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마사지사

다시 방문할지 모르겠지만,

by 잰니

매일 12시간씩 일을 하게 된 지 벌써 석 달이 훌쩍 넘었다. 야근의 나의 친구이며, 철야는 선택이 된 요즘.

몇 번이나 허망해졌다가 이내 할 만하다고 느끼고 있다. 아니, 실은 할 만하다고 느끼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상하게 컴퓨터든 휴대폰이든, 멍하니 보고 있으면 생각이 없어지니까.


이런 일상 속 달라진 점은 여럿 있으나 그중에서도 눈에 띈 건 역시 신체적 변화였다.

옆자리에 앉은 동료들은 파스를 늘 구비해놓고 지냈으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좀 희한한 것은, 동료들은 어깨와 목이 아프다는데 나는 가슴께가 아팠다.


무섭지. 가슴께. 이는 유방 관련 질환일 수도 있고 심장 질환일 수도 있었다.

잠들기 전 정전기 돋는 것처럼 찌르르한 느낌이 나면서부터는 무시할 수 없어져 병원에 갔다.

백신을 맞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곳에서 각종 검사를 기다렸다.


혈압은 정상이었다. 어쩐지 평소보다 아프게 혈액을 채취하고 심전도 검사를 받았다.

아마도 생애 처음이었던 듯한 심전도 검사. 대형병원 침대에 누워본 것도 거의 처음이었다. 침대에 상체를 탈의하고 누워, 갈 곳 없는 시선을 천장에 고정했다.

천장에 깔린 타일 무늬가 꼭 펭귄 같았다. 입원 치료 중인 산 사람, 죽어가는 사람, 어린 사람, 늙은 사람 모두 그 천장을 보겠지. 누군가에게는 잠시일 수도,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그것이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천장일 수 있겠지. 조금 더 예쁜 타일을 사용할 순 없을까? 유명한 건축가와 미술가가 지은 성당 천장처럼. 평화로운 벽화를 보며 누워있으면 조금은 덜 외로울 텐데. 뭐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곧 검사가 끝났다.




"깨끗하고 심장은 예쁘네요."


어딘지 졸린 듯한 의사 선생님의 진단. 굳이 예쁘단 표현을 해야 했을까 싶었지만, 이상 없다니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어쩐지 약 처방을 받았다. 아침, 점심, 저녁 3일 치 약을 받아 들고 병원을 나왔다.


커피는 꾹 참고, 약은 꼬박꼬박 먹었다. 찌르르한 느낌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어쩐지 가슴이 저미는(?)듯한 느낌은 다소 덜어졌다. 연휴가 끝났다. 고로 야근이 재개되었다.


여전히 찌르르한 느낌은 나지 않았지만, 뻐근한 느낌은 가시지 않았다.

얼씨구?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팔뚝도 뭉친 것처럼 아프기 시작했다. 이거, 역시 자세의 문제인가?

옆자리 동료는 마시지를 추천했다. 재난지원금으로 최근 마사지를 받았는데, 아주 효과가 좋았단다.


인생에서 딱 두 번 받아본 마사지. 나쁜 기억은 없었다. 최초의 마사지는 중년 남성 마사지사에게 받았는데, 정말 너무 아파서 몇 번이나 비명을 질렀다. 두 번째 마사지는 20대로 보이는 젊은 여성 마사지사에게 받았다. 정말 하나도 안 아팠다. 대화는 하나도 안 통했지만, 몇 번 어색하게 서로 웃었다. 그녀는 마사지해주다가 슬쩍 풀린 내 머리칼을 뒤에서 곱게 땋아줬다. 나는 어쩐지 풀고 싶지 않아서 그 헤어스타일로 남은 여행 일정을 마쳤다.


어쩌면 정말 운동부족, 야근의 연속으로 인한 통증일 수 있어. 집 근처의 마사지숍을 예약했다.




예약일 오후 2시. 헐렁한 흰 티셔츠에 통 넓은 청바지를 입고 나섰다.

지도를 보고 찾아간 어느 건물의 지하 1층. 영 음산한 기운이 돌았다. 아무리 봐도 철 지난 문구점 말고 다른 매장은 보이지 않았다. 결국 가게 전화번호로 걸었더니, "아, 거기로 가셨구나! ㅇㅇ아파트 앞으로 오세요."


발동! 경계심! 불건전한 업소는 아닌지 불안해하며 예약한 곳이었는데.

지도와 다른 곳으로 오라니? 전화 너머 목소리는 택시를 타고 오면 택시비를 주겠다 했다.

ㅇㅇ아파트 앞으로 오라는 말만 듣고 무작정 갈 수 있을까? 어쩐지 내키지 않아 주소를 요청했다.


