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빌딩 아래로 펼쳐진 인간 군상들
여의도와 노량진은 불과 지하철로 2~3 정거장 거리입니다. 올림픽 대로를 건너면 바로 갈 수 있습니다. 노량진에서 63 빌딩이 보일 정도이죠. 그만큼 가깝다는 의미이지만, 노량진과 여의도의 풍경은 사뭇 다릅니다. 노량진과 여의도 모두 한국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20대와 30대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우선 노량진입니다. 노량진 수험가는 흔히 취업시장의 종착역으로 불립니다. 기업을 다니다 들어온 중고 신입부터,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는 이른바 '맘시생'까지 다양합니다. 20대의 앳된 대학생도 보이지만 머리에 서리가 앉은 50대 공시생들도 있습니다. 지역도 참 다양합니다. 고시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자면 왼쪽에서는 전라도 사투리가 들리고 오른쪽에서는 경상도 방언이 들리기도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때때로는 '계층의 벽'까지 느껴집니다. 공부환경만 봐도 빈부격차가 느껴집니다. 어떤 수험생은 공무원 학원 조교를 하며 한 푼 두 푼 아낍니다. 8~9천 원 하는 한 끼 식사가 아까워 4천 원의 고시식당 밥을 먹습니다. 노량진 컵밥은 그들에게 외식입니다. 반면 어떤 수험생들은 식당의 가격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수험생들도 있습니다. 50만 원이 넘는 부유한 곳에 수험생의 보금자리를 틀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노량진은 지역과 계층, 세대를 아우르는 대한민국의 용광로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한강에서 만난 전라도 홍어와 경상도 과메기
반면 여의도는 노량진과 다른 의미에서 대한민국 축소판입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이 그렇습니다.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등 각 지역을 대표해 모인 국회의원들이 있는 겁니다. 지역을 대표해 모인 의원들 사이로 경제계, 문화예술계, 체육계 등 각자의 전문분야를 전문적으로 PR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지역과 계층, 세대를 대표하는 공약들이 쏟아집니다.
국회 밖 식당의 모습을 보면 좀 더 흥미롭습니다. 지역적 스펙트럼이 다양합니다. 국회 인근에는 남도마루라는 식당이 유명합니다. 전라도의 음식들이 올라오죠. 홍어애(홍어 간)를 비롯해 제철음식들로 상다리가 휘어질듯합니다. 9첩 반상이 넘으며 임금님 밥상이 부럽지 않습니다. 손맛도 일품입니다. 특히 홍어삼합이 맛있습니다. 알싸한 홍어와 구수한 돼지고기를 묵은지에 싸 먹으면 그날의 스트레스도 풀립니다.
다른 식당들도 있습니다. 경상도 대표가 빠지면 섭섭하겠죠. 인근의 횟집에는 제철에 맞게 포항 구룡포 과메기가 올라옵니다. 11월부터 1월까지가 제철이죠. 겨울철 별미로 청어나 꽁치를 냉동과 해동을 반복해 바닷바람에 건조했습니다. 시베리안에서 불어온 겨울바람을 맞으며 쫀쫀해진 과메기 살집이 여물었습니다. 마늘종에 김과 싸 먹으면 소주가 물처럼 넘어갑니다.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라도 홍어와 경상도 과메기가 한강에서 만난 것 같습니다. 여의도와 노량진은 이렇게 다른 듯 또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요지경 같습니다.
<작가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