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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 Oct 27. 2024

사기도 당해 봤어?


은수 : 사기도 당해 봤어?
나 : 시작하자마자 배대지에 크게 한방 당하고 시작했지. 모르면 당할 수밖에 없더라.



막상 중국에서 상품을 수입하려니 무서웠다. 구매대금을 보냈는데 상품을 안 보내준다 거나 계약한 상품이 아닌 이상한 다른 상품을 보내거나 적게 보내 놓고 발뺌할까 봐 걱정이 됐다. 나는 중국어도 못하고 중국 시장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르는 데다가 문제가 생겨도 업체로 쳐들어 갈 수도 없다. 그래서 배대지를 통해 구매대행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배대지 사이트에 구매요청서를 욜리면 배대지에서 상품을 직접 구매해서 한국으로 보내준다. 대신에 상품 가격의 6%를 수수료로 받는다. (구매대행 수수료는 배대지마다 다르다.) 배대지 고객센터와는 한국말로 소통이 되기에 안심이 됐고, 중국 판매자와 문제가 생겨도 내 편이 되어 해결해 주리라 믿고 진행했다.


상품이 한국에 도착한 이후에는 교환이나 반품 비용이 많이 들어 곤란하기 때문에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배대지에서 주문한 상품이 제대로 도착한 게 맞는지 검수해 준다. 배대지에서는 원산지표시 서비스도 해준다. 판매를 목적으로 수입하는 상품은 사업자통관으로 수입해야 하는데 사업자통관을 위해서는 모든 상품에 원산지표시가 되어 있어야 한다. 상품을 구매하면 made in china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수입을 하려면 이 스티커가 모든 상품에 붙어 있어야 한다. 이 작업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통관이 안 된다. 상품 전체를 폐기하거나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보수작업을 해야 한다.


나는 원산지표시 비용 때문에 큰 손해를 본 적이 있다. 원산지 표시 비용은 배대지마다 다른데 내가 이용한 배대지는 스티커 한 장을 붙이는데 100원이었다. 옷이나 가방 등은 스티커가 아닌 봉재로 해야 해서 비용이 더 비싸다. 원산지표시 서비스를 요청하면 배대지에서 작업하고 배송비와 함께 청구된다. 원산지표시 비용의 존재를 알게 됐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비용이 발생해 당황했다. 헤어악세사리는 자잘하고 수량이 많기 때문에 개당 비용으로 계산을 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 관부가세와 배송비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거기에 원산지표시 비용을 더하고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것 같았다. 배대지에 원산지표시 작업을 반드시 벌크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별포장이 어렵거나 크기가 작은 상품인 경우 여러 개를 한 봉지에 담고 한꺼번에 원산지 표기한 것도 인정해 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머리끈 100개짜리 묶음 하나를 봉지에 넣고 겉에 원산지표시 스티커를 붙이는 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작업이 제대로 안 될까 봐서 하루에 2-3번씩 확인하고 또 신신당부했다. 그때마다 배대지 담당자는 걱정하지 말라며 안심시켰다.


상품이 모두 배대지에 도착하고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배대지에서 배송비를 결제하라는 메시지가 왔다. 결제페이지를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상품 구매금액이 110만원이었는데 배송비가 56만원이 나왔다. 원산지표시 서비스 비용이 43만원이나 청구됐다. 상품 수량대로 개당 100원씩 모두 청구가 된 것도 모자라 실제 수량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 청구됐다. 묶음 되어 있는 머리끈은 벌크로 작업해 달라고 말해봤지만 배대지는 이미 작업이 완료돼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내 상품이 배대지에 담보로 잡혀 있었다. 나는 얼른 물건을 받아야 했고 돈을 내지 않으면 상품들을 받을 수 없었다. 상품 구매 비용을 날릴 수 없으니 돈을 보내고 물건을 받기로 했다.


나는 상품을 받고 나서 더 분노했다. 100개짜리 머리끈 묶음이 봉투 하나에 들어 있고 스티커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나에게는 상품 하나씩 일일이 작업했다며 비용을 청구해 놓고 실제 작업은 벌크로 해서 보냈다. 실제 작업을 개별 상품 작업으로 하고 개당비용을 청구했다면 이렇게까지 화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스티커 한 장 붙이는데 작업비로 만원을 챙기다니. 이게 한 봉지라면 만원 손해보고 말 일지만 무려 43만원어치를 당했다.

