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 지식in Oct 17. 2022

모든 일에 잘하려 하지 말자


영화 베를린. 암살. 신과 함께. 넷플릭스 수리남까지 지난 2018년 최연소로 누적 관객수 1억 명을 달성한 배우가 있습니다. 능청스러운 대사부터 사이코패스 표정까지 연기 스펙트럼도 넓고 디테일한 감수성도 있습니다. 주변 스텝들에 따르면 영화 한 편에만 수십 장에 달하는 연기 메모장도 따로 있을 정도로 열정이 있다고 하는데요. 역설적이게도 하정우 씨는 매사에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담담하게 털어놨습니다.


오히려 집착을 내려놓고 현재 위치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100점 만점에 80점이 목표라는데요.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강한 집착에 자신이 묶이게 되고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촬영장에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연기하는 공간에 누구도 들어올 수 없고 많은 스텝들과 투자자들이 자신만 쳐다본다고 느낀 거죠. 잘해야겠다 생각보다는 주어진 일을 소화해야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정우 씨의 방송 인터뷰를 보고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머피의 법칙처럼 한때는 저도 하는 일마다 안 풀렸습니다. 실타래처럼 엉킨 일들이 갈수록 꼬이기만 한 겁니다. 여의도에서 노량진에서 일터와 삶터에서 그랬습니다. 회사만 나오면 될 줄 알았지만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1년 가까이 면접 준비를 하며 공들인 금융권 공기업은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졌고, 월화수목금금금 책상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공부했던 곳도 보란 듯이 한 문제 차이로 연거푸 낙방했습니다. 잘하려고 할수록 역설적으로 잘 안됐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죠. 불행의 씨앗은 음습한 습지에서 싹을 틔웠습니다. 그 행동과 생각은 주변 사람들에게 전이됐고, 독버섯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역병이 창궐하듯 주변 곳곳에서 그렇게 인간관계도 하는 업무도 꼬였습니다. 모과나무 심사처럼요. 아마 얼굴 표정에도 드러났을 겁니다. 그런 표정을 지적한 면접관도 있었으니까요. 과몰입이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냉정하고 비정하게 인물을 묘사한 하드보일드 기법처럼, 딱딱했고 무뚝뚝했고 황량했을 겁니다. 메마른 사막에 한줄기 오아시스가 필요했습니다.



인간관계와 자기 관리의 대가인 데일 카네기도 이런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카렐의 경험을 통해 근심과 걱정을 해결하는 방법을 정리하며 이를 '카를 공식'이라 이름 지었고 그의 저서 '걱정을 멈추고 즐겁게 사는 법'에 소개했습니다. 매사에 잘하려고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보다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정리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과정을 공식으로 풀어낸 겁니다. 간단한 세 가지 절차였는데, 먼저 두려움을 없애고 이성적으로 실패했을 때 최악의 상황을 찾아냅니다. 그 다음 최악의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마지막으로 나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마무리 지었습니다.


맞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리 심각할 일도 없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갈 뿐입니다. 학점도 취업도 승진도 그렇습니다. 그때는 그 이상으로 생각하며 저를 옥죄고 쥐어짰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상황들이 많았습니다. 때가 아니면 기다리고, 돌아가면 될 상황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예능 MC 지망생이 방송 기자 생활을 한 경험부터, 국어보다 수학을 좋아했던 이과생이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부터가 그랬습니다. 계획했지만,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는 것처럼요. 울지 않는 뻐꾸기가 울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중학교 때 선도부장으로 어느 학생을 때려 경찰서까지 갔고, 대학생 때는 IMF로 집안 사업도 망하고 부모님이 이혼하는 등 인생 가시밭길을 걸었던 배우 하정우 씨는 현실을 감내하고 마음가짐을 고쳐먹으며 인생 귀인을 만나게 됩니다. 2005년 소울메이트 윤종빈 감독을 만나 '용서받지 못한 자'를 찍으며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고 혼이 실린 연기를 펼친 '추격자'를 통해 충무로의 차세대 간판스타로 우뚝 서게 됩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부터 '수리남'까지 귀인과의 인연도 이어졌고 하정우 씨는 점점 국민배우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좋은 평가를 받으려 계속 노력하는 것도 좋지만 지나친 스트레스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어떨까요. 착한 사람 증후군에 시달리며 우리 모두가 완벽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궁금하면>

[브런치북] 노량진에서 꽃핀 연화 (brunch.co.kr)




작가의 이전글 '지혜의 숲'에서 북소리 힐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