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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Dec 03. 2022

손흥민과 호날두, 엇갈린 리더십


대한민국의 16강행?
이미 탈락 확정된 국가 아닌가요.

- 호날두 포르투갈 선수 인터뷰 中 -



선전포고였다. 월드컵 H조 2차전 우루과이를 이긴 후 호날두는 이 같이 말했다. 한국 축구를 비웃듯 예선에서 탈락한 한국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덧붙였다. 누가 보면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라도 한듯 거칠 것이 없다. 이른바 '노쇼'사건이 터진 이후라서 호날두를 향한 국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를 지켜본 호날두 팀 동료와 감독은 그의 평소 인성이 인터뷰에 그대로 담겼다고 입을 모았다. 뒷말이 무성했다. 가는 곳마다 미담을 쏟아내는 손흥민 선수와 대조적이었다. 대표팀 리더로서도 그랬다.


포르투갈 리더인 호날두는 그라운드에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가는 곳마다 불화를 일으켰는데, 결국 친정팀에서도 쫓겨났다. 영국 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못된 망아지 뿔난 듯 호날두의 표정은 썩어있었다. 독버섯처럼 포르투갈 팀 분위기에도 마수를 뻗쳤다. 포르투갈의 차기 리더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표정도 좋지 않았는데, 팀 내 정신적 지주인 호날두의 그런 태도에 본인 역시 편하지 않았을 거다. 한국전 패배에 페르난도 산토스 포르투갈 감독은 손흥민을 치켜세웠다. 포르투갈에는 위기때 팀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지주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는데, 이는 호날두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찌감치 호날두는 벤츠에서 쉬고 있었다.



■ 손흥민에게 특훈 받은 황희찬...리더의 선한 영향력


반면, 손흥민의 선한 영향력이 빛을 봤다. 대한민국 축구를 구원했다. 한국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었지만, 황희찬 선수의 발끝에서 근심과 걱정도 한방에 날아갔다. 경기 극장골은 사실 손흥민 선수가 알려준 특훈이다. 영국 EPL 울버햄튼으로 이적한 황희찬을 위해 손흥민이 함께 연습하며 전수했었다. 패스를 받을 때 오프라인에 걸리지 않는 법, 수비수를 등지고 패스를 확보하는 법, 건네받은 골을 반박자 빠르게 차는 법이 그랬다. 포르투갈 골키퍼 역시 골 방향을 인지했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슈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숱한 연습이 실전에서 발휘됐다. 골망을 가르며 대한민국 함성이 터져 나왔다.


황희찬만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정신적 지주였다. 회복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얼굴이 다치면 선수 생명이 끝날 수 있다고 의사는 경고했다. 주변 걱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 손흥민은 경기장 위의 쾌걸조로로 나타났다. 검은 마스크를 쓰고. 수비 지역부터 경기장 양옆을 오가는 그의 모습에 선수들도 투혼을 불살랐다. 김민재 선수는 허벅지 부상에도 열정을 보여줬다. 우루과이전 누네스 선수의 측면 돌파를 막기 위해 발목이 꺾이는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픈지도 몰랐을 것이다. 조규성 선수는 어떠한가. 가나 전에서 온몸을 내던지며 헤딩골을 작렬했다. 2골을 연달아 내리꽂으며, 걸어 다니는 폭격기를 증명했다. 손흥민만의 선한 리더십이 팀 내로 스며들며, 대한민국은 그렇게 원팀이 됐다.  



■ 영혼까지 뜯어고치는 변혁적 리더십, 도하의 기적  


경영학에서는 이를 두고 변혁적 리더십이라 부른다. 조직 구성원들이 리더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며, 카리스마는 물론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리더십. 이는 대한민국 대표팀을 16강이라는 새로운 비전으로 인도했다. 선수 하나하나가 손흥민 선수를 보며 뿌리부터 영혼까지 뜯어고친 것이다. 우루과이와 비기고 가나에 아쉽게 지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희망이 있었다. 배수진을 치고 임한 경기에서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썼다. 누구보다 간절했다는 손흥민.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는 대로 그의 바람은 곧 현실이 됐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였다.


말은 화살과 같다. 본인이 쏜 화살은 곧 자신에게 되돌아간다. 본인을 과녁으로 삼으며. 불혹의 나이를 앞둔 호날두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철없는 아이같이 매 순간이 사춘기였다. 비뚤어진 행동과 말들은 암세포처럼 전이된다. 반면 손흥민의 말은 씨앗과도 같았다. 그의 선한 영향력이 씨앗이 되어 주변 공동체로 사회로,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한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결과에 영국이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 것도 마찬가지 일거다. 앨런 시어러를 비롯한 영국 축구 전설들이 공영방송 BBC에서 열변을 토해냈다.  


위에서 내려다보던 사람은 모른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이 어떤 심정일지. 계단 한 칸을 오르기 위해 누구는 4년을 기다리고, 누구는 인생을 건다. 그리고 신뢰하는 리더를 만나며 그들의 열정은 투혼이 되고, 희망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손흥민과 호날두의 리더십은 그렇게 달랐다. 비단 경기장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손흥민과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한국 축구의 역사를 썼다. 9퍼센트의 확률을 뚫은 도하의 기적. 앞으로도 조심스럽게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해 본다.




<작가가 궁금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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