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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Jan 14. 2023

된장남 강백호 인사드립니다

노량진을 떠나고


저는 농구가 하고 싶습니다.



등뒤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집니다. 거친 숨소리가 턱끝까지 차올랐습니다. 점수는 20점 차이에 상대는 우승팀. 수백 번 발목이 꺾이고, 수천번 넘어졌습니다. 오늘을 위해 뛰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며 눈물인지 콧물인지 땀인지 모를 뜨거운 액체가 연거푸 목구멍을 적십니다. 여기서 단념하면 그대로 경기는 끝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며 뜨거운 눈 맞춤을 합니다. 농구 하나에 인생을 건 청년들의 이야기.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열정만큼은 가마솥 찜통보다 뜨겁습니다. 장르는 농구 만화, 작품은 아련함과 성장통, 평가는 취향 저격입니다.


전국 제패를 꿈꾸는 농구부 5인방. 모두 저마다 사연이 많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불꽃남자 정대만, 삭발한 머리로 오뚝이처럼 일어난 강백호, 팀전체를 아우르는 국보급 리더 채치수, 집중력이 무서운 올라운드 플레이어 서태웅, 형의 그림자를 뛰어넘은 송태섭까지 팀 전체에 녹아들었습니다. 하나하나가 모두 아픈 손가락입니다. 영광의 순간은 지금이라는 감독 말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만화. 한때 자신을 생각하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스포츠. 영화관에서 집단 최면을 일으키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입니다.



■ 지치면 지는 거고, 미치면 이긴다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 있어. 화수분처럼 용솟음치는 패기와 에너자이저처럼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은 저의 큰 자산입니다. 된장남 강백호. 산업은행 인턴부터 종합편성채널 기자까지 프리패스한 자기소개서였습니다. 된장처럼 성격은 구수하고 강백호처럼 열정적인 청년이라고 저를 소개했습니다. 한때는 음악에 미쳤습니다. 클럽에서 밤새워 춤추다가 대학교 수업을 들으러 갔고, 군대 제대 후에는 공부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도서관 노숙자로 경제학 전공책과 씨름했습니다. 지치면 지는 거고, 미치면 이긴다는 생각으로 뛰었습니다. 맨땅에 헤딩하며 살았습니다.


직장 생활도 미쳐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찰서에서 세종시 정부 부처에서 여의도 국회에서 전투적으로 출입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특히 경찰서에서 칼라 프린터로 인쇄된 자기소개서를 돌렸는데, 꽤나 혁신적이었습니다. 어느 경찰분은 유리책상 밑에 저의 자기소개서를 보관하고 계셨습니다.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 하늘은 자신 편이라는 누군가 이야기처럼 그렇게 주변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홍보와 공보의 차이도 모르냐며 면박을 줬던 국회 보좌관부터 기자생활 편해졌다고 핀잔을 준 어느 경찰관도 뒤에서는 제 칭찬을 하고 다니더군요. 덕분에 단독기사도 여러 건 쓸 수 있었습니다.



■ 한번 더 슬램덩크...영광의 순간은 지금


된장남 강백호 인사드립니다. 며칠 전 책상 정리를 하다 예전 자기소개서를 읽게 됐습니다. 회색 봉투 속에 꼬깃꼬깃 접어둔 종이 쪼가리들. 한쪽에서 방치된 종이를 펼치니 옛날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한여름 구두를 신고 뛰면서 양말이 땀으로 젖었던 기억들, 태풍 피해 현장에서 온몸이 비에 젖은 채 생방송 중계를 했던 경험, 문재인 대선 후보의 운명이란 책을 울면서 읽었던 젊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다 지난 일입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모진풍파와 인간관계에 치이면서 저도 옛날의 제가 아니었습니다. 꿈틀거리는 열정과 패기를 가슴속에 묻었습니다.


한번 더 슬램덩크를 그려봅니다. 단점이 곧 장점이 되고 모진 역경은 경험과 경력이 되리라 믿습니다. 불혹을 앞둔 나이, 무엇하나 쉽지 않은 인간관계, 쏟아지는 격무 그 언저리에서 인생은 언제나 바람 앞에 등불입니다. 나이를 먹어도 생활은 비슷할 겁니다. 제 생활을 바꾸는 것은 저이기에, 치유와 공감을 위한 글쓰기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한동안 끊었던 심리 안정제를 다시 복용하지만, 글쓰기가 저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남들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영광의 순간은 저에게 지금입니다. 헝클어진 신발끈을 동여매고 말씀드립니다. 된장남 강백호 당차게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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