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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잰니 Oct 25. 2021

타로, 흔들리는 모든 존재들에게

당신의 안녕한 밤을 기원하며

초등학교 고학년쯤, 타로카드가 유행한 적이 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색색깔의 예쁜 타로카드 세트를 팔았고, 아이들은 구깃구깃한 종잇장에 적힌 해석을 보며 서로 점괘를 봐주곤 했다.

같은 카드인데도 정방향과 역방향의 의미가 180도 달라지는 것이 신기했다. 그땐 미래가 진짜 궁금해서라기보다는 그림이 예뻐서 좋아했던 듯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과거를 제외한 모든 시제가 불안해질 즈음, 예쁜 것보다는 확실한 점괘를 원했다. 이보다는 나아질 거라고, 보다 안정적으로 될 수 있으리라고 말해줄 신성한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것은 때론 유명 신인작가의 등단일을 맞췄다는 도사님이었고, 때로는 출판계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사주카페 사장님이기도 했다.


농담조로 ‘한 샤머니즘 한다’ 던 나는 1년 전쯤부터 이른바 ‘미래예측비’에 돈을 쓰지 않았다. 삶에 어떤 확신이 생겼거나 종교가 생겨서는 아니고, 각기 다른 곳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설명을 듣고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럼에도 내가 끊지 못하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타로’다.


돈을 안 썼다면서? 안 썼다. 돈. 

근데 어떻게 타로를 봤냐고? 정답은 유튜브다.

없는 것 없이 다 있다는 유튜브 세계에서 내가 꾸준히 소비하는 콘텐츠가 유튜브 타로다. 방식은 이렇다. 타로 마스터는 오늘의 주제를 소개하고-보통은 연애운이나 다음 달 총운 평이다.- 카드를 섞기 시작한다. 이 카드에서 한 장, 저 카드에서 한 장. 여러 장을 뽑아 4개에서 5개 정도 그룹을 만들어 둔다. 뒤집힌 상태에서 시청자들은 마음속으로 카드를 선택하고, 타로 마스터는 차례대로 해설을 시작한다.


'제너럴 리딩이니 재미로만 봐주세요.'

어떤 채널이든 적혀 있는 말이다. 하지만 댓글을 보면, 아무도 재미로 보고 있지 않은 듯하다. 

어쩐지 이 채널들은 자못 댓글이 더 재밌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이 뽑은 번호를 댓글로 남기면서,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 때문이다.

대체로 사랑앓이를 하는 사람이 가장 많고, 점괘대로 되었다는 사람도 간혹 있으며-그런 글에는 '기 받아간다'는 댓글로 넘친다-취업이나 시험을 앞두고 불안했는데 조금은 기운이 난다는 사람도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중에 '익스플레인: 세계를 해설하다' 점성술 편이 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잠깐 점성술학을 공부하신 적이 있어 나도 아주 조금은 익숙한 장르였다.

그 다큐멘터리에서는 초기 점성술은 점성학과 괘를 같이 했지만, 어느 한순간부터 비과학과 과학으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점성술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들은 이미 지구가 기울어지면서 모두 의미 없는 데이터가 되어버렸단다.


이런 흥미로운 사실들을 모두 제쳐놓고, 내게 울림을 주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별로 갖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점성술에 더 끌리고 별자리 운세를 더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도권. 결국은 내가 스스로 삶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느끼니까 불안한 것이었다.

내 행복이 내가 결정하지 못하는 것들에 매달려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 셈이었다.


한때는 연초마다 사주를 보러 가는 어머니와 친척들이 못내 못마땅했던 적이 있다.

'왜 그런 곳에 돈을 쓰지? 돈 아깝다' 뭐, 그런 마음이었다.

하지만 거대한 취업 시험 앞에서 번번이 스러져갈 때, 나 또한 그렇게 유명하다는 곳에 사주를 보러 갔고,

그 행위에서 못내 위안을 얻었다.


사실은 모두 불안했던 것이었구나.

 각종 샤머니즘에 빠진 사람들을 함부로 예단할 것이 아니라,

삶의 주도성을 잃지 않은 자신의 '운 좋음'에 대해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유튜브 타로 채널을 방문하는 사람들도 저마다 다른 이유로 영상을 보겠지만,

대체적으로 알 길 없는 짝사랑 상대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지나간 인연에게 연락이 오길 바라며,

지금 마주한 힘겨운 일들이 언제쯤 끝날지 비틀거리고 있으리라.

나는 그 연약한 마음들이 한데 모여 있는 그 현장에서 오히려 불안함을 거둬들이는 듯도 하다.


너만 불안한 것이 아니라고.

우리 모두 불안해하고, 알 길 없는 것들에 궁금해하면서 맘 졸이고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으니까.


또 타로 마스터들은 어찌나 한결같이 다정한지. 

카드 섞는 소리, 향초 불타는 소리, 자그맣게 조곤조곤 설명해주는 타로 마스터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솔솔 잠이 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타로 채널 몇 개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글을 읽는 모두 안녕한 밤 보내시길.



▶ 위로가 되는 최애 타로 마스터, 타로묘묘

https://www.youtube.com/c/myomyo


▶ 연애운 마스터, 타로나비드

https://www.youtube.com/channel/UCB1youiq3-4zuCLyH_uve0w


▶ 타로 입문요정, 타로호랑

https://www.youtube.com/c/%ED%83%80%EB%A1%9C%ED%98%B8%EB%9E%91


▶ 신흥강자 타로 마스터, 타로즈

https://www.youtube.com/channel/UCeRIQSGZ72QJis2t9nGD13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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