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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진 Feb 27. 2020

건강한 배달부가 되기 위한 간헐적 단식

배달할 힘도 없어요..

얼마 전부터 간헐적 단식을 시작했다. 

잘 유지해오고 있던 단백뇨 수치가 급증한 사건을 계기로. 나는 신장이 좋지 않아서 매달 정기검진을 받는다. 프리랜서로 사는 이유 중 하나다. 그나마 약발이 무지하게 잘 받아서 나빠졌다가도 금방 다시 좋아지니 다행이다.


그래서 약간 나이롱 환자다.

몸에 안 좋은 걸 좋아하고 포기하지도 않는다. 몇십 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욕하고 원망해도 어쩔 수 없다.


신장병에 카더라뉴스는 독이다. 뭐가 좋다더라, 뭘 먹어야 한다더라, 하는 걸 먹어서는 안 된다. 그러다 눈길을 끈 기사 중에 하나가 '간헐적 단식을 하면 세포가 재생되고 면역질환을 어쩌고 저쩌고' 하는 내용이었다.


원인도 약도 없는 자가면역질환 환자로서 솔깃하지 아니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나의 간헐적 단식이 시작되었다. 

찾아보니 16:8, 5:2, 12:12 등 온갖 방법이 다 있었다. 정보가 너무 많다. 간헐적 단식을 시도한 사람이 많은가 보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살이 빠진다고 한다. 블로그나 유튜브만 보면 누구든지 몇십 킬로그램을 큰 노력없이 감량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도전은 5:2 단식이었다. 

5일은 평범하게 밥 먹고, 이틀은 24시간을 굶는 방식. 아침을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굶으려니 밤이 너무 길었다. 저녁에는 배달도 가야 하는데, 배 고프니 음식 실어나르는 게  고문 수준이었다.

그럼 저녁을 먹고 다음날 저녁까지 굶어보자. 그러니 단식한 날 저녁에 뭘 먹을지 그것에만 정신이 빠져서 없던 식탐이 생길 판.


16:8은 16시간 공복상태 유지, 8시간 식사 방식.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작업실에서는 점심을 챙겨먹기도 귀찮다. 책상 앞에 앉아 꼼짝도 안 하는데 굳이  정성스럽게 점심을 먹을 필요도 없으니 패스.


결국 선택한 건 12:12가 되겠다.

아침에 7시에 일어나니 8시에 아침밥 먹고, 작업실에서 8시쯤 집에 가니 8시에 저녁밥 먹고. 내 생활패턴에 가장 적합하지만 작업실에 있는 내내 저녁에 집에 가서 뭘 먹을지 고민하게 된다는 단점이 있다. 


엄마가 "아는 게 많아서 먹고 싶은 것도 많겠네."라는 말을 자주 했다. 엄마 말은 대부분 맞다.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들이 방탄커피라는 걸 마신다기에 나도 점심 때는 방탄커피를 한 잔 마신다.

뭐 신선한 목초를 먹은 소의 젖으로 만든 무염버터 10그램과 mct오일 10그램에 커피를 타서 먹으라는데, 핸드블렌더 등으로 섞어서 먹어야 한단다.


우연히도 집에 이즈니 무염 포션버터랑 라우린 코코넛 오일이 있었다. 커피는 뭐, 국민커피 카누로. 하지만 카페인에 안 좋은 반응을 보인 적이 있어 디카페인으로.



(이즈니 버터를 다 먹어서 '메글레 파인 버터'를 6,980원 주고 샀다. 이즈니보다 30%정도 저렴한데, 어쩐지 풍미가 떨어지는 느낌)


방탄커피를 열렬히 추종하는 이들의 말처럼 순간적으로 힘이 번쩍! 눈이 번쩍! 머리가 개운!하지는 않지만, 두세 시간쯤 허기가 가시긴 한다.


문제가 하나 있는데,

너무 내 입에 잘 맞는다. 하루에 세 잔도 마시겠다. 하지만 나는 저탄고지를 지키는 다이어터가 아니기에(고탄고지에 가깝다) 참는다. 간헐적 단식 하다가 몸만 불릴 것 같다.


단식을 한 이후 살이 1g도 빠지지 않았다. 다만 점심을 안 먹으니 덜 졸린다. 그것만 해도 어딘가 싶다. 그리고 일을 덜 하니까 신장도 좋아할 것 같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집에 돌아가 밥을 지어먹으면 김에 김치만 싸먹어도 진수성찬이다. 뭘 먹은들 맛이 없겠는가. 음식을 배달하려면 일단은 내 배부터 차야 한다. 


안 그러면 고객이 부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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