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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Nov 11. 2022

뱀과 비둘기, 인간관계 페르소나

노량진을 떠나고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 영화 대부 中 -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영화. 아카데미 6개 부문을 석권하며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던 명작. 마피아를 소재로 기업문화부터 공직사회까지 모든 조직의 인간관계를 구석구석 살펴본 작품.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권력관계를 조망했고 온화하면서 냉혹한 양면성이 가감 없이 영화에 나타났습니다. 처세술부터 조직 장악력까지 주인공 돈 콜레오네의 명대사는 총알이 박힌 듯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겁니다. 개봉 이후 반세기가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영화, 대부입니다.


친구는 가까이 그리고 적은 더 가까이. 쉽지 않지만 우리들에게 필요한 조언입니다. 비둘기의 온화함과 뱀의 교활함이죠. 친구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게 베풀면서 판단력을 흐리지 않기 위해 적을 가까이 한 처세술입니다. 선과 악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면서 안팎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겁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복잡한 심경을 조절하면서 조직 안팎으로 기강을 잡습니다. 돈 콜레오네 역시 가족의 고양이는 아낌없이 어루만지면서도 조직 배신자는 가차 없이 응징합니다. 친구와 적을 새롭게 정의 내린 이야기는 개인부터 조직, 국가 시스템으로도 뻗어나갈 수 있습니다.



■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다...인간관계 페르소나


존재하되 드러나지 않는다. 스웨덴 발렌베리 일가 경영 철학을 공무원 인간관계 처세술로 배웠습니다. 공무원 선배 주무관은 어느 팀장님께 주말 출근을 종용받고 메신저로 야근을 하라는 쪽지도 받았습니다. 그때마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팀장님은 같은 잘못을 한 A와 B 주무관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는데, 유독 해당 주무관에게 엄격했습니다. 그 선임에게만 고성이 오고 갔습니다. 업무 방식과 인간관계 대응이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랐는데, 팀장님 눈치를 보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선임 공무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더군요. 때론 교활하게 때론 호의적으로 인간관계 페르소나로 대응했습니다.

  

호의를 권리로 아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특히 직장 내 상사로 얽히고설키면 상황은 복잡해집니다. 권리와 호의 관계가 서로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한데, 대표적인 사례가 휴가입니다. 어느 팀장님과 과장님은 호의를 베풀듯 말씀하십니다. 공무원들에게 주어진 권리인데도요. 국가적 행사나 지자체가 바쁜 상황에는 어쩔 수 없어도 평소부터 막으시는 분들을 보면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보고체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권위적인 상사일수록 마치 임금을 알현하러 가듯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야 합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또 다른 인격의 탈을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 뱀의 교활함과 비둘기의 순수함을 갖자


때론 교활하게 때론 순수하게. 유럽의 공자로 칭송받는 발타자르 그라시안이 내놓은 결과입니다. 17세기 예수회 신부로서 스페인 몰락을 지켜보며 세상의 지혜를 책으로 담았습니다. 마태복음 10장에서 차용한 비둘기와 뱀 이야기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손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는데, 경험이 있는 사람과 교활한 사람이 그렇습니다. 전자는 자신을 희생시켜 배웠고, 후자는 남을 희생시켜 알고 있는 겁니다. 경험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을 알려주려 하지만, 교활한 사람은 누군가를 이용해 본인의 목적을 이루는 것에만 급급합니다. 전자에게는 비둘기 같은 순수함으로 후자에게는 뱀의 교활함이 필요합니다.


언론사부터 공무원까지 여러 팀장님과 리더들을 만나봤지만, 능력 있는 상사일수록 여유가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들 덕분에 앞으로 과정들을 알고 있습니다. 업무에 우선순위를 두고 중요한 것부터 챙겨나갑니다. 반면 남을 희생시켜 알고 있는 얄팍한 상사들은 성과는 리더의 몫으로 실패는 담당자의 영역으로 치부시킵니다. 번번이 꼬리 자르기를 합니다.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며 본인의 치적을 자랑하는 사람들은 잘해줘도 손해입니다.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페르소나로 대응해야 하지 않을까요. 웃으면서 작별인사를 해야 될 때입니다.


대쪽 같은 대나무보다 차라리 갈대같이 살겠습니다. 모진 풍파와 비바람에 대나무는 부러지지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갈대는 언제든지 자리를 찾습니다.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갈대처럼 살겠습니다.  




<작가가 궁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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