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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구석 지식in Feb 05. 2023

그깟 난방비 20만 원의 온정

난방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산전수전 다 겪은 신문사 국장 출신의 9급 공무원. 정년퇴임을 앞두고 느닷없이 사회복지사 책을 펼칩니다. 우려 섞인 주변의 목소리와 갸우뚱한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다는 듯 인생 2막은 평범했습니다. 독거노인들을 위해 도시락을 챙기고, 수급자 명단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원금 통장도 찬찬히 살피죠. 남들과 똑같은 평범함 일상이지만, 늦깎이 9급 공무원은 하루하루가 보람 있다고 전합니다. 사회 곳곳의 후미진 그림자를 걷는 사람들. 희망 대신 절망에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는 사회복지사. 어느 소설처럼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줍는 공무원 이야기입니다.


그날도 여느 날과 비슷했답니다. 쾌쾌한 하수도 냄새가 올라오는 골목을 지나 누추한 방문을 여니 어느 할머니가 앉아 계셨죠. 추운 겨울 연탄 장으로 하루를 버티고 있었습니다. 머리맡에 서리가 앉은 백발 여성이 말할 때마다 하얀 연기가 방안을 뒤덮었습니다. 주름진 이마 사이로 버섯꽃이 활짝 핀 나목 같은 기초수급자는 치아가 없었습니다. 평생소원이 본인 입으로 김치를 서걱서걱 소리 내어 먹는 것이라네요. 지금 이 순간에도 쪽방촌에서 고시원에서 임대아파트에서 30만 원 남짓 기초노령연금으로 한 달을 버티는 수급자들이 많습니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 그들만의 '겨울왕국'은 얼마나 추울까요.



■ '난쏘공' 줍는 것이 복지...우리 모두는 난쟁이였다


저 역시 TV 프로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지자체 공무원들 기피부서 1순위가 사회복지직이기 때문이죠. 고성이 오가고 바람 잘날 없는 곳에서 하루하루 희망을 쏘아 올리는 공무원을 보면서 짠한 감동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복지란 무엇일까요. 소외받는 '난쟁이'가 쏘아 올린 공을 줍는 것이 복지라 생각합니다. 왜 난쟁이들이 공을 던지게 됐는지. 이들이 어느 방향으로 공을 쏘아 올렸는지. 공의 무게와 파급효과를 점검하고 그에 맞는 정책과 지원 방법을 설계하는 겁니다. 복지꾸러미에 담길 내용들이죠. 난방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회적 재난 앞에 우리 모두는 평등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인재에서 경험했듯, 우리는 사회적 재난에서 난쟁이였습니다. 언제, 어디서를 떠나 불시에 찾아왔습니다. 러시아 전쟁에서 비롯된 가스요금 인상과 매번 최고치를 갈아엎으며 치솟는 물가, 코로나 한파에 줄줄이 도산하는 자영업자와 방향점을 잃은 청년실업. 그 언저리에서 국민들 지갑도 얼어붙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과 국가에 피해를 주는 것이 재난라는 법률 정의에 따라 '난방비 폭탄'도 사회적 재난입니다. 보편적, 선별적 논란은 조세희 작가의 말처럼 '뫼비우스의 띠'와 같습니다. 또 다른 레토릭 문제입니다.



■ 모든 가구 난방비 20만 원 지원...전국 지자체 최초


파주시에서 통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파주시는 모든 가구에 20만 원씩 난방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르면 2월 말부터 파주시에 주소를 둔 모든 가구에 20만 원씩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방침입니다. 442억 원 상당의 추가경정예산을 시의회에서 편성하고 있는데, 전국 지자체에서 처음이었습니다. 파급효과도 상당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모든 언론 매체에서 파주시 우수 사례가 소개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름을 받아 파주시장이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도 참석했습니다. 김경일 시장은 국회에서 우수사례를 설명했고 관련 사안들도 다른 지자체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파주시가 쏘아 올린 난방비 작은 공에 국회를 비롯해 전국에서 들썩이고 있습니다. 제가 새벽 근무를 서고 있는데, 7시에 비서실에서 다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10분 뒤 시장님이 여의도로 출발하니 관련 자료와 PPT를 준비하라는 지시였습니다. 심장이 쫄깃하더군요. 난방비 관련 보도자료도 제가 작성했는데, 지금도 서울과 경기 등 전국 지자체에서 전화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100통 넘게 왔는데, 전화통에 불이 났습니다. 토할 거 같은 상황의 연속이지만, 나름 보람도 있더군요. 누군가는 그깟 난방비 20만 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 곳곳에 따스한 난방비 온기가 전해지길 기대해 봅니다.





[난쏘공] 시리즈


1. 그깟 난방비 20만 원의 온정

- 난방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2. "난방비 재난상황, 포퓰리즘 아니다"

- 파주시장, MBC 시선집중 인터뷰


3. 복지통계 발간...'복지 사각지대' 점검

- 난방비 지급, 보편적 복지 챙긴다


4. 지금 우리 지자체는?

- 난방비 폭탄...정부 1800억 긴급 수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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