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 : 혼자 하기 힘들지 않아? 보통 1년정도 지나면 사람 구하던데.
나 : 혼자 하는 게 더 편해. 책임지지 않아도 되고.
나는 사람을 뽑는 것으로 오랫동안 고민했다. 쇼핑몰을 시작하고 1년반 정도 지났을 때 더 이상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사이즈가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눈치챘다. 하지만 사람을 구하지 않고 버텼다. 나는 언제든 쇼핑몰에서 발을 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합류하기 전까지는 내가 그만두고 싶으면 언제든 그만 둘 수 있었다. 쇼핑몰에서 상품을 내리고 재고를 모두 갖다 버리면 모든 일은 없던 일이 된다. 책임져야 할 사람도 없고 사무실을 정리해야 할 필요도 없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그만 둘 수 있다는 생각이 주는 안정감을 포기하기가 어려웠다.
택배 포장을 끝내고 나면 너무 힘들어서 저녁 업무를 계속 미루게 됐다. 쇼핑몰에 올려야 할 신상품이 계속 쌓였다. 상품을 주문하고 사이트에 있는 사진과 다르거나 품질이 좋지 않으면 나는 아예 상품을 올리지 않고 구석에 미뤄뒀다. 상품을 올리고 난 이후에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두배 세배 늘어나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진부터 다시 찍어야 했고 사진과 다르다는 문의가 들어오는 것도 피곤했다. 시간과 공간이 충분치 않아서 상품이 발송 준비가 되지 않은 채 뭉치 채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택배 발송 시간이 점점 오래 걸렸다. 주문이 들어오더라도 일일이 품질 검수를 하고 그 중에 좋은 것을 골라 보내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리 검수를 하고 상품 발송 준비를 하고 진열해 두면 좋겠지만 시간도 공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상품을 올리려면 그 상품을 판매하고 발송하는 것까지 고민하다 보니 하나라도 걸리면 아예 상품 올리기를 포기했다. 쇼핑몰 매출이 정체되었다. 함께 일할 사람들을 구하고 사무실을 구하는 일은 당장 해결해야 하는 급한 일이 됐다.
떠밀리듯이 사람들을 구하고 내가 하던 일들을 나눠 맡기 시작했다. 미뤄 두었던 신상품들이 빠르게 업데이트 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사람이 한가지 일에 집중하게 됐을 때 얼마나 효율이 좋아지는지 알게 됐다. 고객문의가 두려워서 혹은 발송준비가 되지 않아서 올려두지 못했던 상품들도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 싹 올렸다. 사실, 크게 문제될 일도 아니고 불량도 불량이 아니라 내 기준이 엄격했던 것이다. 같이 고민하고 애정을 갖고 들여다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제는 입고되면 한달 이내 모든 상품들이 업로드 된다. 혼자만의 시선에 갇혀서 필터링하고 혼자 좌절하고 포기하던 것에서 벗어서 쇼핑몰을 거리를 두고 볼 수도 있게 됐다.
혼자하는 쇼핑몰의 어려움은 단순히 여러가지 일을 혼자 해야 하는 복잡함이나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혼자 모든 일을 하다 보니 마음속에 어떤 장벽이 있어서 상품을 올리는 것을 계속 미루게 했다. 나의 엄격한 잣대로 검수하고 상품을 올리기를 포기하고 재고가 쌓여 점점 악순환에 빠졌다. 어떤 건 색상이 안 예뻐서 어떤 건 생각보다 조금 작아서 상품을 안 올리는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문제는 이렇게 재고가 쌓여간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올리겠지 싶으면서도 또 새로운 신상에 밀려서 상품들은 계속 쌓여 갔다. 팔릴 가능성이 있는 재고가 쌓여가는 것과 아예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아무리 오래 두어도 팔리지 않을 것 같은 재고가 쌓여가는 것은 다르다.
혼자하던 쇼핑몰을 여러 사람이 하려니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다. 사람이 투입될 때마다 매뉴얼이 필요했다. 우리는 구글시트로 작업현황을 공유한다. 나는 상품을 주문하고 상품리스트를 구글에 올린다. 입고 담당자가 상품 입고를 확인하고 입고완료 시트로 옮겨 둔다. 상품 업데이트 담당자가 입고 완료에 있는 상품들을 순차적으로 올린다. 입고완료 됐습니다. 메시지를 카톡으로 공유한다. 쇼핑몰이 1인 쇼핑몰로 시작하다 보니 사람들이 한명씩 투입 될 때마다 일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나누고 또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정리해야 했다.
나는 혼자 모든 일을 할 때보다 일은 덜 하게 됐지만 어쩌면 더 깊숙이 관여하게 됐다. 그러니까 나는 쇼핑몰의 다양한 업무로부터 탈출하고 자유로워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것이 맞다. 사람을 구하기 전까지가 내가 손쉽게 쇼핑몰을 털어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이제 쇼핑몰을 완전히 내 삶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혼자서 힘들게 일을 하고 언제든 쉽게 털어낼 수 있는 안정감을 취할 것인가, 아니면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좀 더 책임감 있게 쇼핑몰을 운영할 것인가. 결국 스트레스가 없을 수는 없다. 어떤 스트레스를 견딜지 자신이 결정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더 견딜만한지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