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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혁 delivan Dec 01. 2019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

지적자본론

일본에는 츠타야 서점이라는 곳이 있다. 출판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 내 1400개 매장, 70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2조 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는 유일무이한 서점이다. 힘든 상황에서도 이들은 어떤 방법으로 엄청난 성과를 내는 걸까? 또 이것이 '디자인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라는 다소 거창한 글의 제목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 (출처: http://hyuni.me/2017/08/tsutaya)


츠타야의 성공 비밀

츠타야를 운영하는 회사인 CCC(컬처 컨비니언스 클럽)의 CEO 마스다 무네아키는 책 <지적자본론>을 통해 그들의 성공의 비밀을 밝혔다. 그 비밀은 바로 '디자인'이다!


... 너무 단순하고 허무한 답인가? 일단 그의 말을 더 들어보자.

기업 활동의 본질은 창조다. (...중략...)
만들어 내는 것이 기업의 이익을 낳는 것이라면 디자인은 당연히 중요한 것이지 않은가.

참 당연한 소리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제품에 부여되는 디자인의 의미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도 그런 생각을 진지하게 자각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좋은 디자인을 추구한다는 이유를 흔히 '부가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즉 디자인이 더 좋으면 원래의 가치보다 좀 더 좋아지는 거고 아니면 마는 것이다.


그는 말한다. '제품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기능, 또 하나는 디자인이다.'



예를 들어 이 유리잔(제품)의 기능은 액체를 담는 것이고 디자인은 손잡이가 없는 유리 제품이라는 것이다. 성질을 결정하는 기능과 외관을 구축하는 디자인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그중 어느 한쪽이 결여되어도 제품으로써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디자인은 부가 가치'라고 주장한다면, 이런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닌 것일까? 그는 아무리 세련된 디자인을 지닌 유리잔이라고 해도 결국 '액체를 담는다'라는 매우 단순한 기능을 지닌 물건이듯, 디자인에 관한 이런 질문과 해답 역시 본질적으로는 매우 단순하다고 말한다. 디자인의 가치란 '그것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츠타야 서점은 다른 서점에 비해 영업시간이 길다. 이는 '영업시간을 늘리면 그만큼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도 아니고, '심야까지 상점 문을 열고 노력하는 모습을 어필하고 싶다'라는 계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심야에도 서적, 음반, 영화 등을 구입하거나 빌릴 수 있으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에서 시도한 것이다. 다시 말해, 고객의 입장에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사고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지금의 츠타야다.


도쿄 롯폰기에 있는 츠타야 서점. 24시간 운영한다고 한다.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현대의 소비 사회는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인프라가 갖춰지고 생산력이 올라가면서 제품들이 넘쳐나기 시작한 건 꽤 오래 전의 일이다. 지금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장소, 즉 '플랫폼'의 시대다. 츠타야도 역시 그런 플랫폼 중에 하나다. 그런데 츠타야가 일본의 유일한 서점이 아니듯, 플랫폼 또한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단순히 '선택하는 장소'일 뿐, 플랫폼에서 실제로 선택을 수행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걸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다

마스다는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주고, 선택해 주고, 제안해 주는 능력, 한 마디로 제안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제안은 결국 디자인을 통해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즉 머릿속에 존재하는 이념이나 생각에 형태를 부여하고 고객 앞에 제안하는 작업이 디자인이다. 우수한 디자인은 라이프 스타일에 관한 제안을 내포하고, 표현까지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 제안'을 정말 잘하는 회사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애플이다. 그들이 만든 수많은 제품들은 하나 같이 이전과는 다른, 혁신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해 왔다. 매킨토시는 합리적이고 개인적이며 보편적인 컴퓨터를 제안함으로써 컴퓨터를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아이팟과 아이튠즈는 음악을 보다 쉽고 편리하게 들을 수 있는 플랫폼을 제안함으로써 음악 산업 전반을 바꿨다. 아이폰과 앱 스토어는 휴대폰을 단순히 전화, 문자의 용도가 아닌 자신이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도구로 제안함으로써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그들이 제안하는 혁신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매료된 이들은 소위 '앱등이'라고 불리며 그들의 충성 고객이 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었다.


지적 자본의 시대로

고객은 자신에게 맞는 가치와 합리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제품과 플랫폼을 선택한다. 디자인은 그런 제품과 플랫폼을 정의하고 가시화하는 활동이다. 그리고 이것은 당연히 지적 활동이다. 마스다는 장차 기업에는 그런 지적인 작업을 실행하기 위한 환경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기업을 성립시키는 기반은 재무자본이었다. 충분한 제품과 플랫폼을 만들려면 돈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이 많아도 그것만으로는 '제안'을 창출해낼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이다. 그는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가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비즈니스 맨으로 일을 하든 제품 디자인에 관한 감각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을 음미하고 곱씹어 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쏟아야 한다. 이는 무에서 유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기존의 것을 좀 더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각각의 시대 상황에 보다 적합한 방향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이다. 그런 노력들이 쌓여 개인과 기업의 지적자본이 될 것이다. 즉 우리는 지적자본가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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