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무서워요. 부담스러워요.
"보건 샘! 올해는 샘이 아침에 진짜 중요해요. 아침에 현관에서 바로 유증상자 감별해서 별도 시험실로 옮기느냐 마냐를 샘이 결정해야 해요. 아침에 열화상 카메라에서 열감지가 되면 샘이 비접촉식 체온계로 다시 체크하고요. 그래도 37.5 이상이면 일시적 관찰실로 이동시켜 주세요. 이때 일시적 관찰실 담당요원 샘 2명이 모시러 올 거니까 샘이 직접 움직이지 말고 전화로 연락을 해주면 돼요. 일시적 관찰실에서도 열이 있거나 유증상이 있으면 별도 대기실로 옮기고 거기서 문진표 작성하고 별도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게 되는 거예요."
카랑카랑한 교무부장의 목소리가 귀속을 파고든다. 매년 수능 보건요원을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 수능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감염병관리자라는 중차대한 명칭이 주어졌다.
유증상자가 엄청 많이 생기면 어떡하지? 총 16명까지만 수용이 가능한 별도 시험실이 부족한 거 아닌가? 그건 교무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열화상 카메라가 오작동하면 어떡하지? 수능 치르고 있는데 확진자가 나왔다고 연락이 올 수도 있나? 보건실 환자가 중간이 열이 펄펄 끓으면 고사본부로 연락하면 되는 거야? 하루 온종일 방호복을 입고 있는 게 낫겠지? 온갖 걱정들이 머릿속을 배회한다.
"자! 감염병 담당자, 별도 시험실 담당자들 사전연수는 끝났고요. 샘들은 특별히 시뮬레이션이 필요해요. 유증상자들이 다른 수험생들과 겹치지 않게 동선을 확실히 익혀주셔야 해요. 따라오세요."
씩씩한 교무부장의 진두지휘에 따라 아침에 수험생들이 입장하는 동선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역할을 숙지한다. 수능이라는 단어와 여간해선 조합이 힘든 단어들인 방호복, 열화상 카메라, 유증상자 가 올해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6시 30분부터 근무를 시작하기 위해 6시에 출근해서 열화상 카메라를 세팅하고, 방호복을 입고, 일시적 관찰실 선생님들과 호흡을 미리 맞춰본다. 밖은 아직도 새벽어둠이 짙게 깔려있는데 6시 30분 수험생 입실시간의 시작과 동시에 긴장한 표정의 수험생이 입실하기 시작한다.
"학생들! 간격 유지해주시고요. 손 소독하시고, 열화상 카메라 앞으로 천천히 이동해주시면 됩니다.
아~ 네 고마워요. 체온 체크 잘 되고 있습니다. 네 학생 체온 체크 잘 되셨습니다. 아이고, 우리 목도리 학생은 체온이 조금 높게 체크되었네요. 잠시만 비접촉 체온계로 체온 좀 재볼게요. 미안해요. 아~네 정상체온이에요. 다행이에요. 고마워요. 이쪽 계단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네네"
긴장하고 힘들고 짜증 날텐 데도 나의 안내에 차분히 따라주는 수험생들이 너무 고맙다.
'고생이 많다. 그 갑갑한 마스크를 일 년 내내 썼는데 수능까지도 마스크를 쓰고 시험을 치러야 하는구나. 아이고 어쩌니..'
안쓰러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응원을 하고 있다.
"학생 시험 잘 보세요. 파이팅!"
사상초유의 고3을 보낸 안쓰러운 아이들이 씩씩하게 선생님 고맙다며 꾸벅 인사를 하며 간다.
내가 뭐가 고마워. 안 아프고 열 안 나서 모두 일반 시험실에서 시험 볼 수 있어서 내가 더 고맙다. 좀 갑갑하겠지만 꼭 끝까지 무사히 시험 잘 치러야 해.
감염병관리자라고 샘이 너무 벌벌 떨었네. 코로나 수능 치르기 위해 가장 고생했을 너희들이 오늘 아침에 얼굴 보니까 떠오른다. 아이고 미안해.
그래도 우리 아무 일 없이 수능 잘 치러서 행복하다. 다 너희들 덕분이야. 고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