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 Feb 24. 2023

나도 유튜버가 될 수 있을까?

Chat-GPT로 첫 영상을 만들기는 했는데..

요사이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비슷한 제목의 영상들이 너무 많다.

'2시간 투자로 월 100 버는 방법'

'한국인이 몰라서 못하는 월 200 그냥 버는 방법'

'복사+붙여 넣기로 집에서 월 200 쉽게 버는데 왜 안 해?'


아 진짜? 돈 벌기가 그렇게 쉽다고?

제목에 혹해서 클릭해 보면 하나같이 모두가 '유투버'가 되라고 한다.

알려주는 방법들도 무척이나 구체적이고, 잘 따라 하기만 하면 로또 당첨만큼 큰돈이 막 들어올 것 같은

느낌마저 안겨준다.

'내가 진짜 시대에 너무 뒤떨어져있었구나. 다들 이렇게 쉽게 쉽게 돈 벌고 있는데 나는 월급하나만 바라보고

근검절약을 외치며 살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맨날 이러고 살지.. 이 기회에 나도 진짜 유튜브를 좀 해봐?'


사실 나는 2년 전에 호기롭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영상도 4개씩이나(?) 만들었던 경험이 있다.

두통약에 대해서도 만들어보고, 소독약에 대해서도, 스팀청소기 리뷰도.. 이것저것 내 딴에는 잘 아는 분야와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은 것들을 하나씩 건드려보고 있었다.  


아뿔싸! 그러다가 유튜브 영상제작을 그만두게 된, 악플로 점철 지어진 문제의 영상을 제작하게 되었는데,

바로 '제빵기 리뷰'였다. 당시는 초창기 코로나 시국이라 사람들이 무서워서 마트도 안 가던 무시무시한 역병의 시기였다. 이렇게 흉흉한 사회분위기를 틈타 역병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고, 집에서 안전하게 빵을 만들어먹는 홈베이킹용 제빵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유튜브에 몇 개의 영상을 업로드해본 결과 스팀청소기 리뷰영상이 폭발적으로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걸 확인하고는 '홈베이킹용 제빵기'도 리뷰영상을 찍었다.

'이번 영상은 직접 빵까지 만들었으니까 지난번 스팀청소기를 뛰어넘는 조회수 떡상 영상이 되겠지? 우와... 나 이러다가 백만 유투버 되고 막 그러는 거야?'

업로드 버튼을 눌러놓고 흐뭇한 상상에 빠져있었지만, 나의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여기서 적나라하게 도출되었다. 앞뒤 따지지 않고 덤벼드는 야수의 심장 같은 실행력은 정말 좋은데, 그에 비해 실행의 결과물은 너무나 형편없이 헐렁하다는 것이다.  이 형편없는 결과물을 최소한의 수정작업도 거치지 않은 채 턱 하니 야생의 유튜브 세계에 업로드를 하고야 만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제빵기 리뷰면 최소한 빵이 제대로 만들어는 졌어야 했다. 내가 만든 빵은, 빵이라고 하기엔 퍽퍽한 스콘 같고, 스콘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풀어있는 이도저도 아닌 이상한 '밀가루 덩어리' 같았다. 착하디 착한 나의 아들이 늘 엄마의 근본 없는 요리의 마루타가 되어 영혼 없는 '맛있어요'를 연발했기에 그 밀가루 덩어리를 나는 진짜로 맛있고 보기 좋은 '빵'이라고 생각했고, 또 있는 그대로 영상을 찍었던 것이다.


이 '밀가루 덩어리 영상'은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악플러 하이에나'의 먹잇감이 되어 뼈도 못 추리는 말 그대로 '순살 영상'이 되고야 말았다.

'사람들 진짜 못됐다. 영상이 별로면 안 보면 될 것을 무슨 악플을 이렇게 심하게 달어?'

