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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 문화로 출산율 올리자

by 방구석 지식in


소멸론 '스멀'...남녀평등으로 출산율 높인 유럽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0.75를 기록했습니다.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저치입니다. 지난해에도 0.8대를 보이며 최저치를 나타냈는데, 올해 출산율 바닥을 다시 한번 갈아치운 겁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국가 소멸론'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닥을 치는 출산율에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집값 상승, 물가 인상, 개인주의 문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우리가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도 쉽지 않습니다.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럽은 어떻게 고차방정식을 풀고 있을까요. 스웨덴은 지난 2000년 출산율이 1.5명으로 떨어졌지만, 최근 1.7명까지 회복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20년 동안 1.3명 안팎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무언가 거창한 정책들이 있을 듯했지만, 북유럽 복지국가를 대표하는 스웨덴의 출산율 해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스웨덴 보건복지부 장관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보여주기 식 정책들을 쏟아내는 것보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남녀평등 문화를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 제도를 정착시켜 남자와 여자가 함께 출산과 육아에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아이는 여성 혼자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가족공동체 안에서 함께 커나가는 것이므로 부부의 공동체 의식에서 출산율도 올라간다고 덧붙였습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 사이에 반목과 불신, 균형감을 잃은 성대결이 아닌 남녀평등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었습니다.



■ 있는 제도를 내실 있게...남성도 육아휴직을


기업에서 남녀평등 문화를 만들고 이를 제도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육아휴직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제대로 쓰고 있는 직장인들이 많지 않은데, 서울에서 일하는 양육자 10명 가운데 3명은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직장 내 경쟁력이 떨어지고 동료들이 업무를 추가로 부담하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결국 국가는 정책적으로 출산을 장려하지만, 정작 사기업들은 여성들의 출산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겁니다. 통계 수치도 현실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70%가 육아나 출산휴직을 썼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인 참여는 이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적으로 사기업에서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장려해야 합니다. 그래야 여성들이 주변에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습니다. 사기업과 공무원 조직을 모두 다녀 보니 차이를 피부로 느꼈습니다. 사기업은 입사할 때부터 여성들이 차별을 안고 시작합니다. 이전 직장의 사례로 보면 7명 동기 중에서 2명이 여성이었고 두 명 모두 서울대생이었습니다. 주변 대학교 친구들이 입사한 은행, 대기업, 금융권 등을 살펴봤을 때도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힘들게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육아 휴직 제도 때문입니다. 실질적으로 여성만 쓰는 육아 휴직 때문에 결혼 전의 여성이 회사에 들어오면 업무의 연속성이 끊길 것 같다는 우려가 있고, 육아 휴직을 쓴 이후에는 퇴사를 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갖는 겁니다. 남자와 여자 모두 공평하게 육아휴직을 쓰면 불필요한 걱정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공무원에서 일해보니 사기업과는 180도 달랐습니다. 남자들도 육아휴직제를 쓰는 것에 부담이 없습니다. 자녀 한 명당 3년씩 다 채워서 쓰는 경우도 많고, 승진을 비롯한 인사고과에 악영향도 없어 남녀 모두 평등하게 이용합니다. 때문에 남성과 여성의 차별은 입사하는 출발선에서도,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현실적으로 여성과 남성이 육아휴직제도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요람에서 학교까지 이어지는 보육 생태계가 활성화됩니다. 여성만의 독박 육아가 아니라 아내와 남편의 부부 공동체 안에서 출산율이 올라가고, 회사에서도 남녀 모두 평등하게 육아휴직을 씀으로써 상대적인 박탈감과 소외감을 줄이는 겁니다.



■ 사기업 인력 재조정 필요...노동 유연화 선행조건


사실 이런 제언이 있더라도, 사기업은 현실적으로 육아휴직을 장려하기 힘듭니다. 업무 시스템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는데, 4명이 해야 할 업무를 2명에게 맡기고 각 개인에게 월급을 1.5배로 주기 때문입니다. 경직적인 노동시장으로 임금과 업무의 불일치가 일어나는데, 필요에 따라서 사람을 쉽게 채용하거나 해고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업무를 중심으로 인력이 꾸려지지 않고 사람을 중심으로 업무 분담이 이뤄집니다. 케인즈학파가 주장하는 임금과 생산성의 관계가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 겁니다.


일을 한 만큼 임금을 받아야 하지만 현실에는 노사분규, 기업의 도덕적 해이,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균형이 맞지 않습니다. 노동자를 기준으로 실제로는 일을 더 많이 하지만, 임금은 조금 더 받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때문에 2~3인분의 업무를 하는 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나머지 사람들이 3~4인분의 일을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사기업에 육아휴직 제도를 늘리려면, 정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노동유연화 정책과 함께 출산율 정책을 펴야 합니다. 추가로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사기업에게는 세제혜택을 비롯한 지원정책도 필요합니다.


둘보다는 셋, 셋보다는 넷이 더 따듯합니다. 온 가족이 화목하게 가족사진을 찍는 날을 기원해 봅니다.




<작가가 궁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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