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구석 지식in Nov 04. 2022

희로애락 깃든 관상과 수레바퀴

노량진에 오기까지


관 :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상 : 외부 기운의 형상


관상의 사전적 의미인데, 얼굴에 쓰인 희로애락으로 사람의 운명을 판단합니다. 똑똑한 진돗개부터 음흉한 살쾡이까지 스펙트럼도 다양합니다. 유명 연예인부터 대선주자들까지 그들 관상을 설명한 유튜브도 많고, 수양대군의 궁중잔혹사를 그린 영화 '관상'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웃고 울고 설레고 아린 경험들이 깊숙이 파인 계곡이 되기도 하고 살포시 잔주름으로 스치기도 합니다. 관상을 보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가늠된다는 이야기도 있듯, 삼성 면접시험에 관상가도 함께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그래서일까요. 관상에 대한 관심도 뜨겁습니다. 운칠기삼의 '포스텔러' 웹사이트와 앱은 가입자수가 200만 명이 넘었습니다. 앱 이용도 폭발적인데, 국내에서는 60만 명에 달하고 일본도 10만 명 기록했습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가 오고 있다는 석학들의 외침 속에도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납니다. 아니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닌 듯합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유명 연예인부터 정치인, 고위 관료까지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적 사람은 없다는 그곳에 가봤습니다.



■ 안갯속 대선에서 대통령 예견...인생 굴곡 귀띔


18대 대선을 두세 달 앞둔 시점. 추석 민심을 앞두고 가십성 기사를 준비했습니다. 관상적으로 역술적으로 누가 대통령이 될지 물어봤는데, 뜻밖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거였습니다. 의외였습니다. 당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거론됐는데, 어느 무당의 확신에 찬 대답에 갸우뚱했습니다. 만약 무당 선생님 말씀이 맞다면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여운만 남기고 성급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단일화 필승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저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겁니다. 뉴스 기사를 듣자마자 부랴부랴 무당 선생님께 연락부터 했습니다. 등골이 오싹하고 피부에 닭살이 돋았습니다. 롤러코스터처럼 감정이 요동쳤습니다. 놀라움 반 신기함 반으로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그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되돌아왔습니다. 서른 초반에 제 인생에서 한 번의 굴곡이 찾아온다고 넌지시 귀띔해줬습니다.  



https://mbn.co.kr/news/politics/1242571


저 역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아니나 다를까 휘몰아치는 파도 속으로 인생의 소용돌이가 펼쳐졌습니다. 화마가 할퀴고 간 굴곡진 폭풍 속에서 허우적거렸습니다. 돌이켜 보니 무당 선생님이 무릎도사였습니다.



운명의 수레바퀴 스스로 이끈다...성격이 결정


한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주를 봤는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속세와 인연을 끊고 스님이되라는 사주가 나왔습니다. 배우자와 자녀 복도 없으니 혼자서 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옮긴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습니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상황이 더 복잡해진 겁니다. 그때부터 저도 사주팔자를 공부했습니다. 유튜브와 인터넷, 몇몇 책들을 찾아보고 진짜 맞는지 치열하게 고민했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스님이 되지 않기로. 연어처럼 흐르는 강물을 거스르기로 다짐했습니다. 인간이 타고난 명(命)을 바꿀 수 없지만 운(運)의 수레바퀴는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이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성격입니다. 밝고 어두운 환경을 받아들이는 성격이 그 사람의 가치관이 되고 하나하나 모여 그 사람의 운명을 만든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관상도 운명도 스스로 개척할 수 있는 겁니다. 독일 대문호 괴테부터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까지 강조한 내용입니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쌍둥이가 사주와 달리 정반대의 인생을 사는 사례들도 수두룩합니다. 기쁜 일에 우쭐거리지 말고 상처받는 일에 낙담하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슬기롭게 운명을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부끄러운 과거를 덮으면 언젠가 드러난다.
나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운명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 오십에 읽는 내 운명 이야기 中 -




<작가가 궁금하면>

[브런치북] 노량진에서 꽃핀 연화 (brunch.co.kr)



매거진의 이전글 무소의 뿔처럼 우직하게 가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