간혹 너덜너덜 해져있을 채널 주인을 위로해 주는 댓글도 있었지만 나는 '영상이 별로면'이라는 워딩에 꽂혀 다시 한번 뼈를 맞고야 말았다.


문제의 '순살 영상' 이후 유튜브 영상제작에 대한 모든 동력을 잃고, 폼나는 크리에이터 대신 남의 영상을 재미있게 보는 평범한 시청자로서 2년을 보냈다. 역경의 과정을 잘 이겨내야 했을 테지만 게으른 내가 핑계 삼기 딱 좋은 사건이 생기면서 별 죄책감 없이 포기했다는 것이, 사실은 가장 진실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다시 유튜버가 되고 싶다.

부수입을 올리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AI 등장 이후로 영상제작이 획기적으로 쉬워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강렬하게 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요새 핫 하다는 'Chat-GPT와 영상제작 AI 프로그램으로 10분 만에 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영상을 보고 바로 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내 큰 벽에 부딪히고야 말았다.  chat-GPT  쓰는 법을 배워야 하고, 또 Pictory라는 영상제작 AI 사용법을 배워야 하고, 또 한글을 더빙해 주는 Vrew라는 프로그램도 배워야 했다.

'이 모든 프로그램들에 익숙한 사람들이야 10분 만에 뚝딱 영상을 만들어 내겠지만 나 같은 완전초짜는 이거 하나하나 배우다가 몇 날 며칠 걸리겠다. 이걸로 무슨 돈을 벌어. 에이 다 때려치우자'

낯선 프로그램들이 생각대로 잘 안 풀릴 때마다 '다 때려치워'를 연발했지만, 한편으론 재미가 있었다.

뉴스에서 chat-GPT를 너무 많이 떠들어서 저게 도대체 뭘까 했는데, 내가 그 핫한 프로그램을 직접 써보고, 영상제작까지 하고 있다니 스스로가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이틀간의 고군분투 끝에 여러 AI 프로그램들로 드디어 첫 영상이 만들어졌다.

물론 많이 형편없기도 하고, 개성도 없고,  나만의 색깔이 있는 독창성 있는 결과물은 아니지만 새로운 기술을 하나하나 익혀서 결과물을 만들었다는 그 자체가 행복감을 준다.



나도 유튜버가 될 수 있을까?

영상을 만들고 올리면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야 있겠지만, 수익을 창출하고 자신의 색을 가진 유튜버가 되기까지는 아주 험난한 과정이 있을 것이다. 나는 멋진 크리에이터가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신 기술을 익혀서 도전하는 내 모습에 만족하기 위해서 다시 유튜브를 시작했다.



첫 번째 영상의 주제는 '계란의 효능'이다.  계란을 주제로 정한 이유는 별다른 것은 없고,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는 식재료 중 하나이고, 계란이 의외로 효능이 많아서 프로그램 습득용 첫 영상으로 만들기가 쉬워 보였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yo5ug1U0AA0

허접한 4분짜리 이 영상 하나를 만들면서 배우게 된 프로그램이나 사이트가 정말 엄청나게 많다.

1. chat-GPT - 시나리오 만들 때

2. Pictory - 영상 만들 때

3. PAPAGO - 시나리오 만들 때

4. Pixabay - 저작권 없는 영상, 이미지 다운로드할 때

5. Vrew- AI 음성 더빙할 때

6. Canva- 섬네일 만들 때

7. 망고보드- 채널아트 만들 때

내가 영상을 만들고 뿌듯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들은 이미 다 편하게 쓰고 있던 신기술들을, 이제라도 하나씩 배워나가고 있는 내 모습이 스스로에게 무척이나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떡상하는 채널을 만들겠다는 큰 포부보다는, 어제는 몰랐던 신기술을 조금씩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는 내 모습에 소소하게 만족하면서 조금씩 영상에 내 색깔도 입혀야겠다는 꿈도 가져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친절한 일본 사람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