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베리아 추위'에 몸도 마음도 '꽁꽁'
초중고등학교는 경기도 안산에서 지냈지만 지금은 파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친구들 중 몇몇은 파주가 강원도에 있는 줄 압니다만 경기도 권역입니다. 아마 군부대가 주변에 많아서 그런 듯합니다. 그런데 춥기로는 강원도 지역과 비슷합니다. DMZ 지역과 맞닿아 있는 지역이라 그런 듯합니다. 그만큼 북쪽과 가깝다는 의미입니다. 한겨울 온도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서울보다 5도 정도는 낮다고 보시면 됩니다.
평소에는 영하 10도 정도 기록하고 심한 추위 때는 영하 20도를 넘길 때도 허다합니다. 한겨울 냉동실 살얼음 추위를 가리켜 '파베리아 추위'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시베리아 추위와 비슷하다는 뜻입니다. 파주 시청에 추가 합격하고 임명장을 받으러 갔을 때도 겨울이었습니다.
내복에 롱코트까지 챙겨 입었지만 윗입술이 떨릴 정도였습니다. 한겨울에 입사를 한 뒤 한동안은 핫팩을 달고 살았습니다. 군대를 강원도 양양에서 복무해서 그랬는지 춥고 배고픈 이등병이 생각나더라고요. 파베리아 추위에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붙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 농촌과 도시가 섞여있는 작은 '대한민국'
파주시는 '대한민국 국토의 축소판'입니다.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고 유입되는 청년인구와 점차 감소하는 고령층도 있습니다. 북쪽 지역인 장단면, 조리읍, 파주읍을 보면 널찍한 평야가 펼쳐져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이 있고 이장님들의 푸근한 인정도 느낄 수 있습니다. 곳곳에서 경운기 소리가 정겹기도 합니다.
파주의 북쪽에 읍면 주민센터를 보면 이장님들의 따스한 온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장철이면 배추김치며, 무 김치며 바리바리 싸들고 주민센터를 찾아오십니다. 저녁에는 동네 할아버지들과 술자리에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술잔을 기울입니다. 그때 만났던 정들이 시청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몇몇 이장님은 시청으로 먹을 것들을 싸들고 오시기도 합니다.
동네 할아버지들이 처음에는 악성 민원인으로 만났다가도 나중에는 말벗이 되기도 합니다. 북쪽 지역이 농촌이라면 남쪽 지역은 번화한 도시에 가깝습니다. 촘촘한 아파트 단지들 사이로 푸른 공원들이 보입니다. 고층 건물들이 들어선 마천루를 중심으로 저녁에는 네온사인들 때문에 눈이 부시기도 합니다. 이렇듯 파주시의 남과 북은 대한민국의 도심과 농촌을 옮겨 놓은 듯합니다.
■ 여기도 결국은 사람 사는 곳입니다.
사람 때문에 놀란 가슴, 결국 사람 덕분에 위로받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칼로 물을 베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죽일 듯이 미워했다가도 나중에는 화해하고 술 한잔 하게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 공무원이 됐을 때 일이 너무 많았습니다. 혼자서 2~3인분의 일을 하는 것 같았죠. 일감을 몰아주는 분을 미워했다가도 지금은 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또 시청의 특수한 환경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한 곳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하다 보니 서로가 서로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거죠. 서로가 불편해서라도 쉽게 화해합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잘 알고 있는지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누구의 아들은 어느 대학을 갔는지부터 형제자매는 몇 명 인지도 꿰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알 수도 있겠네요. 시청 공무원이 된 지금,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파베리아 추위를 사람의 온기로 녹여 볼 생각입니다.
<작가가 궁금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