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뿐
아구찜과 보리숭어와 소주를 실컷 마셨다.
일을 다 끝내놓고 마시는 술은 늘 맛있다.
그리고 술 그만 마시자고 해놓고 마시는 술은 더 맛있다.
'나는 알콜중독자인가'라는 물음에 예전에는 무조건 그렇다고 답했다.
한때 나는 눈앞에 있는 소주를 남겨두고는 못배겼고, 안주도 없이 물만 꼴짝꼴짝 마시기도 했고, 평범한 하루의 일과처럼 소주를 마시고 나야 잠들기도 했다. 그보다 더 이전에는 술이 없으면 잠도 오지 않았다.
이제는 왠지 아닌 것 같다. 혼자서 마시는 술이 무의미해졌고, 술 취하는 기분이 싫어졌다.
진짜 재미있게, 맛있는 술을 맛있는 안주와 마시는 알콜러버가 되어야겠다.
항상 오늘은 마시지 말자고 다짐하는데,
해가 지고 완전히 깜깜해져봐야 알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