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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소통이 조직에 주는 변화

by 방구석 지식in


보여주기식 쑈통이 아닌 돌직구 '직통'으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 훗스퍼 21/22 시즌은 한 편의 영화 같았습니다. 한때 리그 8위까지 떨어졌지만, 기적적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겁니다. 숙적 아스날까지 격파했습니다. 토트넘이 상위권으로 연착륙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감독의 '소통능력'이었습니다. 하위권 성적으로 경질된 누누 산투 전 감독의 소통방식과 새롭게 역사를 쓰고 있는 콘테 감독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팀 성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누누 전 감독의 소통방식은 문제가 많았습니다. 누누는 코칭 스태프들과 포르투갈어로 대화를 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이탈리아 사람의 콘테가 영어를 쓰며 선수들에게 다가갔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죠. 뿐만 아니라 누누는 이전 감독들과 달리 선수들과 사무실 1:1 소통을 하지 않았습니다. 토트넘 선수들이 SNS 상에서 감독에 대한 언급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습니다. 선수들은 감독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경기에서 지고 있을 때 이를 반등할만한 파이팅도 얻지 못했습니다. 팀 전체가 늪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경기 초반 이달의 감독상을 받은 누누는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는데, 이는 언론에 보여주기 식의 '쑈통'인 것이었죠. 반면 콘테는 달랐습니다. 직구, 돌직구, 몸쪽 꽉 찬 돌직구를 던졌습니다. 선수들의 식단부터 경기 전술, 축구 철학 등으로 하나하나 소통했습니다.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언급하면서 오해를 줄였습니다. 토트넘의 어느 선수는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하나하나 전술을 알려주셔서 시킨 대로만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한 남자의 광기 어린 열정과 이것을 선수들과 나누는 과정들이 이어지면서 팀의 성적도 올라갔습니다. 소통하는 감독 아래 선수들의 '위닝' 멘탈리티가 심어진 것입니다.



■ 조직도 '미생'이다...리더 불통에 '인재' 유출


바둑에서 집이나 대마가 완전하게 살아 있지 않은 상태를 미생이라 부릅니다. 점 하나를 찍지 못해 완성이 안 되는 겁니다. 이런 비유는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유기체인 조직도 미생이 되는 것이죠. 위에 팀장이 어떤 사람이 오는지에 따라 팀도 달라집니다.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고 인재들이 빠져나가 '식물 조직'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비슷한 경험은 이전 직장에서 있었습니다. 사기업 내에서 팀장님의 평판은 좋지 않았는데, 다혈질 '불통'의 아이콘이었습니다. 본인은 모르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위아래에서 소문이 난 것이죠. 이를 보여주듯 화가 나면 육두문자부터 때려 박았습니다. 전에 업무를 하면서 사소한 일정을 놓친 적이 있었는데, 그동안 벼르고 있었던지 본때를 보여주더군요. 속사포 랩을 귀에 때려 박았는데, 30분 동안 욕먹으면서 현기증이 났는지 휘청거렸습니다. 문제는 그런 다혈질 상사들이 곳곳에 포진해있었다는 점입니다. 연봉도 높았고, 사회적 평판도 나쁘지 않은 회사였지만, 회의감이 밀려왔습니다.


아찔했던 경험이었습니다. 군대처럼 몇몇 조직들은 길들이기식 문화가 있는데, 그래서 실수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후배 직원들에 재갈을 물리면, 업무를 잘 할 수가 없습니다. 본인의 행동반경에 제약이 생기는 겁니다. 모험을 하지 않습니다. 보신주의로 치닫게 되는데, 결국 피해는 조직 전체로 번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또 있죠. 리더의 불통이 이어지면, 능력 있는 인재들이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요즘 MZ세대들은 리더의 소통능력을 중요하게 꼽고 있습니다. 닫혀있는 조직,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에서 MZ세대들은 오늘도 퇴사 준비를 합니다.



■ 드립 or 라떼, 어떤 커피 좋아하세요?


커피 이야기가 아닙니다. 소통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주변에는 이런 상사분들이 많을 겁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는 '드립형' 팀장님, 나 때는 말이야 하면서 옛날이야기만 늘어놓는 '라떼형' 팀장님이 그렇습니다. 요즘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공감입니다. 공감을 바탕으로 대화가 이루어져야 유기적인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겁니다. 유기적인 관계는 곧 회사의 생산성과 비전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오늘은 커피 한잔 하면서 소통하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가 궁금하면>

[브런치북] 노량진에서 꽃핀 연화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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