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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 Oct 27. 2024

시작글

쇼핑몰이나 한번 해 보지 그래? 요즘은 직장인들도 부업으로 많이들 한다던데. 친구는 간단하게 쇼핑몰 창업을 추천했다. 그리고 쇼핑몰 창업 관련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해 나에게 보냈다. 그 때쯤 코로나 위기 단계가 높아졌고 집에 갇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정말 쇼핑몰이나 해 볼까? 나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쇼핑몰을 갑자기 시작하게 됐다. 4년 전 일이다.


친구가 보내준 책은 무재고로 운영하는 위탁쇼핑몰에 대한 이야기였다. 개념은 간단했다. 상품을 미리 사다가 재고를 쌓아 두고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도매몰에 있는 상품을 쇼핑몰에 올려 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도매처에 발주를 넣는 방식이다. 배송 주소를 주문 고객 주소로 입력하면 도매처에서 고객에게 바로 상품을 발송한다. 재고 없이도 쇼핑몰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부업으로 쇼핑몰을 시작하게 됐다. 이게 뭐야? 그럼 나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상품을 좋다고 말하면서 고객에게 판매하고, 고객이 불량이라고 우기면 상품에 대해 알지도 못한 채 욕도 들어야 하네? 나는 상품이 잘 팔린 후에나 일어날 일까지 미리 걱정하며 겁먹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어렵더라도 그냥 내 상품을 갖다 놓고 팔아보자! 책을 다 읽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죽도록 고생했다. 1인 쇼핑몰은 상품을 사 오는 일도, 판매하는 일도, 발송하는 일도, 고객을 응대하는 일도 모두 내 손을 거쳐야 했다. 낮에는 종일 택배 포장을 했다. 주문이 많지도 않았는데 서툴러서 오래 걸렸다. 직장 생활 내내 책상에 앉아 손가락으로만 업무를 하던 나에게 택배 포장은 너무도 고된 일이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책상에 앉았다. 도매처에 주문을 넣고 신상품을 쇼핑몰에 올렸다. 몸이 힘드니 머리 회전이 잘 되지 않아 간단한 일도 자주 실수했다. 사무실이나 창고를 구하기에는 아직 매출이 너무도 작고 귀여웠기에 집에서 버텼다. 내 방만이 아니라 온 집안이 상품으로 뒤덮였다. 주말마다 상품 진열대에 매달려 재고를 정리하는 게 일상이 됐다. 그래봤자 월요일에 택배 포장을 끝내고 나면 다시 엉망진창이 됐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좁은 공간에서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상품 진열대와 책상에 자주 부딪혔고 팔다리에 멍이 들었다. 아파할 시간도 부족했다. 쓰읍~ 호흡을 들이마시며 손으로 한번 문지르고 얼른 다음 택배 포장을 해야 했다. 그저 하루하루 별 탈 없이 지나가는 게 감사한 날들이었다.


1인 쇼핑몰에서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운영되는 쇼핑몰 시스템을 만드는데 2년반이 걸렸다. 지금 나는 출근하지 않고 택배 포장도 하지 않으면서 충분히 수익을 낸다. 사무실을 얻어 모든 재고를 사무실로 옮기고 같이 일할 사람들을 구했다. 내가 하는 일이 말도 안 되게 줄어들었다. 한달에 한두번 중국 거래처에서 물건을 주문하는 업무만 내가 담당하고 있다. 상품 입고 시점에 맞춰 사무실에 출근해서 입고된 상품의 품질을 확인하고 재고를 점검한다. 그 외 업무는 모두 아르바이트로 운영하고 있다. 사무실에 1명이 출근해서 재고관리 및 상품 발송을 담당하고 재택근무자 2명이 신상품 업데이트를 한다. 광고는 대행사에 맡긴다. 참고로 광고대행사는 별도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처음에 구성된 멤버 그대로 한 명도 이탈 없이 2년 넘게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난 게 나에게는 대단한 행운이었다. 사무실 임대료와 관리비, 인건비 등 고정비가 발생하지만 그보다 매출이 훨씬 더 늘었고 수익도 많아졌다. 드디어 ‘택배지옥’에서 벗어났다.


