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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 Oct 27. 2024

진상 고객은 없어?


은수 : 진상고객은 없어?
나 : 왜 없어. 있지.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데 가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고객님들이 한번씩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아.



쇼핑몰을 운영하는 동안 에너지를 많이 뺏기지 않는 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혼자서 다양하고 많은 일들을 해야 하다 보니 에너지를 뺏기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고객응대에 너무 힘 빼지 말자 생각했다.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인정하고 돈으로 보상하자. 그게 가장 쉽고 편하게 가는 거다. 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 대부분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 다른 쇼핑몰 사장님도 그렇다고 했다. 돈으로 건강 산다고 생각하고 아예 CS만 직원을 따로 채용한다고도 했다. 배송비 3000원 부담하는 거 생각하면 30분 이상 입씨름 할거면 그냥 우리가 손해 보고 대신에 그 시간에 그만큼 더 벌자 생각하는 사장님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가끔씩 이런 마인드로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고객들이 있다. 이런 상황은 돈이나 손해의 문제가 아니라 이 고객이 다른데 가서도 같은 방식으로 쇼핑몰들을 돌면서 계속 이런 식으로 속이고 다닐 생각을 하면 약이 오르기도 한다. 지역커뮤니티 사장님들과 고객상담 이야기를 시작하면 거의 성토대회에 가깝다. 상상을 넘어서는 기상천외한 고객님들이 있다. 몇 가지만 공유해 보자면 이렇다.


# 이 냄비에 닭 한 마리 들어갈까요? 생활잡화를 판매하시는 사장님이었다. 어느 날 고객 문의가 왔다. 쇼핑몰에 있는 냄비 하나를 캡쳐 해서 보내면서 이 냄비에 닭 한마리가 들어가는지 문의했다. 닭 한 마리도 사이즈가 여러가지가 잇겠지만 보통 마트에서 파는 닭볶음탕용 닭 한마리는 충분히 들어갑니다. 라고 안내를 했다. 며칠 후 고객이 다시 전화가 왔다. 이 냄비에 닭 한 마리 안 들어가는데 왜 닭 한 마리 들어간다고 했냐며 다짜고짜 따졌다. 사장님은 침착하게 고객님 성함과 전화번호를 알려 주시면 구매하신 상품을 확인하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했더니 더 화를 냈다. 여기서 산 건 아니고 닭 한 마리 들어간다고 해서 다른 쇼핑몰에서 샀는데 닭 한 마리가 안 들어간다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이런 고객에게는 어떻게 해 줘야 하는 걸까. 이 고객이 산 상품이 어떤 냄비인지도 모르겠고 내 쇼핑몰에서 산 상품도 아니라서 교환이나 환불을 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쇼핑몰에서 산 상품을 반품하는데 내가 배송비를 대신 내 줄 수도 없잖아? 어떻게 책임을 지라고 말하는 걸까. 왜 다른 쇼핑몰에서 살거면서 나에게 문의를 했으며 말도 안 되는 화와 짜증을 계속 내는 걸까. 왜 나한테 이러는 거야? 아니 왜 냄비에 닭한마리 들어간다고 했어요? 고객님 주문 내역 확인 후 제가 안내드리겠습니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려 주시겠어요? 아니 제가 여기서 구매한 것은 아니고요. 여기서 문의하고 다른데서 구매를 했어요. 네? 아니 그럼 그 쇼핑몰에 문의를 하셔야지 왜 여기서요?


# 사이즈가 안 맞아서 못 입겠네요. 이번 주말에 입혀야 하는데요. 금요일까지 도착할까요. 이후에도 사이즈 문의하고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삼일째 문의만 한다. 답변하는 텀이 점점 길어지니 문의도 하루가 걸린다. 그렇게 겨우 수요일에9 주문을 한다. 상품을 주문해 놓고 바로 문의가 온다. 주말에 입혀야 하니 꼭 오늘 배송해 달라고 난리를 피운다. 그리고 다음주 월요일이 되면 반품 신청을 한다. 사이즈가 안 맞아서 못 입겠다며 반품을 한다. 혹시나 해서 고객 전화번호를 핸드폰에 저장해 봤더니 카톡 친구에 고객이 떴다. 내 쇼핑몰에서 산 드레스를 입고 찍은 돌잔치 사진이 프로필 사진으로 등록되어 있다. 사서 행사 때 입히고 그대로 반품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 옷 갖고 이러고 싶나 라며 한숨을 쉬자 다른 대표님이 체념하듯 말했다. 쿠팡은 무조건 반품되잖아. 이 정도면 쿠팡에 있는 돌잔치 드레스는 너도나도 돌려가면서 무료대여 해서 입는다고 생각해야지. 주문해서 입히고 사진 찍고 행사 끝나면 반품. 생각보다 이런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모른척 해야 하나 싸워야 하나 고민이 된다. 분명 아이 돌잔치에 입혔고 심지어 카카오톡 사진도 그 옷을 입고 찍고 있는데 아이한테 안 맞아서 반품 해 달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기간 임박해서 주문을 하고 일정에 맞게 도착하네 마네 수십번 문의도 한다. 그리고 일정맞춰 도착한 옷은 행사때 입히고 반품을 하는 것이다.


