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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증후군을 줄이는 작은 배려

by 방구석 지식in


■ 시들해진 코로나로 바뀐 명절...명절증후군 속앓이


독버섯처럼 창궐했던 코로나가 시들해지면서, 명절 풍속도 바뀌었습니다. 지난 3년 동안의 겨울잠을 끝내듯, 대면으로 가족들끼리 명절을 보내게 된 겁니다. 가족들의 따스한 온기를 느끼고 싶던 누군가에게는 환영할 일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바로 '명절증후군' 때문입니다. 명절 전후로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겁니다. 지끈지끈한 편두통부터 심장 한쪽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불안감까지 종류도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명절증후군'으로 힘들어했습니다. 지난해 국내의 어느 HR 전문 기업이 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2%의 사람들이 명절증후군을 겪었다고 응답했습니다. 명절만 되면 원인 모를 각종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특히 여성들에게 많았다고 전해졌습니다. 주부입니다. 명절에 발생하는 가사노동이 대부분 여성들에게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명절 음식 준비부터 설거지, 독박 육아까지 이유도 여러 가지입니다. 친척들끼리 안모일 수도 없고, 어떻게 명절 증후군을 피해야 할까요.



■ '9살 아이' 눈으로 관찰...육아부터 설거지까지 배려


육아는 전쟁입니다. 저는 아직 결혼도 안 했지만, 어깨너머로 보니 그랬습니다. 밥 먹는 것부터 잠자는 것까지 하나하나 챙겨줘야 했는데, 특히 3살 전까지는 잠자는 것도 옆에서 챙기는 모습을 봤습니다. 하루하루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새벽에 깨는 아이를 두고 엄마와 아빠는 어르고 달래며 잠 못 이루는 밤을 지냈을 겁니다. 처음 몇 년간은 저녁에 친구 약속을 잡아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아이 키우기가 쉽지 않은 겁니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추석 명절을 보내는 것은 더욱 그럴 겁니다. 친정에서, 시댁에서 그렇게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밥 먹을 때도 씹어서 먹여주는 경우도 봤습니다.


그런 조카들이 어느덧 초등학교에 들어갔습니다. 첫째 조카가 이제 어느덧 초등학교 2학년으로 자랐는데, 아이가 보는 세상은 또 다른 듯했습니다. 먼저 놀아주려고 가면 무심한 듯 밀어내지만, 방안에 혼자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 먼저 놀아달라고 조릅니다. 9살 첫째 조카는 지금 게임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마리오 카트를 비롯해 자동차 게임까지 종류도 다양했는데, 삼촌과 함께 자동차 레이싱을 하는 겁니다. 아직 어린 나이라 운전도 못할 테지만, 게임 화면 속에 자동차들은 화려했습니다. 범퍼부터 자동차 휠까지 자기가 알아서 고르더군요. 부스터를 장착한 자동차들이 도로 위에 바큇자국을 내며 갈 때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소리를 질렀습니다. 자신이 1등으로 들어온 경주는 되돌려 보기까지 하며 저에게 보여줬습니다. 게임 삼매경에 빠졌을 즈음 조카가 갑자기 저를 형이라 불렀습니다. 제가 그만큼 동안입니다.


여느 집과 같은 추석 명절의 풍경입니다. 명절 증후군으로 속앓이를 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작은 배려와 실천으로 줄여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9살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육아부터 작은 번거로움이 있는 설거지까지 저도 하나하나 시작했습니다. 사실 저희 집도 부모님과 멀리 떨어져 살고 있어서 평소에는 쉽게 보기 힘듭니다. 부모님은 경기도 안산에 계시고 슬하의 두 자녀들은 모두 서울에 살고 있어 명절이 아니면 쉽게 모이기 힘듭니다. 아마 저희 집 보다 더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이 많을 텐데, 누군가의 작은 시작으로 명절 증후군을 줄여가는 것은 어떨까요.




<작가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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