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 : 사진은 어떻게 찍어?
나 : 나는 모두 도매처 사진을 그대로 써. 도매처에 사진 사용 허락을 받고 쇼핑몰 워터마크 넣고 리사이징 해서 그대로 올려.
나는 쇼핑몰을 한다면 당연히 사진은 직접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내가 판매하는 상품에 일관성이 생기고 상품 목록을 봤을 때 보기도 좋다. 야심차게 미니스튜디오를 샀다. 작고 하얀 박스 안에 조명이 설치되어 있었다. 헤어악세사리니까 색상과 반짝임을 잘 잡기 위해 추가로 조명을 설치했다. 삼각대와 배경지까지 챙겼다. 누가보면 그럴싸한 작품이 나올 것 같은 포즈였는데 세상 일 참 내 맘 같지 않다. 삼각대 높이 조절이 익숙하지 않아 머리핀이 너무 납작하게 찍혔다. 상품 색상이 너무 알록달록해서 똑 같은 배경지를 놓고 찍는데도 찍을 때마다 배경색상이 달라졌다. 초점과 밝기를 맞추는 법을 배워서 따라해 봤지만 상품은 항상 너무 어둡게 찍히거나 밝게 찍혔다. 미니스튜디오를 치우고 벽에 배경지를 붙여놓고 찍어 보기도 하고, 자연광으로 찍겠다며 뜨거운 햇살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기도 했다.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상품 업로드 속도가 너무 느렸다. 올려야 할 상품은 잔뜩 쌓여 있는데 사진을 찍지 못해서 상품을 올리지 못했다. 하루 하나도 제대로 찍지 못했고 상품이 도착하고 나서 한달이 넘어도 몇 개 올리지 못했다. 오전 자연광으로 찍어보겠다고 택배까지 미뤄두고 사진찍기에 몰두했는데도 결과는 처참했다.
나는 사진을 포기하기로 했다. 포기한다는 것은 제대로 안 찍은 사진을 그대로 올린다는 것이 아니라 도매처 사진을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예 사진이 예쁜 집에서 상품을 가져오기로 했다. 나는 사진이 예쁜 집을 찾기 시작했다. 이런 거래처는 아주 영세하기 보다는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도매처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조금 비싸다. 대신에 그만큼 품질이 좋다. 무엇보다 사진과 똑같은 상품이 온다. 사진을 쓸 수 있는 도매처를 찾으면 된다. 그 사진의 원본 집을 찾아서 사진 사용 허락을 받고 그 집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대부분 사진 사용을 허락해 준다. 중국 도매처 사진들이 괜찮은 사진들이 많다. 모델 착용샷도 많다. 구매하기 전에 사진 사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다. 직접 찍었는지 사진 사용이 가능한지 확인한다. 중국 품질에 실망하고 쓰레기를 수집해 가면서 나는 거래처를 정하는 한가지 기준이 생겼다. 사진과 같은 상품을 보내는 업체를 고르자! 사진에서 본 상품의 색상과 대략 짐작되는 재질과 비슷한 상품이 와야 하는데 이 기본이 안 되는 상품이 너무 많다. 사진과 다른 상품이 오면 팔지도 못하고 안 팔지도 못한다. 내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올리지 못하고 잇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상품이 나중에 보니까 커다란 박스로 6박스가 넘었다. 문제는 사진과 다른 상품이 도착하는 것이다. 거래처를 고를 때 사진과 얼마나 같은 상품을 보내는지가 관건이 된다. 직구를 했는데 사진과 미묘하게 색상이 다르고 본드자국이 심하게 나 있는 상품들을 받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중국 도매처에 사진 사용 허락을 받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나는 여러 형태의 사진이 조합되어 있는 거래처 사진을 쓰지 않는다. 사진을 써도 된다고 허락해 주지만 정작 저작권 문제가 생겼을 때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발뺌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중국 도매처에서 한국 사이트의 사진을 도용해서 올렸고 모르고 그 사진을 사용했다가 한국 업체에게 저작권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같은 모델을 쓰거나 같은 배경에서 같은 구도로 일관성 있게 찍은 사진들이 있는 도매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상품이 여러 개 놓여 있는데 전체상품 페이지를 열어보면 한 사람이 찍었는지 여러사람이 찍었는지 알 수 있다. 같은 모델을 쓰거나 같은 구도로 일관성 있게 찍은 사진들이 있는 도매처들이 있다. 이런 곳은 자신들이 직접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다. 모델이 여러명이거나 다양한 배경에서 찍힌 사진들이 섞여 있다면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다 쓰는 사진인 경우가 많다. 이런 도매처는 사용허락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주의해야 할 점은 사진을 써도 되냐고 물으면 쓰라고 말한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 도매처에서 사용한 사진이 한국 판매자의 사진을 도용해서 올린 것이고 그걸 모르고 한국 판매자가 다시 사용하는 바람에 저작권 신고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 사용 허락을 했다고 하더라도 중국 도매처에서 책임을 져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직접 찍은 사진인지, 사진 사용에 대한 권한을 갖고 잇는지 확인하고 사진을 써야 한다.
도매처 사진을 그대로 쓸 때 위험한 것은 내 도매처가 그대로 노출되는 위험이 있다. 경쟁사에서 도매처를 찾고 똑 같은 상품을 똑같이 갖다가 팔기가 너무 쉬워진다. 실제로 도매처를 감추기 위해 사진을 직접 찍는 업체들도 있다. 쇼핑몰 상품들을 보면 대략 어느 집에서 사왔는지 알 수 있다. 사진검색이 워낙 잘 되어 잇어서 사진을 캡쳐해서 올리면 그 집 상품이 그대로 나온다. 사진에 글씨가 잇으면 편집이 어려워진다. 사는 철저히 상품을 다양하게 빠르게 업로드 하기 위한 방식으로 정했다. 도매처마다 사진 구성이 있다. 업무 인수인계 할 때 사진을 다운 받아 파일 번호를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까지 모두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