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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아 Jan 18. 2023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명상

나타라즈 명상 체험기

“붓다필드(Buddhafield)란 한 사람의 붓다가 자신의 존재를 성숙시킬 수 있는 에너지 장(場)을 말한다. 즉, 순수의 땅, 비세속적인 세계, 지상 낙원으로써 빠른 영적 성장을 위한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다.”

- 오쇼, 『금강경』




오쇼 아쉬람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쪽과 남쪽의 두 지역으로 나뉘어 있었어요. 주요 시설들은 대부분 북쪽 지역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방문객을 맞이하는 웰컴 센터, 오쇼가 만든 명상 프로그램들을 체험할 수 있는 붓다홀, 오쇼의 책과 비디오, 명상 음악을 판매하는 서점, 시설물과 명상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오쇼 플라자, 수영장, 레스토랑 등등. 북쪽은 하루 종일 사람들로 북적거렸어요. 남쪽 지역에는 귀중품 보관소, 로브 판매 가게, 카페, 병원, 우체국 등이 있었고 한가로운 편이었습니다.


오쇼 아쉬람 안내도


웰컴센터에서 출입증을 받고 일주일 치 입장료를 내자, 인도인 여자 캐셔는 제 출입증 위에 일주일 뒤 날짜가 쓰인 스티커를 붙여주었어요. 출입문 앞에서 스티커가 붙여진 출입증을 보여주니, 붉은색 로브를 입고 서 있던 인도인 남자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출입문에 들어서자 왼쪽에 붓다홀 입구가 보였어요. 입구 앞에는 신발장과 함께 그날의 명상 프로그램 시간표가 게시되어 있었습니다. 시간표를 보니, 조금 뒤에 나타라즈 명상(Nataraj Meditaion)을 한다고 쓰여있더군요. 한글 가이드북의 설명을 보니,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명상인 듯했습니다. 어렵지 않을 것 같아 시도해 보기로 했어요.


신발을 벗고 붓다홀에 들어서자 맨 발바닥에 닿는 차가운 흰 대리석의 촉감이 상쾌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번에 수 백 명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공간은 장애물 하나 없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어요. 눈을 들어 보니, 높이 설치된 철골 트러스 구조 지붕에 아이보리색 천막이 덮여 있었어요. 눈앞에는 지붕을 받치고 있는 철골 기둥 사이로 정원의 꽃과 나무, 그리고 멀리 푸른 하늘과 흰 구름이 보였고요. 기둥 사이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사람 키 높이의 스피커가, 앞쪽에는 음악 CD 보관함과 마이크 시설이, 오른쪽 끝에는 피아노와 드럼 등 각종 악기들이 놓여 있는 무대가 있었습니다.


명상 시작 시간이 되자 검은색 로브에 흰색 허리띠를 맨 백인 남자가 앞쪽에 나타났어요. 군살 없이 탄탄한 몸매에 회색빛 머리, 푸른 눈이 인상적인 중년 남성이었습니다. 그가 나타나자 대리석 바닥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던 붉은색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주섬주섬 일어났어요. 그는 앞쪽에 있는 마이크를 켜고, 붓다홀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Hello, Friends.”


묵직하고 울림이 가득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는 영어로 나타라즈 명상에 대해 설명해 주었어요. 1단계, 40분 동안 음악을 들으며 몸이 움직이는 대로 자유롭게 춤을 추며 몰입하기. 2단계, 음악이 멈추면 바닥에 눕거나 앉아서 20분 동안 내면의 고요함을 느끼기. 3단계, 5분 동안 명상에서 느낀 기쁨을 춤으로 표현하기.


“Enjoy.”


설명을 마친 그는 명상을 즐기라는 말과 함께 음악을 틀었습니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붉은색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 모두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맡긴 채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였어요. 40분은 꽤 긴 시간이더군요. 그 시간 동안 춤에만 몰입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춤을 추는 도중에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가 가라앉곤 했습니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춤을 추고 있는 제 자신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음악이 멈추고 고요한 침묵 속에 대리석 바닥에 누웠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졌어요. 명상이 끝난 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붓다홀을 나왔습니다. 명상 내내 계속 눈을 감고 있어서 그랬는지 붓다홀에 들어갈 때보다 나올 햇살이 더 눈부시고 밝은 느낌이었어요.


붓다홀의 명상 프로그램은 매일 아침 5시 45분에 다이내믹 명상(Dynamic Meditation)으로 시작해서 오후 5시 15분에 쿤달리니 명상(Kundalini Meditation)으로 마감했습니다. 그 사이 시간에는 비빠사나, 나다브라흐마, 데바바니, 나타라즈, 노 다이멘션, 차크라, 하트 댄스 등의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이 날마다 순서를 바꿔가며 있었어요. 각 명상 프로그램은 단계별로 요구하는 동작들이 다 다르지만, 대체로 한 시간 정도면 끝났습니다. 저녁 6시 40분이 되면 붓다홀에서는 오쇼의 강의를 듣는 Osho White Robe Brotherhood, 줄여서 OWRB로 부르는 모임이 있었습니다. 아쉬람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간에 흰색 로브로 갈아입고 붓다홀로 모였어요. 밤 9시쯤 OWRB가 끝난 뒤에는 댄스 파티나 구리샹카르 명상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었습니다.


오쇼 라즈니쉬는 제자들에게 하루를 시작하는 다이내믹 명상과 하루를 마감하는 쿤달리니 명상, OWRB에는 반드시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고 해요. 나타라즈 명상에 참여해 보고 자신감을 얻은 저는, 다음 날 다이내믹 명상부터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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