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대하고 온 여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충분히 무언가를 채우고 있는 기분이다.
인생에서 아주 큰 이야기들이 지나갔고
나는 내가 변한 건지 원래의 나를 찾은 건지 알 수가 없다.
지금 아무리 '혹시'라든가 '만약'이란 단어를 떠올려도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의 일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여기에 있다는 것.
시골 냄새가 나는 게르 문 틈으로 바람 따라 흔들리는 갈대들과
저 멀리 산과 하늘, 그리고 태어나서 본 것 중 가장 많은 가축들.
서울이었다면 기겁했을 벌레들을 툭 쳐서 털어내면 그만이고,
누군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무감 없이 그저 풍경을 내 눈에 담아내고.
인간은 혼자가 되면 나약해진다고 하지만
때로는 혼자여서 해낼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선택하는 것도 선택하지 않는 것도 결국 나의 선택이니,
이미 지나온 것은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의 일도 조금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방향을 선택할 것이다.
좋은 기억들이 아주 오래 남아서,
떠나는 날 좋은 삶이었다고.
그런 삶을 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