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모함을 감당하지 못한 겁쟁이였다

EP12. 내가 좋아하는 것을 회피한 결과, 지금의 나.

by 델리온

인생의 목표가 뭐예요?

이 직무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면접을 보다 보면 꽤나 빈출 질문 중 하나다. 일에서도 인생에서도 늘 욕심이 많은 나였지만, 이 질문은 어려웠다. 거창하게 목표라고 부를만한 바램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사에 성공하고 나면 방향성을 잃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방황'이라는 단어를 마주했던 날, 내가 그간 겪던 감정이 방황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서 정한 노선이 아니라 지금 내가 겪는 무언가가 싫었고, 현재에서 벗어나기 가장 유리해 보여 택한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느껴져서였을까? 결국 지금까지도 이직에는 실패하고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동아리 친구들을 만났다. 각자의 자리에서 멋지게 한 자리씩을 잡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지나간 3년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고, 역시 다들 참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내 마음은 이렇게나 방황 중이지만, 보기에는 나도 자리를 잡은 한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날 한 친구는, 이 동아리 덕분에 지금의 직업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똑같은 활동을 했던, 똑같은 시기에 있었던 나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기에 지금 이 길로 오게 되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라도 무언가를 시작했더라면 지금쯤 나도 다른 길에 있었을까?





나는 소위 말하는 제대로 된 연애를 늦게 시작했다. 굳이 결혼할 사람을 찾을 필요가 없던 20대 초반에도 하나씩의 단점이 보이면 다가서지 않았다.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고, 완벽한 사람은 없었으며,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그러하면서.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두려움이었다. 단점을 발견했다는 사실은 용기를 내지 않아도 될 핑계가 되어 주었다.


사람에게서 단점을 찾던 모습처럼, 미래와 일에서도 단점을 찾았다. 이건 워낙 잘난 사람들이 많은 분야라 자신이 없어서, 이건 열정페이가 심해서, 이건 돈을 적게 줘서. 무모함의 용기를 발휘할 필요가 없도록 핑계를 가득 만들었다. 사람이 그러했듯 단점이 없는 일도 없었고, 그렇게 가장 쉽고 안정적인 길로 오게 되었다.


종종 꿈이 현실을 침범하려 들면 나는 단호하게 그 꿈의 무릎을 꺾었다. 파리에 가서 뭘 하겠다는 거야? 가면 뭐가 달라져? 갔다가 돌아오면 뭘 할 건데? 설마, 이제 와서 다시 대학교부터 시작하려고? 아니, 그렇게나 하고 싶은 공부가 있긴 해? 그래, 뭐 백번 양보해서 간다고 치자. 돈은? 파리에 가서 살 정도로 돈은 모았니? 그 모든 질문들 앞에서 꿈은 맥없이 좌초했다. 나는 꿈속에 깃든 무모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 <무정형의 삶> 中에서


나는 꿈에서도, 연애에서도,

무모함을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겁쟁이였다.

심지어 겁쟁이라는 사실조차 감당하지 못해 좋아하지 않았다고 나 자신을 속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무난한 직장인이 된 것은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다. 되돌아보니 나는 그저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할 용기를 내지 못해, 좋아하지 않는 척 외면하고 먼 길을 왔다. 대기업 3년 차, 나의 업을 찾아가기 위해, 내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기 위해, 이제는 나부터 알아봐야겠다. 오늘부터 매일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는 시간을 가져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에 내가 가장 원하지 않았던 건 지금 나의 삶이다. 꿈을 고이 접어놓고, 현실을 사는 쉽고 평범한 결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나까지 지난날의 나를 업신여기고 싶지는 않다.

나는 어떤 모양이 되고 싶은가. 학생, 회사원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던 시간은 끝났다. 지금부터 나는 나를 어떤 모양으로 빚을 것인가.

- <무정형의 삶> 中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이제까지도 참 열심히 잘 살았어!! 평범한 삶을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 해낸 것도 대단한 거야.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 나의 인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