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 : 실패 해 본적 있어?
나 : 응 크리스마스 재고 예측에 항상 실패해.
상품을 올리고 3일을 팔아보면 이 상품이 잘 팔릴지 아니면 안 팔리고 악성재고가 될지 대충 눈에 보인다. 상품이 올라가자마자 좀 팔린다 싶으면 다음날 바로 중국 거래처에 추가 주문을 넣는다. 품절되어 판매 흐름이 끊기기 전에 재고를 채워야 한다. 시즌 상품은 이게 참 어렵다. 팔아보고 주문을 넣으려고 하면 이미 늦는다. 중국에서 배송되는데 2주정도 걸리다 보니 크리스마스 상품을 가져오고 팔린다 싶어서 추가 주문을 넣는다 해도 상품이 도착하면 시즌이 끝나고 만다.
이 부분에서 나는 참 많은 시행착오를 했다. 헤어악세사리를 팔기 전에는 몰랐는데 헤어악세사리 특별 시즌은 오로지 크리스마스다. 명절 특수나 신학기도 약하다. 크리스마스 시즌 상품은 2주일정도 미친듯이 팔리고 23일 택배가 마감되고 나면 거짓말처럼 매출이 제로가 됐다. 시즌상품은 재고 예측이 너무 어렵기에 접근하기가 조심스러웠다. 너무 많이 사와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 팔지 못하면 악성 재고가 되어 1년을 보관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적게 사다 두면 금방 동이 난다. 어떤 실수는 하루만에 다시 기회가 주어지기도 하지만 크리스마스 재고 예측 실패는 1년을 기다려야 다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쇼핑몰을 시작하고 첫번째로 맞는 크리스마스였다. 그때는 크리스마스가 성수기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누가 이런 걸 살까? 싶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크리스마스 장식 머리핀을 소량 입고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상품을 올린 다음날 에버랜드에서 한꺼번에 상품을 쓸어갔다. 정작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져서는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했다. 크리스마스가 특별 시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2년차 크리스마스 때는 야심차게 한꺼번에 300개를 주문했다. 망했다. 전체 불량인 상품이 왔다. 머리핀 카드에 머리핀이 10개씩 꽂혀 있는데 핀대가 중간중간 녹슬어 있었다. 상품 포장을 풀어 헤치고 일일이 확인하면서 불량인 상품을 빼고 다시 조립해서 포장하려니 눈물이 났다. 가내수공업으로 세트를 다시 만들었는데도 30개도 구성하기 어려웠다. 나머지는 짝이 안 맞거나 본드자국이 심해서 눈물을 머금고 모두 폐기했다. 3년차 크리스마스에 나는 소심해졌다. 혹시나 또 불량이 올까 봐서 샘플을 먼저 받고 상품 상태를 확인한 후 대량 주문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배송에 문제가 생겨 발을 동동 굴렀다. 결국 상품은 크리스마스가 지난 12월 27일에 도착했다.
4년차 크리스마스에는 작년에 늦게 도착해서 하나도 팔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시즌 상품을 일년 내내 잘 보관해 두었다가 미리 깔았다. 시즌에 딱 맞춰 상품을 오픈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열어두니 언제쯤 사람들이 크리스마스 준비를 하는지 알 수 있게 됐다. 생각보다 크리스마스 시즌 상품이 일찍 판매되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시즌이 가까워져야 도매시장에도 상품이 깔리기에 그동안은 크리스마스 2주 전에 상품 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재고가 미리 확보 되어 있어 상품을 일찍 올리니 내 예상보다 사람들은 훨씬 일찍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아예 1년치 재고를 미리 확보해 두는 전략을 쓰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상품은 유행도 없고 시즌에 바짝 팔리는 상품이었다. 크리스마스 머리핀과 머리띠는 큰 인형이 달려 있어서 다른 상품들에 비해 부피가 크다. 크리스마스 상품이 찌그러지지 않게 잘 보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크리스마스 상품을 잘 보관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작년에는 상품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하나도 팔지 못해 아쉬웠는데 오히려 덕분에 상품 재고를 확보하는 패턴을 찾게 됐다.
안 해봤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고, 잘 모르는 일은 달리 방법이 없다. 모르면 실패해 보면 된다. 단, 실패가 의미 있으려면 실패에서 끝나지 않아야 한다. 나는 2년차 크리스마스 때 300개 재고가 모두 불량인 상품이 왔을 때 너무 힘들고 화가 나서 다시는 크리스마스 상품을 팔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시즌이 되니 나는 또 업체를 바꾸고 방법을 찾고 있었다.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수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다시 시도해 보면 된다. 재고를 너무 적게 갖고 와서 아쉬웠다면 조금 많이 갖고 와 보고, 많이 갖고 와서 문제가 생겼다면 다시 조절해 보면 된다. 이쪽저쪽 갈지자로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길이 보이기도 한다. 내가 어려운 것은 다른 사람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