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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뷰티풀 마인드'를 위해

by 방구석 지식in


저는 언제나 숫자를 믿어왔습니다.
추론을 이끌어내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묻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논리입니까?

난 당신 덕분에 이 자리에 섰어요.
당신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내 모든 이유는 당신이오.



선한 의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영화 같은 인생을 산 경제학자 존 내쉬의 이야기입니다. 지독하게 그의 인생을 괴롭히던 정신질환 '조현병'도 인생의 고난과 역경도 그의 의지를 막지는 못했습니다. '뷰티풀 마인드' 그의 선한 의지입니다. 한평생 논리와 이성을 위해 공부했지만, 정작 그에게 정신적 안식처를 주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감성과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본인의 역경을 극복하게 해 준 아내의 사랑 덕분에 그의 이론과 논리들은 세상에서 빛을 봤습니다. 존 내쉬가 아니었다면 그 누구도 풀지 못했을 경제학 이론과 수학 개념 등의 고차방정식은 마법처럼 주문이 풀렸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이었을까요. 애석하게도 마법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그의 논문이 잉크가 마르기도 전 2015년 5월, 세상에 한 획을 그었던 이 순수한 영혼에 그림자가 드리워진 겁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벨상'을 수상하고 집에 가던 존 내쉬는 교통사고로 아내와 함께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화처럼 살다 간, 슬프지만 아름다운 어느 영혼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 알아주지 못했을 수도 있었지만, 세상은 존 내쉬의 삶을 기억하고 감사할 겁니다.



■ 진흙 속에서 핀 꽃...정신분열증도 꺾지 못한 의지


괴짜. 사회성 없는 수학천재. 학계 이단아. 존 내쉬를 따라다니던 수식어였습니다. 존 내쉬의 삶은 외로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를 보여주듯, 내쉬는 '리만 가설'을 강연하다가 조현병을 앓게 된 것이 유명합니다. 콜롬비아 대학 학회에서 리만 가설과 관련된 강연을 하던 도중에 말을 더듬고 횡설수설을 한 겁니다. 망상과 환청은 대표적인 조현병 증상인데, 그의 증세는 점점 심해져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정신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았습니다. 메아리처럼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은 심한 욕이 귀에 수없이 꽂히며 파괴적인 행동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심각합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우려하는 병입니다.


존 내쉬는 한때 조현병으로 학계에서 은퇴까지 했지만, 이후 회복하며 추가 업적들도 쏟아냈습니다. 외로움과 고독, 정신질환은 곧 주변에 또 다른 자아들을 만들어내면서 자신을 괴롭혔는데, 이런 진흙 같은 인생에서 꽃이 피었습니다. 경제학에서 유명한 존 내쉬의 '게임이론'입니다. 비협조적인 상황에서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최적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개념을 뒤집었습니다. 이후 존 내쉬의 게임이론은 과점시장의 분석틀부터 범죄자들의 용의자 딜레마까지 사회 각 부분들을 분석하는 기법으로 요긴하게 쓰였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한 그의 흔적들이 곧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되돌아온 겁니다. 그리고 그 고민들은 후배 세대의 학문적 깊이를 더해줬습니다.



또 다른 '존 내쉬'를 위하여...'뷰티풀 마인드' 응원


영화 뷰티풀 마인드부터 드라마 우영우까지 남들과 다른 시선에서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몇 있습니다. 흥미롭게 봤던 영화와 드라마라서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음악을 하던 친구였는데, 첫 만남은 조금 특별했습니다. 고등학교 지하 2층에는 피아노 실이 있었는데, 점심시간 악보도 없이 피아노를 치고 있던 어느 학생이 있었습니다. 현란한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뒤에서 유심히 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그 친구는 연주를 멈췄습니다. 음이 하나 빠진다는 거였는데, 절대 음감으로 그 건반을 찾아낸 겁니다. 훗날 이 친구는 서울대 작곡과를 갔고 어느 유명한 콩쿠르에 순위권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애처롭게도 그리 사회성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주변에 친구가 별로 없었고, 사교적인 성격도 아니었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호소하며 하루에 두 갑 가까운 담배를 피웠고 안주도 없이 그 자리에서 소주 한 병을 다마시는 경우도 봤습니다. 일주일 내내 방에 틀어박혀 살기도 했습니다. 대학 때 컴퓨터 프로그램을 복수 전공하며 게임음악을 만들었고, 이로써 세상과 접점을 찾고 싶다고 말한 기억이 납니다. 문득 잘 지내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자신만의 영역에서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을 이 시대의 '뷰티풀 마인드'들을 위해, 그리고 어려운 역경에도 내일의 희망을 위해 힘쓰고 있는 또 다른 '존 내쉬'들을 위해 이 글을 바칩니다.




<작가가 궁금하다면?>

[브런치북] '희로애락' 공무원 생존기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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