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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Jan 23. 2023

골리앗을 이기는 다윗의 분노

노량진을 떠나고


태생적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합니다.



방탄소년단의 아버지, 한류 돌풍의 주인공, 글로벌 엔터 이사장인 방시혁 프로듀서의 모토입니다. 든든한 뱃살만큼 버터같이 부드럽지만, 일할 때만큼은 눈빛이 돌변합니다. 1분 1초 치열하고 좋은 음악을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습니다. 다이너마이트 같습니다. 자신을 지금의 위치까지 올려놓은 것은 분노라고 강조합니다. 차선에 만족하는 '무사안일'에 화가 나고 불공정한 음악생태계에 피가 거꾸로 솟습니다. K-pop 콘텐츠를 사랑하고 이를 세계화하는데 일등공신을 한 팬들이 왜 '빠순이'로 비하돼야 하죠. 오늘도 방시혁 프로듀서는 목에 핏줄을 세웁니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분노는 방시혁 프로듀서의 성공 DNA입니다.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온당한 대우를 받도록 화를 내는 것이 본인의 행복이라고 강조합니다. 그의 피와 땀과 눈물도 드디어 꽃이 피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인 최초로 빌보드 1위를 기록했고 비틀스 이후로 1년도 안되어 3개 앨범이 빌보드 1위에 올랐습니다. 거침없이 불타오르네요. 방탄소년단은 유엔에 초청돼 기조연설을 하며, 미국 타임지 표지모델에도 발탁됐습니다. 한류라는 문화를 넘어 국제 정치와 예술, 경제 곳곳에 태극기를 꼽고 있는 BTS. 지금 우리는 방탄소년단과 방시혁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 프레임을 깬다...약점이 곧 강점이다


빅히트 엔터는 불과 10년 사이에 전 세계 대중문화를 크게 강타하며 하이브로 진화했습니다. 다윗을 넘어 스스로 골리앗이 됐습니다. 성공비결은 무엇일까요. '아웃라이어'로 유명한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의 저서에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하는데, 프레임을 깨라고 강조합니다. 다윗이 같은 프레임으로 골리앗과 싸운다면 다윗이 불리합니다. BTS는 지상파 방송부터 연예계 안팎에서 숱한 뭇매를 맞았습니다. 방송출연은 번번이 거절됐고, 이름이 유치하다부터 래퍼가 화장을 한다는 등 비난이 거셌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와 SNS에 올인하게 됐습니다.


약점은 곧 강점이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은 그때의 분노를 원동력 삼아 끊임없이 정진했습니다. 좌절하고 넘어진 수년의 기록들. 모두가 안된다고 손가락질하던 눈물의 이야기를 노래로 승화시켰습니다. 꿈과 희망의 메시지에 전 세계 아미들도 함께 울고 웃었습니다. 대형 엔터에서 기획된 아이돌들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빗물의 짠맛과 소주의 단맛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호소력도 짙었습니다. BTS는 초심도 잃지 않았습니다. 요즘도 연습생 시절을 생각하며 그때 식당을 찾는다고 합니다. 몇천 원에 배불리 먹었던 뚝배기 불고기집. 그들의 이야기가 SNS에 오르내리며 감동의 멜로디가 이어졌습니다.  



■ "사표 쓴 오늘을 평생 후회하며 살 거야"


이름도 없는 변변치 않은 중소기업에 다니며 너는 사표를 쓴 오늘을 평생 후회하면서 살 거다. MBN 기자를 떠날 때 들은 이야기입니다. 친한 선배가 한 말이라 정신이 나갔습니다. 보도국장께서는 제게 매일경제와 MBN 중에서 가고 싶은 부서를 고르라고 하셨습니다. 어디든지 보내주겠다며. 그때 저는 공영방송에 떨어지면 더 이상 언론사로 되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사표라 쓰고 출사표라 읽었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습니다. 논술 첨삭을 해주던 KBS 기자 형이 면접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공영방송 지원서 서류부터 떨어졌습니다. 이후 금융권 공사부터 공무원 시험까지 합격 언저리에서 잇따라 미역국을 마셨습니다.


제가 당신에 대한 믿음은 없지만, 제 원칙은 지키며 살게 해달라고 명동성당에서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오늘의 저를 이끈 것은 팔 할이 분노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못한 제 자신과 트라우마, 안될 거라던 주변 손가락질을 향한 분노였습니다. 사표를 쓰고 나왔던 그때가 어제일처럼 생생합니다. 아무 잘못 없이 세상과 등지고 살아야 했던 그때. 그래서 저는 더 간절합니다. 노량진에서 팩소주를 마시며 공부했지만, 1문제 차이로 줄줄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그 간절함으로 지금은 누구도 쓰지 못하는 살아있는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구구절절한 경험과 분노는 곧 저의 강점이 됐습니다.



태어나려면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 데미안 中 -




<작가가 궁금하면>

[브런치북] 노량진에서 꽃핀 연화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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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에서 꽃 핀 연화는 이제 완성됐습니다.


앞으로도 따끈따끈한 글들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만 사는 공무원> 시리즈

1. 스스로 잉여가 된 공무원들

- "나 일 못한다" 선전포고


2. 일감 몰아주기, 구조적 딜레마

- 공무원 탈출은 지능순이다?


3. 공무원도 퍼스널 브랜딩이다

- 본인의 이름이 곧 명함이다


4. 팔로우십이 리더를 결정한다

- 권위 vs 권위적, 한 끗 차이


번외) 암세포 하나가 조직을 망친다

- 10년 넘게 썩고 있는 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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