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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Nov 08. 2022

일본 걸그룹 몰락과 갈라파고스

노량진을 떠나고


도쿄 하키하바라에 둥지를 튼 일본 국민 걸그룹. AKB48을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최근까지 일본 방송부터 음악, 영화까지 대중문화를 이끌며 두터운 인기를 자랑해왔지만, 최근 심상치 않은 모습들이 보입니다. 굳건했던 인기에 금이 가며 아이돌 시장에 지각 변동을 예고했습니다. 일본 최고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홍백가합전에 초대받지 못했고, 아이돌 총선거도 실시되지 않은 겁니다.


AKB48 멤버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속출하고 일정부터 소속사의 대응까지 삐그덕거리면서 난관을 헤쳐나갈 출구전략도 보이지 않습니다. 보다 못한 일본 아이돌들의 탈출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엉뚱하게 대한민국 공무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침몰하는 AKB48 현실과 신규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는 상황이 비슷하다는 겁니다. 잇단 고용한파에 안정성이 보장되며 한때 최고의 직장으로 선망받았지만, 그 이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 소통창구 없는 닫힌 조직, 대들보 인재 탈출 러시


아이돌의 살아있는 교과서, 미야와키 사쿠라가 지난해 한국으로 서둘러 귀국했습니다. 일본에서 10년 가까운 아이돌 왕좌를 내려놓고 한국에서 새롭게 뿌리내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주위에서 따가운 시선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ABK48의 또 다른 간판스타 타카하시 쥬리 등 일본 인재들이 대거 한국으로 몰리면서 일본 대중음악 자존심에 흠집이 났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AKB48의 닫힌 문화와 무사안일한 업무처리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2018년 일본에서 깜짝 놀랄 사건이 벌어졌는데, 괴한이 여자 아이돌 기숙사에 몰래 침입해 인기 아이돌을 구타했습니다. 그런데 웬걸 피해자가 오히려 사과를 하는 웃지 못할 장면이 벌어진 겁니다. 소속사는 아이돌 피해자가 방정맞다는 핀잔을 줬고 피해 여성은 국민 앞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이돌도 쫓겨났습니다. 파장은 심각했습니다. 소속사의 무책임한 행동에 네티즌들이 벌떼처럼 들고일어나며 급기야 해당 시청의 시장까지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습니다.


우리나라 공무원 조직도 비슷합니다. 소통창구가 상대적으로 닫혀있습니다. 업무 보고 방식도 글자크기부터 줄 간격, 순서까지 하나하나 챙겨야 할 것들이 많고 조직체계도 군대와 비슷한 계급사회입니다. 신규자가 적응하기까지 몇 년 동안 숨이 막힙니다. 사표를 던지고 나가는 공무원들 역시 10명 중 7~8명은 10년 차 이하의 공무원들인데, 공직사회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등병과 일병들이 주로 빠지면서 조직 내 역피라미드 구조로 점철되며 20대 MZ세대 신규자와 말년병장들과 일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소통하는 선수보다 지시하는 감독이 많습니다.



■ 전문성 부족과 비효율성...갈라파고스 섬 된다


내수용 아이돌. 일본 국민들은 AKB48을 이렇게 부릅니다. 학예회 수준의 전문성 떨어지는 연습으로 어른들을 위한 재롱잔치라는 겁니다. 무한대로 팔을 돌리는 정신병원 춤부터 쌍팔년도에나 유행했을 헤드뱅을 여성 아이돌 안무에 접목시키면서 일본 MZ세대들이 떠났습니다. 10대 여성들은 더 이상 AKB48의 앨범이나 굿즈를 사기 위해 지갑을 열지 않습니다. 대신 일본 AV를 보며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왔을 방구석 오타쿠들이 몰리고 있습니다. 전문성도 없고 비효율적으로 아이돌 생태계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며 세계 곳곳에 태극기를 꽂고 있는 K-pop과 달리 일본이라는 갈라파고스 섬에 갇혀있다는 탄식들이 곳곳에서 쏟아졌습니다. 진화를 멈췄습니다.


대한민국 공직사회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성이 부족한데, 여기에 열정까지 없는 공무원들이 모이면서 비효율성이 퍼지고 있습니다. '파킨슨 법칙'입니다. 관료조직 비효율성을 비판할 때 자주 거론되는데, 일의 양과 공무원들 숫자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법칙입니다. 1955년 통계학적으로 증명된 이론입니다. 공무원들이 서로를 위해 일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공무원 생활을 보니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할 사람이 없는 겁니다. 말년병장 3명이 있는 조직보다, 병과 병 2명이 있는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됩니다. 특히 소수직력로 갈수록 그들만의 문화는 공고해지는데, 이런 문화가 심합니다.  


경제학에는 '그레샴 법칙'이 있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인데, 닫혀있는 조직문화와 비효율성이 공직사회에 퍼지면 유능한 인재들이 외부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습니다. 결국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일이 몰리면서 악순환은 구조적으로 고착화 될 수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작가가 궁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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