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아무리 많이 불어도
쓰레기가 날아오지는 않을까, 간판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는 끝없는 평원.
간간이 부딪히는 말의 몸은 따뜻했고
갈기는 빗자루 같기도 머리카락 같기도 했으며
털은 보드랍고 따스했다.
산 꼭대기의 절까지 안내해 주는 경비원 역할을 하는 개가 있고,
(경비원 아저씨가 돌아가신 후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나타나 사람들을 정상까지 안내해 준다고 했다.)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고양이가 있고,
말들과 함께 달리는 늑대를 닮은 개와
나를 태우고 아주 천천히 돌들을 피해 가는 나의 말이 있는 곳.
서울로 돌아가면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들이 아주 답답하게 느껴질 것 같다.
생명체는 다 무섭다고 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게르 안으로 들어온 고양이를 가만히 지켜보고,
말이 넘어지지 않도록 마음속으로 말을 걸어주면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체의 온기가 이토록 위로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아직도 가끔 눈을 뜨면 이 모든 현실이 꿈이길 바라지만,
깨어나면 그리울 꿈같은 현실들이 쌓인다면
언젠가 현실도 좋아할 수 있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