쉽고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쇼핑몰을 하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이 너무나 많다. 나도 쇼핑몰이나 해 볼까? 직장인 친구들은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말했다. 내 시작이 그러했고, 친구들이 지금 그렇게 말하고 있듯이 쇼핑몰 창업은 쇼핑몰’이나’ 해 볼까? 생각할 정도로 간단한 일처럼 느껴진다. 카페나 치킨집을 창업하려면 복잡하게 입지를 따지고 매장을 알아보고 인테리어를 고민하지만 쇼핑몰 창업은 이런 과정이 전혀 필요 없다. 누구나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니 책과 유튜브와 수많은 온라인 창업 관련 강의에서 이야기하는 ‘지금 바로 돈을 벌 수 있다’거나 ‘3개월 만에 3000만원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에 솔깃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맞다. 쇼핑몰 창업은 너무도 쉽다. 사업자등록증과 통신판매업신고를 하고 쇼핑몰을 만들면 된다. 쇼핑몰을 만드는 것도 블로그를 개설하는 것처럼 간단하다. 자격이나 진입장벽도 없다.


하지만 시작이 간단할 뿐이지 실제로는 이 많은 걸 도대체 어떻게 다하나 싶을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해야 한다. 상품을 쇼핑몰에 올려 놓기만 하면 팔릴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시작하지만 막상 상품을 올려 놓고 보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쓸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오프라인은 지나가다가 가게에 한번 들어와 보기라도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아무도 내 쇼핑몰의 존재를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사람들이 들어와야 설득을 하든 판매를 하든 할 것이 아닌가. 상품을 준비하고 올리고 팔리면 택배를 발송하면 된다지만 그 속에 수많은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상품 소싱, 상세페이지, 사진촬영, 광고, 상위노출, 마케팅, 택배, 재고관리, 고객응대,,, 뭐 하나 쉬운게 없다. 게다가 좀 팔리기 시작하면 경쟁자들이 따라붙는 것도 신경 써야 한다. 여기에 각종 계약과 세무는 덤이다. 쇼핑몰을 시작하기만 하면 누구나 월 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쇼핑몰을 시작하지만 대부분이 6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하는 이유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쇼핑몰 폐업은 7만 8590곳으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내가 쇼핑몰을 시작할 때 이만큼만 키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경쟁업체 8곳 중 지금까지 활발하게 판매를 하는 쇼핑몰은 1개밖에 없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바로 가라앉는 게 또 이 바닥이다.


이 책은 엎어지고 자빠지고 맨땅에 헤딩하면서 혼자 일으켜 세운 작은 쇼핑몰에 대한 이야기다. 아직 꼬맹이 쇼핑몰이지만, 거대 소셜커머스와 쇼핑몰들이 쓰러지고 구독자 30만 유튜버가 운영하는 온라인 창업 교육 서비스가 폐업을 하는 출렁임 속에서도 꿋꿋하게 성장하며 잘 버티고 있다. 매출 규모와 속도에 집착하지 않고 응당 치러내야 하는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꾸준함과 집요함으로 여기까지 왔다. 쇼핑몰 창업의 핵심은 시작이 아니라 유지다. 쇼핑몰은 크게 한탕하기 보다는 꾸준히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다주는 구조를 만들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다. 쇼핑몰이 해야 하는 일이 정말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 익숙해지면 적게 일하고 직장인보다 훨씬 돈을 많이 버는 구조가 세팅이 된다. 지속가능한 쇼핑몰은 올바른 방법으로 긴 시간 공들여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빨간 열매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있었던 뿌듯함과 시행착오들, 그 모든 안간힘의 기록들이 여기 있다. 이 책을 통해 한순간 반짝하고 사라지는 쇼핑몰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쇼핑몰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택배지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던 시절, 쇼핑몰을 배우고 싶다며 우리집에 찾아온 친구가 있었다. 무슨 일이든 시켜주면 무급으로 일을 도와주면서 쇼핑몰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갑자기 일자리를 잃었다는 친구의 절박함에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그때는 내가 얼마나 오랫동안 쇼핑몰을 하게 될지도 몰랐고 내가 하는 방식에 대한 확신이 없어 친구에게 같이 하자 말하지 못했다. 이제 5년차가 됐으니 뭐든 해 보겠다며 무작정 찾아오는 친구에게도 쇼핑몰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친구가 했던 질문에 마음을 다해 긴 대답을 시작한다.


* 책에서 ‘쇼핑몰 판매자들’을 ‘셀러’로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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