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꽃 1부

[인사혁신처] 공직문학상 수필 동상

by 방구석 지식in


식물이 아닌 버섯은 곰팡이와 함께 균류에 속한다. 광합성으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 내는 식물과 달리 버섯은 영양분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버섯은 나무 밑이나 습지 등 축축하고 어두운 곳이면 어디든지 돋아난다. 일생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지내다가 자손을 번식하기 위해서 땅 밖으로 모습을 드러낼 뿐이다. 버섯은 식물로 치면 꽃에 해당하지만 그 꽃이 독버섯부터 영지버섯까지 효능은 천차만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버섯의 모습이다.


"아니 답답하게 왜 사람 말을 안 듣는데"


사소한 일이었다. 쌩이질로 역정을 냈다. 살림살이며 행색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다. 하나부터 열까지 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다. 잔소리는 끝날 줄 몰랐다. 밥을 먹을 때도 누워서 쉬고 있을 때도, 눈에서 안 보였을 때도 험담 아닌 험담을 늘어놓았다. 왜 그렇게 사는지 모르겠다며. 그때는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먼 시간이 지나 그게 애증이란 것을 알게 됐다. 표현이 서툴렀는지, 안쓰러움이 배가 됐는지 몰랐지만 그건 그녀만의 응어리였다. 가슴속 응어리, 한이었다. 그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다짐. 감정의 줄기들이 매듭이 되어 하나의 흐름을 이루듯, 작은 망울들이 겹겹이 모여 하나의 봉우리를 이루었다.


'따르릉따르릉'


아닌 밤중에 전화가 왔다. 느닷없이 찾아온 할머니의 부고 소식에 엄마는 버선발로 뛰어갔다. 12평 남짓의 작은 임대아파트 문을 열자마자 쿰쿰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눅눅한 냄새를 넘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이상하고 역하고 구역질부터 났다. 급하게 챙겨 먹은 아침이 위를 지나 식도를 압박하는, 잊을 수 없는, 잊히지 않는 그녀의 체취였다. 정신이 혼미했고, 냄새만으로도 정신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대학도 들어가기 전, 어느 학생이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었을지 모른다. 우연의 일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할머니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손자를 생각하며 수능이 끝난 바로 다음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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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은 휑하니 허전했고, 휴지며 종이며 방안 곳곳에 널브러진 쓰레기들이 그간의 상황들을 설명해 주었다. 버섯꽃이 만발한 나목을 부여잡고 엄마는 누구보다 서럽게 울었다. 다리부터 팔까지 몸 구석구석을 손으로 확인하고서는 그래도 현실을 받아 들지 못한 듯했다. 닭똥 같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나는 애써 태연 한척하며 눈을 지끈 감고 있었지만, 가슴속에서 뜨거운 감정이 복받쳐 터져 나왔다. 아직도 생생하다. 시간이 멈춘 듯 그때의 잔상은 지금까지 남아있다. 칠순이 넘은 노모는 쓸쓸하게 마지막을 맞이했을 거다. 향년 71세. 한평생을 한으로 안고 살아온 어느 여자의 마지막 자리는 어두침침하고 음습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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