# 선물할 사람이 죽었어요. 아니 우리집에서 상품을 산 사람은 왜 이렇게 죽는 거예요? 벌써 세번째예요. 교환 환불 기간이 지나서 반품을 요청하면서 사유를 선물할 사람이 죽어서 반품해야 한다고 구구절절 사연을 적어서 보낸다. 그래서 자기에게는 필요가 없으니 꼭 반품을 처리해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다. 사람이 죽었다는데 거기에 대고 뭐라고 따지지도 못하고 반품을 받아줬다. 두번째 같은 사연으로 반품 요청이 들어왔을 땐 어? 이상하다? 싶었지만 더 이상 묻지 않고 반품을 해 줬다. 그런데 세번째 이런 일이 생기자 이 정도면 어디선가 환불기간 지난 상품 반품 처리 하는 방법이 떠도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얘길 듣고 나서는 어디선가 고객사정 봐주지도 않고 반품을 안 받아주는 쇼핑몰이 있다 해도 그럴만한 사연이 있겠거니 생각하게 됐다. 악의적인 사람들 때문에 진짜 딱한 사정에 처한 사람들이 의심을 받고 손해를 본다.


#주머니가 터졌어요. 5000원짜리 파자마를 구매했다. 그리고 주머니가 터졌다며 반품을 요청했다. 상품을 보내주시면 확인 후 반품을 해 드리겠다고 안내했다. 이거 원가가 택배비보다 싸지 않나요? 그냥 환불해 주시고 제가 입으면 안 되나요? 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고객도 있다. 아니 우리가 반품 택배비 부담해서 우리가 회수하겠다는데 왜 자기가 손해 운운하면서 공짜로 입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장님은 악착같이 불량상품을 회수한다고 했다. 손해를 보면서도 회수를 한다. 반품 배송비 안 내려고 혹은 이렇게 대놓고 공짜로 입겠다고 입씨름 하는 고객들이 있어서 반드시 회수한다. 회수해서 보면 특히 이렇게 주머니 안쪽 같은 경우 재봉이 덜 된 불량은 거의 없고 대부분 고의 훼손이라고 한다. 혹시나 그냥 입으라고 할지도 모르니 엉덩이 부분을 훼손하지 않고 터지더라도 그냥 입을 수 잇는 주머니부분을 잘라서 반품요청을 해 본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그냥 입으라고 하면 땡큐고 반품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다시 주문을 한다고 한다.


나는 상품을 모두 훼손해 놓고 상품 불량으로 반품한 고객이 있었다. 우리는 상품을 하나하나 모두 검수해서 발송하기 때문에 상품이 이런 상태로 발송될 리가 없다. 사람의 눈과 손으로 하는 일이니 어쩌다 발견하지 못한 스크래치나 미세한 얼룩이 있을 수는 있지만 8개 주문한 상품이 이렇게 모두 눈에 띄는 불량이 있을 확률은 0%라고 나도 직원도 확신했다. 그리고 원래 불량인 상품과 고의로 훼손한 상품은 누가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반품 상품을 받아 보니 진주머리끈은 날카로운 칼로 모두 긁어놓고 곱창머리끈은 가위로 잘라 놨다. 머리띠 안쪽에 봉합된 부분을 뜯어서 머리띠를 낄 때마다 걸리적거리게 만들어 놨다. 상품 상태를 확인한 직원은 이 정도면 정상인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사무실로 찾아올 것 같다고 그냥 반품해 주고 끝내자고 했다. 나는 이대로 두면 다음에도 또 이러고 다른 쇼핑몰에 가서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 하나 눈감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나는 통화 녹음 버튼을 누르고 고객에게 전화했다. 고객은 자신이 상품을 받을 때부터 상품 상태가 그랬다고 우겼다. 그렇다면 저희가 보낸 상품 상태와 달라서 고객님이 수령하시기 전에 다른 사람이 상품을 확인했을 수 있어서 경찰서에 도난이나 재물손괴로 신고해야 할 것 같다고 안내했다. 그 과정에서 전화가 가거나 CCTV 확인이 필요할 수 있으니 협조 부탁드린다고 했다. 경찰 신고를 해야 한다는 말에 고객은 크게 당황하며 싹싹 빌기 시작했다. 동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한 비슷한 상품이 있는데 그 상품인 줄 알고 훼손했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도 댔다. 그래서 고객님이 이렇게 훼손하신거 맞네요. 확인사실 했더니 잘못했습니다. 신고만 하지 말아주세요.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반복하며 울먹였다. 상품 비용은 반만 환불해 주셔도 된다고도 했다. 어차피 환불은 해 줄 생각이었기에 왕복택배비를 입금 받고 단순변심으로 반품 환불처리를 했다.


고객들은 학습된다. 내가 힘들고 귀찮다고 한번 넘어가고 나면 아 이런 방법을 쓰면 되는구나 하고 다른 쇼핑몰에서 똑 같은 방식으로 셀러들을 괴롭힌다. 반품비를 내지 않기 위해 별에 별 핑계를 대고 거짓말을 하면서 시간과 기운을 뺏는다. 셀러들은 그런 시간이 아깝고 스트레스 받기도 싫어서 그냥 알았어요 하고 고객이 원하는대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때로는 욕먹을 결심을 하고 고객과 정면대응을 해야 한다. 고객과 싸우기도 하고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어야 한다. 상품을 잔뜩 훼손해 놓고 상품불량으로 반품했던 고객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른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다시는 여기가 아닌 어디서든 같은 일들을 모의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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