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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평등 정책을 한 삼성의 실험

by 방구석 지식in


■ 삼성, 대기업 최초로 여성 공채...유리천장 제거


남녀평등 정책은 이건희 회장의 뜻이었습니다. 차별적 관행을 없애기 위해 지난 1993년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처음으로 여성 인력 공채를 도입한 겁니다. 이후 2년 뒤에는 인사개혁을 바탕으로 남녀 공채를 통합해 인력을 선발했습니다. 해외 지역전문가와 주재원 파견 기회도 여성들에게 남성들과 똑같이 보장했습니다. 실질적인 양성평등 제도를 우뚝 세운 겁니다. '아내만 빼고 다 바꾸라'던 이건희 회장의 혁신 DNA는 유리천장으로 만연했던 대기업의 인사시스템까지 싹 뜯어고쳤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혁신 DNA는 곧 파격 인사로 이어졌습니다. 삼성의 최대 실적 스마트폰 '갤럭시'에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11년 어려운 경영 상황에서도 삼성은 애플을 누르고 스마트폰 1위에 올랐는데, 삼성전자 부사장 자리에 처음으로 여성을 승진시킨 겁니다. 오너가를 제외하면 삼성그룹 전체를 통틀어 제일기획에 이은 두 번째 부사장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인 점을 감안하면 상징성이 컸습니다.

그 이후부터 여성들의 유리천장도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한 겁니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티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국내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은 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성 임원을 한 명이라도 보유한 기업도 70퍼센트를 차지했습니다. 미래 사업의 열쇠도 역시 사람이라던 이건희 회장의 '양성 평등 투자론'이 대한민국에 뿌리내리게 됐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뜻은 곧 아들 이재용 부회장까지 이어졌습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SDS 워킹맘 간담회 역시 여성 인재들을 중용해 삼성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여성의 관점 반영된 가전제품...세계를 휩쓸다


이건희 회장의 따듯한 리더십은 곧 시장에서도 통했습니다. 여성인재를 중용해 가전제품의 혁신을 불러온 겁니다. 이른바 '밀라노 선언'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200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경영 전략회의에서 삼성의 디자인 혁신을 주문했습니다. 삼성의 디자인은 아직 1.5류라며 짧은 순간 고객의 마음을 붙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 후 대대적인 혁신과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보르도 TV'가 탄생한 겁니다. 스피커를 외관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했고, 와인잔을 연상하게 만드는 프리미엄 디자인이었습니다. 보르도 TV는 출시된 후 지난 2006년에만 3백만 대가 판매되면서 글로벌 TV 시장에서 1위를 석권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남성들의 시각에만 매몰되지 않고 여성인재들의 관점이 반영됐기에 가능했다는 평가입니다. 신혼부부의 살림살이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가전제품을 비롯한 신혼집 인테리어는 여성들이 담당합니다. 눈에 보이는 곳부터 보이지 않는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신경 쓰는 겁니다. 이런 깐깐한 세밀함이 곧 보르도 TV를 비롯한 삼성의 가전제품을 만들 때 투영됐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여성들의 창의성이 곧 업무성과로 나타났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빅피처'가 기업의 재무제표에 영향을 준겁니다. 여성들의 창의성이 반영된 가전제품들로 현재 삼성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 태극기를 꼽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의 업무 방식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학창 시절 친구가 삼성에서 근무하는데, 열심히 일한 만큼 성과와 보상이 주어진다는 겁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프로젝트 회의와 업무보고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는 곧 신제품 개발에 반영됩니다. 열린 문화, 열린 조직이 곧 열린 생각을 낳고 이것들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기업이 성장하는 겁니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인력을 활용하는 것 역시 기업에게는 도움입니다. 앞서 이건희 회장도 언급했듯, 다른 나라는 남자와 여자가 합쳐서 뛰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남자 홀로 분투하는 것은 국가적 낭비가 맞습니다. 바퀴 하나가 바람이 빠진 채로 자전거 경주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 여성친화는 곧 가족친화로...정책적으로 확장해야


시대를 앞서간 삼성의 기업문화는 곧 정책적으로 확장돼야 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993년 삼성에서 실시한 7.4제입니다. 오전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늘리라는 의도였습니다. 이후에도 오전에 원하는 시간에 출근하는 자율출근제, 주 40시간만 채우는 자율 출퇴근제도 등 지금 생각해도 혁신적인 제도들을 쏟아냈습니다. '가화만사성'이라는 한자성어처럼 가족들과 화목한 시간을 보낸 것이 곧 회사에서도 생산성 확대와 매출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이었습니다. 삼성만의 여성친화, 가족친화 제도는 이후 공직사회 제도권으로 흡수돼 국가에서 장려하는 정책으로 입안됐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실력과 따듯함, 포용적 정책들이 대한민국 근로 생태계를 바꾼 겁니다.


이제는 제도권으로 흡수된 정책들을 더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몇몇 중소기업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확장할 수는 없더라도 여성들만의 관점과 시각이 곧 업계 매출로 이어지는 수익창출 구조를 찾아내, 가족친화적인 제도를 확립시켜야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가족과 업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도적 확립과 더불어 승진과 포상을 나눔으로써 여성들의 열정 DNA를 되살리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점점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많아지고 이제는 동료로서, 임원으로서, 후임으로서 함께 일할 기회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겁니다.


이건희 회장이 언급한 '마차이론'처럼 오른쪽 바퀴와 왼쪽 바퀴 모두 함께하는 포용적인 정책들이 뿌리내리길 기대합니다.




<작가가 궁금하다면?>

[브런치북] '희로애락' 공무원 생존기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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