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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Oct 10. 2022

청소부부터 소방수까지 '눈길'

세계 경제대통령의 역할 변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미국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9월) 3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75% 포인트 인상하며 금리의 상한가를 3.25%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연방공개 시장위원회 (FOMC)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며 잇따른 빅스텝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 러시아발 원유 가격 급등 등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면서, 연준 의장의 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곧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미국 연준 의장은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렸다. 연준 의장들의 면면을 보면 시장에 대한 관점과 대응방식을 파악할 수 있는데, 대략적으로 호황기-침체기-조절기 3단계로 분류가 가능하다.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호황기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전임자인 볼커와 달리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다. 시장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정부는 먼저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의 잔재들을 처리하는 청소부에 가까웠다. 정부의 섣부른 대응은 자칫 시장의 선순환을 교란한다고 여겼다. 20년에 가까운 장기집권을 하면서 확장적 통화정책을 유지했었다.


이를 뒷받침하듯 블랙먼데이, 아시아 외환위기,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등의 굵직굵직한 사건 때마다 그린스펀은 금리를 과감히 낮췄다. 그린스펀은 위기 때마다 경제성장, 물가, 실업률의 세 마리 토끼를 잡으며 골디락스 경제를 실현시켰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런 시장의 방향성을 바꿔 놓았다.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깨버린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제의 빅브라더가 아니었다. 그린스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저금리 정책을 용인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다는 것이다.


저금리 정책은 곧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졌고 경제주체들의 도덕적해이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연준 의장의 위상에 금이 갔고 시장에 대한 불신도 자리 잡았다. 불확실성은 독버섯처럼 퍼졌다. 시장은 유동성 함정에 빠졌고 미국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약발조차 들지 않았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은 앞으로 이자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기대했는데(=채권 가격의 하락을 예상함), 그 과정에서 화폐수요가 무한대로 커졌기 때문이다. 시장을 진화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시장에 돈을 풀었지만, 풀린 달러만큼 경제주체들의 호주머니로 화폐가 잠식되었다. IS-LM시장에서 LM곡선이 수평으로 되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역할은 경제주체들의 기대 심리를 움직이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기대보다 더 많은 달러를 시장에 풀면서 유동성 함정에 대응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이 헬리콥터에서 달러를 무한대로 찍어내겠다고 시장에 선포했다. 이른바 ‘헬리콥터 벤‘이다. 유동성 함정에 대한 해법으로 양적완화를 실시하며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이려 애썼다.


기대인플레이션 자체를 높이며 초과 수요를 일으키려 한 것인데, 이러한 주장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에 의해서도 지지를 받았다. 당시 버냉키 연준 의장의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받았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에도 연준이 해야 할 일이 쌓여있었다.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역할론에 대한 고민이었다. 단순한 청소부가 아닌 경제주체들의 기대를 진화하는 소방수, 기업 CEO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감시자 역할도 함께 필요했던 것이다.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회'로 벌어진 미국발 금융위기에 대한 반성이 포함됐다.



변호사 출신으로 첫 연준 의장에 제롬 파월 의장이 선임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파월 의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시장의 신뢰 정책을 유지하면서 금리와 인플레이션 모두를 조절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에 놓여 있다. 미국 연준의 노력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 힘입어 지난해 2021년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7%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 경제의 흐름을 읽고 세금정책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가와 기대 인플레이션율, 세율과 경제성장률 등 풀어야 할 고차방정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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