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 : 상품은 어디서 가져와?
나 : 1688이라고 중국 도매 사이트가 있거든. 사람들이 알리 직구라고 말하는 알리익스프레스는 소매로 살 수 있는 사이트고 도매 사이트는 따로 있어.
쇼핑몰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판매할 아이템을 정한다. 시장조사를 하고 도매몰에서 적절한 원가 상품을 찾아 구매하고 판매를 시작한다. 나는 시작부터 뒤죽박죽이었다. 뭘 팔지 아이템을 정하지도 않고 뭘 어쩌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국내 도매몰에 들어갔다. 찾으려고 정해둔 물건이 없었으니 도매몰은 그저 어지러운 만물상 같았다. 이틀동안 헤매다가 가장 만만해 보이는 머리끈을 10만원어치 구매했다. 여기서 만만해 보인다는 것은 팔아 볼만하다는 것이 아니라 팔다가 못 팔면 그냥 내가 쓰지 뭐. 라는 마음가짐이었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헤어악세사리는 사전 시장조사를 했다면 절대 선택할 수 없는 경쟁이 몹시 치열한 카테고리다. 그때 나는 무식하고 무모했다.
상품을 쇼핑몰에 올리려고 보니 이미 다른 쇼핑몰에 올라와 있는 상품들이 내가 도매몰에서 구매한 상품 가격보다 훨씬 쌌다. 마진을 얹어서 팔기는커녕 사온 가격 그대로 팔아도 가격경쟁력이 없었다. 뭔가 잘못됐다. 나는 분명 도매몰에서 물건을 가져왔는데 이 쇼핑몰 사람들은 물건을 어디서 사오는 거지? 동대문이나 남대문에 직접 가면 더 저렴한 상품들이 있으려나 싶었지만 그때는 코로나가 창궐해 동네 마트에 가는 것도 꺼리던 시기여서 산 넘고 물 건너 도매시장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이 가격에 판다는 것은 분명 어디선가 좀 더 저렴한 도매가로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디서 상품을 가져다 파는 것일까. 나도 이 가격에 상품을 사다가 팔고 싶었다.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도매와 수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알리직구’로 익숙한 알리바바 그룹에는 크게 4개 사이트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글로벌 소매) / 알리바바(글로벌 도매) / 타오바오 (중국내수 소매) / 1688(중국내수 도매)이다. 글로벌사이트인 알리익스프레스와 알리바바는 영어를 지원하고 해외 신용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다. 한국으로 바로 배송도 된다. 중국내수용 판매처인 타오바오와 1688은 영어지원이 안 되어 중국어를 해석하면서 봐야 하고 중국 내 주소지로만 배송이 된다. 한국으로 배송이 불가능 하기 때문에 배대지를 통해 배송을 받아야 한다.
복잡함과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1688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다른 사이트들도 한국 물가를 생각하면 저렴하긴 하지만 1688은 더 싸다. 하나 살 때는 100원 차이지만 100개 사면 1만원, 1000개 사면 10만원, 10000개 사면 100만원 차이가 난다. 수량이 많아지면 작은 가격차이도 크다. 그래서 한국에서 중국 상품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1688에서 상품을 구매한다.
알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알지 못할 때는 전혀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고 헤매게 되는 정보들이 있다. 처음 중국 도매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는 간단한 일조차도 2박 3일 검색해야 했다. 중국에서 상품을 수입해서 파는 일은 감히 시도해 볼 수 없는 큰 일 같았다. 이건 어디서 사? 라고 물으면 간단하게 대답해 줄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쉽게도 주변에 쇼핑몰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문제와 궁금증은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산 상품을 저렴하게 사다가 팔려면 1688에서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정보는 찾았다. 상품을 중국 내 배대지로 보내고 배대지에서 다시 나에게 보내준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배대지는 어디를 써야 하지? 한국 신용카드로 결제가 안 된다는데 결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최근 1688은 한국 신용카드와 카카오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개편했다) 사업자통관을 해야 한다는데 그건 뭐지? 여러 업체 상품을 모아서 받아야 하는데 이런 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거지? 문제를 하나 풀고 나니 더 많은 퀘스트들이 앞에 펼쳐졌다. 뭔가 더 어려운 레벨로 진입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