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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 Jun 17. 2024

황홀한 달리기

주말 꿀잠도 달리기를 이길 수 없다

우리 집 멍멍이를 끌어안고 뭉기적 거리며 이리 뒹굴 저리 뒹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행복한 나의 주말아침 풍경이었는데

요사이엔 주말에도 새벽 6시면 눈을 번쩍 떠서 주섬주섬 옷을 입고 뛰러 나갈 준비를 한다.

세상에 내가.. 뛰고 싶어서 주말아침에 꿀잠을 뒤로하거나,

불금의 맛있는 술들을 주말 러닝에 지장이 있을까 봐 쪼끔 먹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는다. 



나 진짜 러닝에 중독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 힘든 러닝에 어떻게 중독이 될 수가 있을까?  나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뛰다 보니까 중독이 될 수밖에 없는 마력의 운동이 러닝이었다.


10k 뛰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이 드는데 기록은 줄어들지 않아서 슬슬 재미가 줄어들고 있는 때였다. 

'더 빠르게 뛰고 싶으면 속도를 줄이세요'라는 역설적인 영상을 보았는데,

천천히 뛰면서 체력을 쌓게 되면 나중엔 저절로 빨라진다는 내용이었다. 



그렇구나.. 

내가 러닝도 조급하게 결과만을 바라고  조금이라도 빠른 시간 내에 들어오려 힘들게 뛰기만 하니까

재미는 없고 고통스럽기했었던 것이다.  아직 6개월도 되지 않은 초보러너가 근력도 생기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빨리 뛰려고만 하니 얼마나 몸이 고달팠겠는가. 뛰고 나면 무릎이며 고관절이며 욱신거리고 아팠던 모든 것이 욕심이 부른 결과들이었던 것이다. 



영상의 처방대로 "숨이 차지 않는, 옆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뛰어보았다.

어머나.. 이게 웬일인가..

달리기의 고통이 없어진 대신, 주변의 풍경도 보이고, 내 몸 구석구석의 움직임도 느껴지고, 

내 호흡소리도 들리기 시작한다. 고통이 없으니 뛰고 있는 순간순간이 그렇게 행복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러닝 할 때 듣고 싶은 음악까지 세팅해서 귀에 꽂고 달리니 나만을 위해서 온 세상이 준비된 것처럼 황홀하기까지 하다.



내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아름다운 BGM이 깔리는
한 장면의 주연배우로 멋지게 뛰고 있는 것 같다. 

 머릿속의 모든 고민도 뛰고 있는 순간엔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오로지 나의 몸의 움직임, 호흡, 코스, 주변풍경, 음악소리만이 '뛰고 있는 이 순간의 나'를 감싸고 있다. 




아... 이거구나. 나에게 맞는 속도로 달리기!  그래야 달리기가 행복하구나!

달릴 때마다 한 시간 정도, 10k 정도 뛰고 나면 힘이 들어서 더 달리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는데

나에게 맞는 속도로 천천히 뛰니 달리는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정도로 행복해서 계속 뛰었다.

문득 시간을 보니 2시간이 지나있었다. 

몸은 온통 땀으로 젖고, 두 시간을 꽉 채워 명상에 가까운 달리기를 하고 나면

'빠르게 달려서 느끼는 성취감'보다 '더 깊은 만족감'이 쫙 밀려온다. 

이맛을 한번 보고 나니.. 주말 아침에 뒹굴거릴 수가 없다. 요사이 더위진 탓에 아침시간을 놓쳐버리면

산속에 들어가야 하거나, 저녁까지 기다려야 하므로 이 귀한 아침시간을 어찌 침대에서 보내겠는가..




쓰다 보니.. 누가 보면 한 십 년은 뛴 러닝전문가나 되시는 줄 알겠지만은 

초보러너니까 느끼게 되는 달리기에 대한 신선한 충격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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