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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 Oct 27. 2024

판매 상품이 몇 개 정도야?


은수 : 판매하는 상품이 몇 개 정도야?
나 : 상품수로 1300개 정도 되거든. 상품 하나당 색상이 4개~5개 정도 되니까 품목수로는 6000종 정도 되지.




어쩌다 보니 상품수가 1000개가 넘었다. 소량 다품종으로 판매를 하고 싶었던 것은 맞지만 이렇게까지 많아질 줄은 나도 몰랐다. 재고가 소량 남은 것들은 할인 판매하고 마지막 재고는 사은품으로 빼고 끊임없이 품절처리 하고 안 팔리는 상품을 내리는데도 상품이 계속 늘어났다. 200개까지 늘릴 때는 더디고 어려웠는데 어느 순간 늘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1000개가 넘었다. 신상품을 부담 없이 빠르게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집중한 결과였다.


헤어악세사리는 단가가 저렴해서 판매수량에 비해 매출이 낮았다. 반면에 하나만 사기에는 배송비가 아까워서 거의 모든 고객이 여러 개 상품을 같이 주문하는 특징이 있었다. 쇼핑몰을 둘러보면서 마음에 드는 상품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주문했다. 단품을 주문하는 고객은 10% 미만이었다. 나는 2개 살 고객에게 3개 팔고, 3개 살 고객에게 4개 팔면 매출을 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보다가 마음에 들면 하나씩이라도 더 사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상품을 다양하게 깔아놓고 상품끼리 연결하고 묶어서 여러 개를 돌아가면서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객단가를 늘리기 위해서는 상품이 다양한 것만큼 좋은 게 없었다.


상품을 다양하게 깔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여럿 있었다. 상품 소싱과 입고, 업로드, 배송, 재고 하나하나 살피면서 방법을 찾았다. 우선 중국에서 상품을 수입할 때 품목수가 20개로 제한되어 있었다. 수입할 때마다 많아야 신상품을 20개 가져올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기존 상품 재고도 가져와야 하니 가져올 수 있는 신상품은 더 적었다. 여러 번 계속 가져오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한번 상품을 수입할 때마다 드는 고정비용이 있어서 한달에 몇 번씩 가져올 수도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량으로 가져오기 때문에 품목수 제한이 문제될 것이 없지만 나는 소량으로 여러 품목을 가져와야 하기에 배대지와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했다. 상품 품목은 구매 상품 하나하나씩일 필요는 없었다. 헤어끈은 헤어끈끼리 헤어핀은 헤어핀끼리 묶어서 품목을 정리해서 신고하면 됐다. 실제 구매내역을 배대지 양식에 맞게 다시 엑셀로 정리해서 금액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양한 상품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번거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한번에 상품 200~300종씩 수입할 수 있게 됐다. 직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구글시트를 만들고 상품과 재고를 공유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내가 상품을 주문하고 배대지에서 출발하면 공유 시트에 입고예정리스트를 올리고 상품이 도착하면 물류담당 직원이 상품을 확인하고 입고완료리스트로 옮겼다. 상품 업데이트 담당 직원은 입고완료 된 상품들을 순차적으로 업데이트 했다. 단계가 넘어갈 때마다 어떤 정보를 공유해야 하는지까지 세세하게 모두 정했다. 같은 사무실에 있지 않아도 구글시트와 카카오톡만으로 소통이 가능했다. 상품을 수입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엑셀파일과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마치 시스템처럼 단단하게 만들어졌다.


신상품을 올리는데 많은 노력이 들지 않으니 많은 상품들을 테스트할 수 있게 됐다. 하루에 신상품을 3개~4개씩 계속 올리면서 많은 상품들을 시험대에 올렸다. 어떤 취향이든 만족시키겠다는 듯이 도매처에 있는 거의 모든 상품들을 소량 사입하고 쇼핑몰에 일단 올려 반응을 살폈다. 많이 팔리는 상품 위주로 재입고를 하고 나머지는 초기 입고 물량이 다 팔리면 판매종료 했다. 상품이 다양해지자 매출 구조도 바뀌었다. 상품이 200개 정도일 때는 메인 상품 한두개가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했다. 팔리는 상품만 계속 팔렸다. 메인 상품 하나가 품절이 되면 매출에 타격이 컸기에 안절부절하며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상품수가 많아지고 나서 매출 상위 10개 상품의 매출을 모두 더해도 전체 매출의 10%정도 밖에 안 됐다. 나머지 수백가지 상품이 돌아가면서 팔려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상품 한가지가 품절되더라도 다른 상품들이 골고루 팔리기에 매출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상품이 너무 많고 복잡한 게 쇼핑몰의 경쟁력이 됐다. 순차적으로 각자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시스템 안에서 돌아가고 있어서 우리는 어렵지 않게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쉽게 따라할 수 없다. 매번 엑셀로 꼼꼼하게 정리해서 한꺼번에 상품 200~300종을 수입하도 어렵고 한달에 100종이 넘는 신상품을 계속 업데이트 하기도 쉽지 않다. 상품이 다양하면 배송 실수도 많아지기 때문에 물류와 배송을 점검하는 것도 꽤나 까다로웠다. 상품이 하나 늘어날 때마다 상품 복잡도는 단순히 1씩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제곱으로 늘어난다. 상품수가 많은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나니 하나씩 방법을 찾게 됐다. 디테일이 쌓여 어쩌다 보니 아무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만의 쇼핑몰을 만들었다.


나처럼 파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쇼핑몰에서 아이템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누가 파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하나의 상품을 주고 어떻게든 팔아보라고 했을 때 같은 방식으로 판매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군가는 쇼핑몰에서 광고를 할 것이고, SNS에 올리거나 지인모임에 갖고 가서 판매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방식을 보더라도 한두 개 상품으로 계속 판매하는 사람이 있고 나처럼 수천가지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판매하는 것은 상품이지만 결국 그것을 파는 것은 사람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헤어악세사리를 팔고 있지만 나처럼 파는 사람은 없다. 아이템이 아무리 치열한 카테고리라고 해도 나만의 판매 방식을 찾는다면 블루오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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