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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진 May 05. 2020

언제쯤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지난달, 한 보름전쯤 자전거를 타고 나가다가 크게 넘어졌다. 

하늘이 도왔는지 조상님이 도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운이 좋았다. 넘어지던 찰나의 순간에는 아아, 머리를 깨든 얼굴을 갈든 팔이 부러지든 뭐 하나는 하겠구나 싶었다.

겁나게도 동네 정형외과에서는 CT를 찍어봐야 한다며 큰병원으로 보내기까지 했다. 나는 덜덜 떨면서 CT를 찍고 깁스를 했다. 


다행히도 인대가 늘어난 정도에 그쳤다. 몇번 물리치료를 받다가 열흘도 되기 전에 깁스를 풀어버렸다. 병원에서는 더 해야 한다고 했지만 한쪽 손을 못쓰는 게 이리도 불편할지 몰랐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컴퓨터도, 씻는 것도, 설거지도, 밥하는 것도 뭐 당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다. 아주 빠르게.

자전거는 아직 다친 날 끌고간 곳에 있다. 가지고 오지도 못했다. 


문제는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싶은 불안한 마음이다.


배달을 안 하니까 밤이 너무 길고 심심하다.

저녁을 먹고 나면 자전거 배달을 나가는 대신 30분 정도 산책을 하는데 이게 배달만큼 신나지가 않는다. 날씨도 좋아져서 배달가기 딱 좋은데 말이다.


다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괜히 무섭다. 작년에 넘어졌을 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올해는 깁스를 해서 그런지 겁이 많아졌다. 까짓거 뭐라고, 그냥 타면 되는데.


자전거 타다가 넘어진 횟수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어릴 때도 무지하게 많이 넘어졌고 커서도 많이 넘어졌다.


어느 눈이 많이 내린 다음 날, 눈쌓인 안양천 벚꽃길을 자전거 타고 지나가다가 제대로 넘어져서 꼬리뼈를 살짝 다쳤고(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전거 타고 눈길을 갈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울퉁불퉁한 도로를 달리다 바퀴가 얇았던 탓에 홀랑 넘어져버렸다. 

밤눈이 어두워 턱을 보지 못하고 씽씽 달리다가 그대로 고꾸라진 적도 있었고, 좁은 길을 가다 전봇대에 부딪혀서 넘어진 게 작년의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난 자전거를 아주 못타는 사람인 것 같다.

그런데도 계속 탔으니까, 앞으로도 타야할 텐데. 배달도 가야 하고.


배민커넥트는 일을 하든 안 하든 산재보험료가 일주일에 3,500원 정도 빠진다. 지금 3주 정도를 쉬고 있는데, 지난번에 사정상 열흘 정도 일을 안 해도 보험료가 빠지는 걸 보고 다친 날 바로 계정 중지를 했다.


배민커넥트 하다가 사정이 생기면 바로 계정을 중지시켜야 한다. 

고객센터 카톡상담으로 잠시 쉬고 싶다고 하면 임시 계정중지 링크를 보내준다. 매주 수요일에 일괄처리된다. 


배달을 안 나가니까 답답하고 심심한데 

다시 배달을 시작하려니 자전거 타기가 두려워지고 어쩌면 좋나


그래도 자전거를 가지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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