띠릭. 문자로 주소가 왔다. 겉에서 둘러보고 정식 매장이 아닌 것 같으면 돌아오자.

택시가 한동안 오지 않아 기다리는데, 독촉 전화가 왔다.


"어디예요? 그렇게 멀지 않는데 안 와서."

"택시가 안 잡혀서요."

"아, 그래요. 내가 매장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는데, 안 와서."

"네, 빨리 가겠습니다."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시는 중년 여성의 목소리였다. 어쩐지 친절하면서도 까칠한 듯한 목소리.

어쩐지 나쁜 곳은 아닌 것 같아. 안심하던 차에 택시 차창 너머로 휴대폰을 들고 있는 중년 여성이 보였다. 휴대폰 케이스는 빨간색 지갑형. 아, 제대로 왔구나.


"꼭 택시는 저쪽으로 돌아오더라."


투덜거리는 여성을 따라 건물로 들어섰다. 처음 간 건물보다 훨씬 깨끗한 건물이었다.


"이사하셨나 봐요?"

"예, 그 건물 재건축한다고 나가라 해서. 그 남아있는 사람들은 돈 더 달라고 있고. 아이, 마. 난 추잡시러버서 그런 거."


굉장히 허름한 동네 건물에 대한 소소한 지식과 사뭇 가감 없는 표현에 웃고 말았다.


옮긴 매장은 새 건물의 2층이었다. 입구는 상당히 오래된 목욕탕 입구처럼 어둡고 좁았다.

우리가 매장 안에 들어가자 입구의 발 너머에서 다소 어두운 낯빛의 또 다른 중년 여성이 나왔다.

그리고 새로 만난 그 중년 여성은 나를 좁은 방으로 데려갔다.


"우리 선생님한테 어디 아픈지 말씀드리세요."


나를 마중 나왔던 중년 여성분은 그 말만 남기고 쿨하게 방을 나갔다.


"저.. 원래는 가슴께가 아팠는데 이제 팔뚝까지 아파서요."

"네, 이걸로 옷 갈아입고 누우세요."


아주머니는 핑크색 상하의를 건네주고 잠시 나가 계셨다.

입고 온 옷은 곱게 개어 방구석 비치된 의자에 두었다.


"안경도."

"아, 네."


안경도 옷가지 위에 올려두고 어정쩡하게 침대에 자리를 잡았다.

엎드린 얼굴이 답답하지 않도록 뻥 뚫린 구멍이 있었다. 입이 침대에 살짝살짝 닿았다.

이런 시국에 곤란한데. 입술이 닿지 않도록 앙 다물었는데, 30분 정도 흘러서야 내가 마스크를 벗지 않고 엎드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닿은 곳은 침대가 아니라 내 마스크 안면이었구나...


점심에 컵라면을 먹어서였을까. 엎드린 채로 마사지를 받아서일까. 어쩐지 배가 아파왔다.

마사지받다가 화장실 가는 사람도 있을까? 없겠지. 몇 번의 마사지 중단 위기가 있었지만 가까스로 넘겼다.

대신, 알 수 없는 이유로 마사지 선생님이 잠시 나갔다 오셨는데, 그새 조용한 음악으로 가득 차 잠들뻔했다.


시국 때문일까? 목이나 손 같은 부위 외에는 얇은 이불을 덮은 후, 그 위로 마사지를 해주셨다.

여러 겹을 덮게 되어서 약간의 눌리는 느낌이 있어 더 졸렸던 거 같다.


손 마사지가 가장 좋았는데, 따뜻한 손길이 꼭 엄마 같았다. 한 번도 엄마가 이렇게 손을 어루만져 준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눈을 감고 있으니 더욱 그랬다. 뭔가 이상한 위로 같은 게 있었다.




"하체는 괜찮은데, 상체는 너무 야위어."

아주머니는 접종 후 기운이 없어서 염소를 벌써 두 마리나 먹었으며, 하루에 1,000보는 걸으려 한다고 말씀해주셨다. 윗가슴을 마사지해주시면서. 다른 데 마사지할 때에는 대화 시도하지 않으셨잖아요... 당시에는 최대한 어색하지 않으려고 갖가지 리액션을 해댔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하다. 1,000보 정도는 노력 안 해도 걷지 않나? 10,000보를 얘기하고 싶으셨던 걸까?


집에 와 뜨끈한 물로 샤워하고 초저녁에 잠들었다. 선풍기 바람을 솔솔 느끼며.

자고 일어나니 허리, 발목, 상체 전반. 안 아픈 데가 없다.

역시 운동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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