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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진 May 20. 2020

마지막을 준비하는 친구와 함께

친구를 만났다.

내 친구는 많이 아프다. 시간이 얼마 없다. 그래서 오늘 있는 일을 미루고 친구를 만났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친구의 마지막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고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자꾸 내가 그 친구의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울게 될지, 그때 나는 눈물을 참아야 할지 아니면 주저앉아 엉엉 울어버려야 할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건

겪어도 겪어도 도대체 어떤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제까지 있었던 사람이 없어지는 거. 나는 운이 좋게도 아직 아주 많은 사람을 먼저 보내지는 않았다. 그래서 잘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다. 알고 싶지도 않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꼬박 1년이 되었다.

가족의 장례식은 십여 년만에 처음 간 거였는데, 나는 이틀을 내내 울고 할머니 보내드리고 또 울고 또 울었다. 외할머니랑 그렇게 각별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나는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실 때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우리 엄마는 내가 거길 가는 걸 원하지 않으셨다. 굳이 안 가도 된다고 했다. 물론 거기 갔어도 외할머니는 내가 누군지 못알아보셨겠지만.


할머니가 세상에 없어서 그랬다. 정말로 없어져버렸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할머니가 만들었던 음식의 맛은 아직도 기억나는데 할머니가 없다. 이 세상 어디에도. 세상 어느 곳을 뒤져도 할머니를 찾을 수가 없다.


친구가 아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내 앞에 앉아서 떠들고, 맛있는 거 먹고, 놀던 친구가 곧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게 너무너무 이상하다.

그래도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먹고 싶은 음식도 많아서 다행이다. 덤덤하게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은 마음이 아프지만 살아있는 동안에 재미있게 지내고 싶어 하는 친구가 멋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같이 하루만 더 사는 것뿐이다. 하루만 더, 하루만 더. 

그리고 같이 해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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