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신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재벌가에 대한 환생 복수극. 뻔한 이야기를 뻔뻔하게 그리고 Fun하게 펼쳐내면서 신드롬까지 나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청률 25%를 돌파하며 드라마 'SKY캐슬'의 아성을 일찌감치 무너뜨렸고, 잇단 흥행에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이 재벌로 되겠다는 이야기부터 어차피 백상예술 대상은 이성민 배우라는 증권가 지라시까지 돌고 있습니다. 아듀 임인년을 앞두고 대한민국 화제의 중심에 우뚝 선 재벌집 막내아들. 중국에서만 20억 조회수를 찍으며 이제는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태극기를 꼽고 있습니다.
근현대사를 찢고 나온 시나리오부터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배우들의 명연기에 현대사회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는 디테일까지 성공요인들이 넘쳐 납니다. 이제는 배우들 옷차림부터 대사 하나하나까지 시청자들 안줏거리로 입방아에 올랐고, 약방의 감초인 조연 배우들 스토리까지 쏠쏠한 재미가 있습니다. 잘되는 집에는 웃음거리가 끊이지 않는다는 드라마 성공 방정식입니다. 선과 악의 평면적 대치를 넘어 입체적인 통찰까지 뒤섞이면서 심장 쫄깃한 긴장감도 더해집니다.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부터 발자크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까지 송곳 같은 통찰도 엿보입니다.
■ 감독 뛰어넘는 작가진, 초밥알 320개 취재
재벌집 막내아들의 성공 뒤에는 탄탄한 스토리가 있습니다. 감독을 뛰어넘는 작가진 덕분입니다. 공동작가로 이름을 올린 김태희 작가는 이미 이쪽 업계 유명인입니다. 2014년 MBC 방송연예 대상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고 '성균관 스캔들'을 비롯해 굵직굵직한 작품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네이버에 이름을 올린 작가들만 있지 않습니다. 전체 큰 흐름을 잡는 작가 아래로 취재 작가들을 섭외합니다. 언론사에도 각 분야 취재기자가 있듯이 여기도 근현대사와 정치, 문화 등 각각 분업화됐습니다. 적게는 3~4명에서 많게는 10명 가까운 작가들이 모여 스토리 짜임새를 갖춥니다.
초밥 일화가 대표적이죠. 삼성 이병철 회장은 어느 날 이병환 신라호텔 조리부장에게 초밥알 개수를 물었습니다. 당시 이병환 부장은 4차례나 일본에 다녀오며 대한민국에서 초밥의 일인자였는데, 등골에 식은땀이 났다고 전해집니다. 호암 이병철 회장은 점심에는 320알, 저녁에는 안주용으로 280알이 적당하다며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취재 작가들이 관련 일화를 드라마에 녹여내며 스토리가 탄탄해진 겁니다. 여기에 삼성자동차와 현대자동차의 뒷이야기와 3당 합당 대선 일화까지 꼼꼼히 취재했는데, 뉴스 뒷이야기와 심리학, 처세술까지 스며들며 현실 고증성이 높아졌습니다.
■ '양날의 검' 간접광고 줄이며 작품성에 올인
간접광고 PPL은 양날의 검입니다. 작품 몰입도를 낮추고 불순한 의도까지 있으니까요. 송중기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 '빈센조'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태리 욕이 난무하는 마피아 조직 이야기에 느닷없이 중국 도시락이 나왔습니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제품이 한번 노출될 때마다 1~2억의 광고비를 받았다는데, 당시 김치와 한복 등 중국의 동북공정이 문제 되는 상황이라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으며 잘 돼 가던 작품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그렇게 관심도 식었습니다. 도넛과 리조트 등 간접광고 논란 드라마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작품에만 신경 썼습니다. 불필요한 간접광고를 없앴는데, 특히 패션도 눈에 띕니다. 재벌집 맏며느리 모현민 패션이 그렇습니다. 진성준과 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 넓은 모자에 기품 있는 옷차림부터 가족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기모 없는 코튼이 눈에 띕니다. 수수하지만 기품 있습니다. 패션업 PPL 큰손인 등산복과 골프웨어를 벗고, 작품에 맞는 창의성을 입었습니다. 그래서 패션업계도 고무적이라고 하네요. 한때 제일기획에서 일했고, 유럽에서 패션전공을 했던 아는 분과 통화하며 들은 내용입니다. 불필요한 기름기를 빼고 디테일을 살리면서 미국사전에 등재된 한국식 '재벌'을 맛깔나게 살린 것이 드라마성공이유가 아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