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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Sep 25. 2022

피땀눈물, 시각장애인 합격생

노량진 언저리에서


■ 세계 첫 시각장애 애널리스트, 절망을 희망으로


세계 최초 시각장애인 공인 재무분석사(CFA). 미국 월스트리트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하버드 출신. 애널리스트. 직함만 보면 남부러울 것 없는 스펙들입니다. 하지만 신순규 씨는 알고 보면 남모를 사연이 많았습니다.


아홉 살에 시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열다섯 살에 홀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납니다. 일반고등학교로 진로를 바꿔 하버드와 프린스턴, MIT를 동시에 합격합니다. MIT에서 경영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다가 장애인에게 진입장벽이 있는 직업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없다는 사실에 새로운 희망을 봤습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같은 이유로 포기했을 겁니다. 자신이 첫 성공사례가 되겠다고 결심하고 월가 투자은행 JP모건에서 일을 시작한 겁니다. 금융분야의 권위 있는 자격증인 CFA(공인 재무분석사)를 취득했습니다.


삶을 바라보는 신순규 씨 만의 태도는 독특했습니다. 고난은 감사로 절망은 희망으로 받아들인 겁니다. 눈으로 보지 못했다면 대신 듣고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연구에 매진했습니다. 자신이 부족한 단점으로 삶을 단념한 것이 아니라 다른 장점들을 극대화했습니다. 그의 저서 '어둠 속에서 빛나는 것들'에는 이런 그의 노력과 삶에 대한 숭고한 정신을 엿볼 수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발라흐 효과'라 부릅니다. 제한적인 시간과 힘을 가장 뛰어난 영역에 쏟아야 최고의 효과를 얻는 겁니다. 포기하지 않는 그의 노력으로 그는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노량진에서 꽃핀 청춘...시각장애 극복한 수험생


귀감사례는 노량진 수험가에도 있었습니다. 노량진 수험가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공무원 합격생들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합격생들 몇몇이 학원을 찾아왔습니다. 어느 공무원 학원에서 시각장애인연합회에 무료로 학원 강의를 제공했는데, 이에 대한 감사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시각장애인들이 공부해서 합격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색깔이 있거나 글자체 등 시각적인 차이가 있었다면 부담이 덜했겠지만, 점자책은 볼 수가 없습니다. 수험서를 점자책으로 바꾸려면 상상 이상의 가격을 지불해야 합니다. 권당 몇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수요도 없고 텍스트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때문에 시각장애인들은 눈이 아닌 귀로만 의존합니다. 강의만 듣고 공부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공무원 강의는 결코 청각에 최적화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단점으로 시험을 포기하기보다는 다른 부문을 극대화했습니다. 시각장애 수험생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영어였는데, 시각장애인 수험생들에게 150분 시험 중에  영어에만 90분을 할애합니다. 옛날 기계음 발음으로 일반 사람도 알아듣기 힘듭니다. 영어 과락을 간신히 넘기고 대신 다른 것에 집중했다고 합니다. 바로 행정법이었습니다.  


행정법 강의만 무한대에 가깝게 들었다고 합니다. 선천적인 감각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 언어(영어) 대신 후천적인 노력으로 장애를 극복한 겁니다. 말이 그렇다고 해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만점에 가까운 행정법 점수를 받았는데, 법 과목은 특성상 판서도 많고 판례도 하나하나 만만치가 않습니다. 이제는 시험제도가 바뀌었지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법 과목을 피해 사회와 과학을 공부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그런데 시각장애 수험생들이 당당히 행정법을 공부해서 바늘구멍을 뚫은 겁니다. 그렇게 시각장애인 4명의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진흙 속에서 꽃이 핀 겁니다. 자신의 역경을 마음가짐 하나로 승화시켰습니다.



■ 절망 대신에 희망으로, 장점을 관리해야


노량진 수험가는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공무원 수험생들은 일 년 중에 쉴 수 있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고, 연필을 잡은 손은 불어 틉니다. 시각장애인 수험생들은 귀에서 피가 나왔을 겁니다. 독버섯처럼 창궐한 코로나 때문에, 수험생들의 마음은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여기서 공부하다가 코로나 확진이라도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입니다. 독서실에서 기침이라도 하면 눈치에 코치에 주변 시선이 따갑습니다. 노량진에는 대한민국 공무원 수험생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응축돼 있습니다. 녹록지 않은 노량진 수험가에는 성공과 실패의 명함도 존재합니다. 수험생들의 마음은 조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에게 주어진 불행의 반대편을 봐야 합니다. "인생 성공의 비결은 자신의 개성과 장점을 관리하는 것이고 장점을 관리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가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일본 '경영의 신'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만일 그렇게 살지 않는다면 자신의 인생을 평가절하하면서 살 것이라는 겁니다. 노량진 수험가에 뿐만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도 새겨 들어야 할 말들입니다. 인생은 가까이에서는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자신의 부정적인 현실만 탓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장점을 살리는 삶은 분명 다를 거라 믿습니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청춘들을 위해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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