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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랑말랑 Oct 27. 2024

중국어 잘하겠네?


은수 : 중국어 잘하겠네?
나 : 아니. 중국어 전혀 못해. 오로지 파파고에 의지하고 있어. 



나는 1년정도 지났을 때 중국 거래처와 직접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거래처와 직접 이야기하면 할인도 받을 수 있고 원산지표시 서비스도 요청할 수 있다. 배대지에 내고 있는 6% 구매대행 수수료가 아깝기도 했다. 상품 금액이 100만원 정도 일 때는 6만원이었지만 상품이 많아지면서 200만원 300만원이 되자 수수료가 부담스러웠다. 돌이켜 보면 처음부터 배대지 구매대행을 이용하지 않고 거래처와 대화하며 내가 주문을 했어도 됐을 것 같은데 소심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4년 넘게 중국 거래처와 거래를 하고 있으니 친구들은 내가 중국어를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어를 잘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중국어는 어떻게 배웠어? 라고 묻는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나는 중국어를 전혀 하지 못한다. 번역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중국 거래처와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중국어를 잘 못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는 구글번역보다는 파파고가 더 잘 맞았다. 나는 파파고에서 중국어로 번역하고 번역된 내용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내가 하려는 말이 맞는지 확인한다. 이렇게 조금만 연습하면 한국어를 중국어로 어떻게 번역이 되는지 한국어로 어떻게 입력을 해야 조금 더 자연스러운 번역이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이 쓰는 단어들을 이해할 수 있다. 4년째 파파고로만 대화하고 있지만 전혀 불편함이 없다. 거래처는 물건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이상한 중국어도 이해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내가 구매하는 상품이 많아지고 등급이 올라갈수록 중국인들은 미묘하게 친절해진다.


중국어를 배우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했다. 4명이 모여 한국어를 잘 하는 중국인에게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모였다. 책도 사고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서 중국어를 공부했다. 그런데 나는 중국어를 읽거나 말로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읽기와 쓰기가 중요한데 중국어 수업에서는 대부분 성조를 읽는 법을 배우고 서로 성조를 들으면서 구분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했다.


현실에서 바디랭기지가 있다면 메신저에는 사진이 있다. 필요한 상품이 있으면 이 상품 있는지 물어보면 되고 부족한 상품이 있을 때도 사진을 캡쳐해서 보내면 된다. 주문내역을 캡쳐하고 사진에 빨간 글씨로 -1을 표시하면 다 알아듣는다. 상품 부족. 따로 보냈습니까? 그대로 파파고 번역을 하고 보내면 사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가 전달이 된다. 그러면 거래처는 환불합니까? 재발급 합니까? 라고 물을 수도 있다. 환불한다고 하면 계좌정보를 보내면 되고 재발송 한다고 하면 재발송후 운송장번호 알려주세요. 라고 하면 대화가 끝난다.


중국어를 배우고 나서 중국에서 물건을 가져오겠다고 생각한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다 보면 익혀지는 부분도 있고 모르고도 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중국어는 딱 소통할 정도만 하면 된다. 우리는 마음 깊은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이 아니라 물건을 사려는 것이기 때문에 딱 거래에 필요한 정도면 된다. 상품을 사는데 있어서 중국어는 달리면서 익혀도 충분하다. 말 그대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습득하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 가서는 말 한마디 못하겠지만 중국인과 대화하고 물건을 사오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동대문에서 외국인들에게 계산기만으로 판매하는 것과 같다. 간단한 인사말과 숫자만으로 대화가 이루어진다. 이제는 내가 질문을 하고 거래서 사장님이 대답을 하면 번역해 보지 않아도 대략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읽을수도 없고 쓸줄도 모르지만 그냥 모양 그대로 익히게 된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외우고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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