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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Oct 31. 2022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가라

권투에서 배우는 정신력


누구나 맞기 전에는 그럴듯한 전략이 있다

- 마이클 타이슨 -



경기장 위의 악동, 핵주먹의 대명사, 인파이터 저승사자. 마이클 타이슨을 따라다니던 꼬리표다. 등장부터 위협적이었다. 자신보다 신장 20cm 이상 큰 거구들도 주먹 한방으로 잠재웠고 KO만 19연승을 내달렸다. 반박자 빠른 스텝과 원투펀치는 타이슨만의 전매특허였다. 당시 전문가들은 마이클 타이슨의 펀치력을 1톤으로 추정했는데,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레 겁먹은 상대 선수가 오줌을 지렸다(?)는 후문도 있다. 두말하면 잔소리, 걸어 다니는 핵폭탄이었다.  


하지만 이런 괴물 타이슨을 스타로 만든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의 정신력과 열정이었다. 각종 스캔들도 많았지만 한때 권투만큼은 진심이었다.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걸어갔다. 새벽 3시에 일어나 저녁 8시에 잠들기 전까지 눈떠있는 시간은 하루 종일 권투만 매진한 것이다. 타이어를 짊어지고 운동장을 뛴 것은 기본이고 쉴 새 없이 스파링을 내질렀다. 잽과 펀치, 어퍼컷을 무조건 반사적으로 토해내며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그가 던진 펀치라인은 어찌 보면 세상을 향한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격한 몸부림. 그의 가정사는 누구보다 불우했다. 미국 할렘가 빈민촌에서 태어난 타이슨은 2살 때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고 학창 시절을 동네 양아치와 불량배로 자랐다. 삶 자체가 전쟁터였다. 총성 없는 전쟁에서 그가 살아남는 방법은 싸움과 주먹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만 의지해야 했다. 세상의 따스한 온정과 질서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을 터. 그런 타이슨에게도 한줄기 빛이 왔다. 폭력과 절도 범죄로 소년원에 밥먹듯이 드나들었던 그에게 기적 같은 인생 전환점이 찾아온 것이다.



두 명의 귀인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무하마드 알리와 권투 스승 커스 다마토였다. 이들을 만나며 타이슨은 가슴속에서 꿈틀대던 열정이 활화산처럼 폭발할 수 있었다. 훗날 타이슨은 알츠하이머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알리의 장례식을 지키며 은인에 대한 예의를 다했다. 길거리 파이터에서 링 위의 승부사로 이끈 타이슨의 스승은 그의 묘비명에 타이슨을 '아름다운 불꽃'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타이슨은 우직하게 권투인의 삶을 살게 해 준 은인들이 고마웠을 거다.  


권투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래서 권투를 하는 무도인들을 나도 높이 평가한다. 알리와 다마토가 타이슨에게 정신력을 심어줬듯, 링 위에서 하루하루 구슬땀을 흘리는 무도인들도 그들만의 굳건한 의지가 엿보인다.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고 굳건하게 가는 인내력과 끈기 말이다.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지 않는 인파이터들. 한대 맞고 두대를 더 때리겠다는 그들만의 근성과 깡다구를 보면서 마음속에서 전의가 불타오른다. 링 위에서 펼쳐지는 펀치라인에 오늘도 주먹이 운다. 그 기운을 받아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걸어가자.




<작가가 궁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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