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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원 Sep 07. 2020

우울의 은혜갚는 까치

차를 타고 출근을 하면서 이 감정에 대해 글을 써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고덕 신도시 청약을 알아보라는 친구의 전화에 글이고 뭐고 모집공고문을 찾아 읽었다.


쓰고자 했던 것은, 나는 언젠가부터 감정을 배제하고 살아가기로 살아가기로 한 사람 같다는 생각이었다.

김사월이 노래에서 자신을 미워하는 것은 너무 달다고 했다.

기시감이 느껴져서 이게 뭘까 하고 생각을 했는데,

예전 우울감을 느끼던 때에 괴로워하면서도 달다고 여겼던 것 같다.

당장의 우울함에 괴로워하고 있지만 풍부한 감수성을 가졌다는 것이

나와 타인을 구분짓는 어떤 특별함으로 여겨져 싫지 않았다.


그러면서 감정 속에서 의미를 찾고자 했었는데, 

언젠가 이 괴로움이 쌓여 어떤 큰 의미 혹은

창조적인 대단한 것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비밀스러운 생각도 있었다.

당장 정해진 시간동안 시험공부를 해야하는데

우울감에 허덕거려 타인에 비해 뒤쳐지는 것이 눈에 보이면서도, 

내 감정은 틀리지 않았고 언젠가 무엇을 만들어낼 것이란느 믿음으로 견뎌왔던 것 같다.


우울의 까치가 은혜를 갚기를 기다려왔는데 어느순간 정말 까치는 은혜를 갚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내가 해야만하는 것들을 해내지 못하는 동안 타인이 이룬 것들이 크게 여겨졌다.

감정의 연대를 한다고 여겼던,

나를 알아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이들의 감수성에 대한 묘한 자부심도 마음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요즘은 감정에 대해 좀처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감정의 변동이 찾아오는 때에도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어떤 출렁거림. 

올 장마는 비가 많이 올 수도 있다고 하니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요즘은 기분이 좋지 않으니 조심해야겠다, 

혹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해야만 하는 일들을 미리 저축하며 살자는 생각.


안정된 일상을 얻었고 좀처럼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

해야만 한다고 하는 것들을 나도 쫒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소소한, 자신에 대한 비밀스러운 기대는 잃었고 

글도 잘 쓰지 않고 사진도 잘 찍지 않는다.


까치는 은혜를 갚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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