'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 지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을 뽑으면, 더 안정적으로 오래 다닐 것이라 생각해 이런 전략을 세우는 것 같다.


틀린 것은 아니다. 내 주변만 봐도 해당 지역 출신인 경우, 확실히 오래 회사를 다닐 생각을 가진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자라 대학까지 졸업했다면, 부모님, 친구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다. 친구들도 주로 타지에서 일하기 때문에 타지의 삶을 당연하게 여긴다. 본래 누리던 인프라도 그 지역과 다를 바가 없다.


그럼 지방이 아니라면 퇴사를 안 할까? 서울도 똑같지 않은가. 내가 느끼는 더 큰 요인은 '지역'이 아니다. '지역'은 그저 퇴사자에게도 회사에게도, 서로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좋은 핑계일 뿐이다. 퇴사하는 마당에 얼굴 붉힐 얘기를 할 필요가 없어지는 좋은 핑계. 결국 "돈을 더 벌고 싶어서요.", "이 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요.", "팀에 사람들 때문에 힘들어서요."같이 원색적인 이유들은 가려진다.



더 이상 안정적이기 위해
가만히 있지 않아.
좋은 조건이 있으면 떠날 거니까.


주요 요인은 '가치관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요즘 MZ'의 가치관은 '나의 것'을 챙기게 변화하고 있다. 부모님 세대에 비해 현재에 안주했을 때, 집조차 장만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 부모님 세대가 어떻게 회사에서 나오게 되는지, 퇴사 후의 삶도 봤고,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도 봤다. 게다가 우리는 입사 전까지 20년 이상의 평생을 경쟁 속에서 살아왔다. '가만히 있으면 진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라는 것을 체득해 온 것이다.


그럼 왜 해당 지역 출신의 인재들은 그 자리에 더 많이 남아있을까? 이건 내 좁은 시야일 수 있지만, 지방에서 나고 자라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안정적인 가치관'을 가진 비율이 높다.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지방에서는, 그대로만 있어도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자리를 잡는 게 가능하다. 또한 그들은, 주변 사람들이 안정적인 가치관을 추구하는 곳에서, 그러한 가정환경에서 자라왔다. 서울로 사람들이 몰리던 대 경제성장의 시대에도, 그 자리에 있기를 선택한 부모님 밑에서 자란 것이다. 지방에서 자랐다면 두 가지 선택지를 가지게 된다.

1) 돈이 많이 들더라도 수도권에 올라가거나,

2) 돈도 덜 들고 사람이 적어 덜 정신없는 지방에 남거나.


후자를 선택한 사람들은 이미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지방 출신이 지방 공장에 취직을 했다는 것은, 오히려 리스크가 있는 이직보다 안정적인 현재가 좋다고 보는 가치관을 가졌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그러니 회사 지방사업장은 지방에서 나고 자라, 그중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지방 거점대학을 졸업한 인재를 선호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 서울에서 나고 자랐거나, 지방에서 나고 라 서울로 상경을 선택한 사람들은 다르다. 더 이상 현재의 안정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성향이 아니다. 리스크를 지더라도 더 제대로 된 안정을 원한다. 과거 사람들이 말하던 '안정'은 더 이상 우리에게 '안정적인 삶'이 될 수 없다. 버텨서 정년퇴직까지 월급만 받으면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던 때와 달라졌고, 그렇게 살면 안정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안정적이기 위해 나를 계속 성장시켜야 하고, 나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며, 그 방법 중 하나가 이직과 퇴사인 것이다.


더 이상 내 노력을 갈아 만든 회사의 성장이 곧 나의 성장이 될 거라 확신할 수 없다. 내 성장은 내가 직접 만들어 증명해야 한다. 그러니 성과를 뺏기는 듯한 부조리를 견디거나, 만족스럽지 않은 환경을 견디고, 그저 상명하복 하며 버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건 더 이상 우리에게 이득이 되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현재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다면, 그 조건이 연봉이든, 지역이든, 환경이든, 자신의 성장이든 이동하도록 변화하는 것이다.



기업도 인재확보 경쟁을 해야 한다.


기업들은 과연 지금의 방식으로, 계속 고급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저출생으로 생산가능 인구는 점점 줄어든다. 이미 학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기에, 몇 년 내 기업에서도 사람이 없어 문을 닫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다고 인재들이 줄을 서고, 원하는 사람을 맘대로 뽑아갈 있는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


그럼 이제 기업도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되어야 한다. "왜 요즘 애들은 자꾸 나가?"가 아니라, "지금 회사에 뭐가 문제라 애들이 자꾸 나가지?"라고도 접근해봐야 한다. 중소기업부터 인력난이 시작되었다. 성장가능성이 낮거나, 업무 환경이 좋지 못하거나, 돈을 주는 직장에는, 이상 청년들이 남아있지 않다.


사실 일부 회사들에는 이미 이 고민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고급 인재 확보를 위해 특정 회사들에서는 연구소를 서울이나 근교에 마련하기도 하고, 자율 좌석제 시행, 휴가제도 신설 등을 하며, 본사에 좋은 시설을 만들어 그것을 유튜브 등에 노출해 홍보한다. 그러나 홍보를 보고 입사한 MZ사원들 중, 이를 누리며 근무하는 사람의 비율은 높지 않다. 특히 대기업은 같은 수도권 내라도 사업장이 여러 곳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아무래도 나는 지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니, 이 상대적 박탈감을 더 체감한다. 오래된 공장에 떨어져 가는 화장실 문짝, 먼지 낀 오래된 의자, 변변치 않은 휴게실.. 이게 내가 근무하는 '대기업'의 근무환경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부족한 인재라 여기에 와 있는 것도 맞다. 대학원, 박사, 주요 대학을 졸업한 수재였다면, 앞다퉈 더 좋은 회사에서 나를 붙잡고자 했겠지. 1년이 넘도록 취업준비를 하며 지방까지 오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내 현재가 이렇다고 해서, 내가 이 환경에 안주하고 오래도록 버티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나를 탐내도록, 내 능력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변화를 더 추구할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순서로 점점 중고신입이 많아지고, 경험이 없는 신입이 설 자리는 없어지고, 대리가 되기 전 다른 회사 신입사원이 되기에 회사마다 허리가 사라지고, 업무 공백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게 정말 마냥 '잘 버티지 못하는' MZ세대의 탓이라 볼 수 있을까?



회사는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자꾸 나가는데, 신입사원으로 일이 돌아가네?"

"인건비가 싼 신입사원을 뽑아서 채워볼까?"

"애들이 또 나가네..."

"다시 뽑으면 되지 뭐."


이직이 흔해지고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구직시장에, 구직자도 적응을 해야 하지만, 시장인 회사도 적응을 해야 한다. 사람을 아끼지 않을 거라면, 인재를 오랫동안 키우지 않아도, 회사가 자리를 유지할 방안을 마련하겠지.


그냥, 한 명의 회사원으로서, 누군가 나갈 때 오가는 수많은 뒷담화를 들으며, 이런 푸념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우리 잘못만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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