나는 실제 스티커 개수를 일일이 다 셌다. 개별 상품으로 스티커 작업이 되어 있는 상품과 벌크로 작업이 되어 있는 상품을 나누고 스티커 개당 100원을 지불한다면 얼마를 내야 하는 걸까 계산했다. 5만원이 나왔다. 사실 이 금액도 억울한 금액이기는 했지만 작업한대로 비용을 지불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벌크로 작업된 상품들 사진을 일일이 찍어 배대지에 보내고 원산지 표시비용 환불을 요구했다. 머리끈 한봉지에 스티커 한 장이 붙어 있는 사진을 보내며 이 스티커 한 장 작업 비용이 만원이 맞습니까? 라고 항의했다. 배대지도 너무 심하다고 생각했는지 7만원을 계좌로 환불해 주었다. 31만원을 더 환불받아야 했지만 쌓여 있는 상품들을 보니 배대지와 싸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아 이렇게 당하고 돈을 떼이는 구나. 총 손해 금액 31만원 마음속에 분노 금액을 기록했다.


당장 다른 배대지로 바꿀까 했지만 무슨 오기가 발동했는지 손해본 금액을 모두 보전할 때까지 이 배대지를 계속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계속 이 배대지를 통해 상품을 수입하면서 배대지가 실수를 해 금액을 잘못 산출해도 나는 자비 없이 모르는 척했다. 내가 당한 걸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만회를 해야 했다. 화가 난다고 배대지를 바꿔버렸다면 손해 본 채 끝났겠지만 나는 야금야금 보전해서 마음 속 분노금액으로 담아둔 손해가 거의 없어진 상태다. 나는 비로소 미련 없이 다른 배대지로 갈아탈 수 있게 됐다.


배대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다른 배대지를 기웃거렸다. 3번정도 각각 다른 배대지를 통해 상품을 받으면서 깨달은 것은 다른 배대지로 변경해도 별 수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배대지에서 내 돈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배대지마다 다른 항목을 덧붙여가며 수수료와 배송비를 뻥튀기 했고 나는 매번 새로운 형태의 속임수에 당했다. 잘 모른다 싶으면 여지없이 말도 안 되는 큰 금액을 부과했다. 금액이 이상하니 다시 확인해 달라고 하면 해당 항목은 수정하고 다른 항목을 또 붙여서 견적서가 왔다. 창고비를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포장방식과 배송방식을 마음대로 바꿔 비용을 부과하고 중국내 배송비를 교묘하게 많이 청구하기도 했다. 매번 속이려고 작정한 사람들과 싸우다 보니 시간만 지체되고 나만 급해졌다. 같은 업체를 쓰면 적어도 같은 지점에서 계속 돈을 떼이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나는 처음 쓰던 배대지로 돌아왔고 지금까지 쓰고 있다.


배대지를 통해 상품을 받으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두가지다. 한가지는 상품을 수입 과정에서 급하면 안 된다. 쇼핑몰에 상품이 품절되어 하루라도 빨리 상품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면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는데도 끌려갈 수밖에 없다. 급하다 보면 알면서도 당해줄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여러 차례 확인 요청을 하고 집요하게 항목에 대해 확인하고 정정을 요청해야 한다. 다른 한가지는 하나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다 보면 한걸음 한걸음이 너무 힘들고 피곤해서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하나에서 손해를 보면 다른 쪽에서 득이 있다. 나에게 과도하게 비용을 청구하고 나서 까다로운 작업도 꼼꼼하게 확인해 준다. 실제로 그러한지는 모르겠지만 수량이 많고 비슷한 상품이 많아 너무 복잡해서 액세서리류는 취급을 하지 않는데 내 상품만 해 준다고도 했다. 덕분에 나는 소량 다품종 상품들도 수입해서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손해가 발생했을 때는 따져서 바르게 고칠지 알면서도 넘어갈지 고민을 한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취할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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